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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인간존엄과 우상타파(사목헌장27항)-1
   함세웅 신부   2004-05-08 15:07:48 , 조회 : 1,854 , 추천 : 226

사순절입니다. 2000년 은총의 희년에 맞는 사순절이니 더욱 큰 의미가 있어야 할 사순절입니다. 그러나 사순절이라 해서 2000년이라 해서 자동적으로 거룩한 것은 아닙니다.  

사순절이 요구하는 그리고 2000년 희년이 설정한 그러한 가치지향적 삶을 내 안에 실현하고 또 이 세상에서 실천할 때 사순절과 2000년은 비로소 그 참뜻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나 자신이 “깨어” “의미를 부여하고” “분명한 목적의식”을 지니고 살 때에만 비로소 시간도 공간도 그리고 나 자신도 이 세상도 뜻이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나 자신의 작업과 상관없이 나의 존재와 능력을 넘어선 하느님의 초월과 하느님께서 거저 주시는 은총의 선물도 있습니다. 그것은 태양의 빛과 하늘에서 내리는 비, 계절의 변화 등과 같이 인간의 능력을 넘어선 또 다른 영역입니다. 그렇지만 태양의 빛을 더 쐬기 위해, 하늘의 비를 더욱 받기 위해 또는 계절의 변화를 맛보기 위해 인간이 해야할 그 나름대로의 몫이 있습니다.


한줌의 재와 인간의 몫

그렇습니다. 사순절은 바로 이 인간의 몫을 제대로 파악하고 실현하라는 길잡이 입니다. 사순절의 특징으로 우리는 그 첫날 재의 수요일에 이마에 재를 받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무상함과 회개를 되새깁니다. 이날 우리는 마태오 6장의 자선, 기도, 재계 등의 참 의미를 묵상합니다. 그리고 보다 실감 있는 체험과 실천을 위해 사순절의 전례분위기는 자주색 또는 보라색으로, 통회, 고통, 희생, 극기, 절제, 나눔, 사랑, 양보, 솔선수범 등 그리스도인들이 묵상할 주제들과 실천할 덕성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니 사순절은 우리 인간을 그 본래의 자리 어머니의 뱃속으로 초대합니다. 어머니의 뱃속 뿐아니라 그 보다 훨씬 이전의 상태, 역사의 삶 그 과거의 현장으로 우리를 인도합니다. 신앙의 선조 이스라엘이 거쳐왔던 길, 그 과정에서의 하느님과 맺은 약속, 또는 하느님께 대한 충실과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축복 그리고 그와 반대로 하느님을 배반한 불충실과 하느님께 받은 저주 등 모든 삶을 낱낱이 기억합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에집트에서의 노예생활, 그리고 그것을 넘어선 자유와 해방의 여정,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믿을 수 없는, 이해할 수 없는 이스라엘의 배신 금송아지 숭배사건을 다시 듣고 생각합니다.
금송아지 숭배는 우상숭배의 예범 입니다. 금송아지를 하느님으로 숭배하다니, 우리 삶의 이야기입니다. 때문에 그것을 나와 무관한 한낱 과거 이야기로 이해한다면 이 또한 새로운 유형의 우상숭배 입니다.
우리 인간은 정신과 육체 곧 신성과 육체성을 지닌 양면의 존재입니다. 인간은 분명히 위대한 정신적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거기에는 늘 짐승과 같은 아니, 짐승보다 못한 야수성이 깃들여 있습니다.


신앙안에 담겨진 우상적 요소

우리는 물론 하느님을 믿는 신앙인들 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우리 안에는 금송아지를 끊임없이 숭배하는 우상적 요소, 아니 믿음이라는 그것이 바로 우상일 수 있는 부끄러운 요소를 지니고 있습니다.
재를 머리에 얹는 의식은 인간이 중심이 된 세상을 이루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은 결국 우상이라는 교훈을 일깨워주는 성서적 교훈입니다. 인간만이 하느님의 모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떤 때에는 인간자체가 바로 우상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욕심에 사로잡힐 때입니다. 국회의원 선거를 한달 여 앞둔 우리의 모습, 거기에는 신앙인이나 일반인이나 아무러한 차별이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신자들이 더욱 더 권력욕에 집착되어 있습니다. 권력과 명예욕, 여기에는 사제도 주교도 예외가 아닙니다. 권력은 정치적이든 재정적이든 종교적이든 상관없이 인간을 우상으로 이끄는 악마적 요소입니다. 따라서 이마에 재를 얹음은 바로 인간이 우상이 될 수 있다는 고백과 함께 그 유혹에 빠지지 말라는 경고이기도 합니다. 사순절은 모든 것을 부수고 모든 것을 깨고 모든 것을 재로 만들어 다시 원점에서 시작하라는 교훈을 줍니다.
우리는 이기심 때문에 흉칙하게 된 일그러진 인간, 그러한 우상을 깨야 합니다. 사실 하느님이외에 모든 것이 허상이며 우상입니다. 교회도 국가도 허상입니다. 착각도 우상입니다. 조직도 제도도 온갖 것이 우상입니다. 제자리에 있지 않은 모든 것이 우상입니다. 우리의 본 자리는 바로 흙입니다.  흙에 묻힐 때에만 인간은 가장 순수합니다. 한줌의 재와 흙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읽을 수 있는 사람만이 인간 안에 각인된 하느님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이러한 사람은 하느님 이외에 그 모든 것이 우상임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교회든 국가든 권력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모든 것은 우상입니다. 그 우상을 우리는 다시 이 사순절에 깡그리 부수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사목헌장 27항의 인간존엄에 대한 신앙인의 확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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