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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사목헌장 54항 - 새로운 생활양식
   함세웅 신부   2004-10-29 10:14:46 , 조회 : 1,848 , 추천 : 245

현대 세계의 문화 상황
- 새로운 생활양식(54항) -


  올 여름에 유럽은 폭염으로 시달렸고 프랑스의 경우 가뭄과 무더위로 일 만여 명 이상이나 사망했다니 참으로 놀랍고 무서운 일입니다. 우리의 경우에도 올 여름에는 이상 기후로 비가 너무 많이 내려 농작물이 여물지 못해 수십 년만의 가장 큰 흉작이니 농민들의 슬픔은 말할 것도 없고 온 국민이 걱정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지구의 온난화 현상 등으로 세상 곳곳이 이상 기온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참으로 엄청난 변화입니다. 그런데 기후의 변화는 바로 우리 인간들의 무절제한 삶, 곧 환경 파괴와 공해의 결과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자연과 지구를 제대로 대접하지 않으면 자연과 지구도 인류에게 보복한다는 환경운동가들의 지적과 반성에 우리 모두 겸허하게 귀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사실 인류는 태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자연의 변화와 도전 앞에서 응전의 삶을 살며 나름대로 오늘의 문명과 문화를 이룩해 왔습니다. 따라서 문화의 다양성과 변화는 그 자체로 인류의 특징이자 필연적 과정입니다. 변화된 환경과 문화에 적응해야 하는 우리 인간의 삶이 변화하는 것은 그 자체로 자명한 현실입니다. 이것은 사목헌장 서론 4항 희망과 불안, 5항 심각한 변화, 6항 사회질서의 변화, 7항 심리 윤리, 종교상의 변화에 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 현대 세계의 상황, 아니 인류의 기본적 조건이며 현실입니다. 사실 인간은 출생하여 성장하고 죽는 과정 자체가 변화 과정이며 현실 상황, 우주만물 등 이 모든 자연의 조건이 그 자체로 변화 과정 속에 있습니다. 따라서 인류 문화란 바로 이러한 변화과정 속에서 형성된 인간의 적응과 삶의 양식입니다. 따라서 문화의 기본적 특징은 무엇보다도 변화와 진전입니다.


  현대 문화의 특징
  사실 자연, 인간 학문의 진전, 기술의 발달, 상호교류, 그 수단의 발달과 조직화 등이 문화 발전을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사목헌장은 현대 문화의 몇 가지 특징을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 언급은 이미 40여 년 전의 것으로 이미 과거가 되었지만 인간의 기본적 삶이란 늘 같은 것이기에 이 특징의 기본적 내용도 2003년 오늘 우리의 현실에 그대로 적용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컴퓨터 등 전자 정보통신 분야와 생명공학 등의 발달로 인해 더 큰 엄청난 변화 속에 살고 있는 것이 우리의 문화 현실입니다. 이를 염두에 두고 문화의 몇 가지 특징을 살펴봅니다.  

  1. 과학의 객관성과 비판성
  첫째는, 무엇보다 오늘날 학문은 정확성과 객관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학문 연구는 그 자체로 비판의식을 고취시킵니다. 학문은 그 자체로 비판적입니다. 비판적이란 끊임없이 진실을 추구하는 자세, 사실 확인 작업이며 이 비판 정신은 바로 진리와 정의를 추구하는 성서의 예언자의 정신과 맥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성서의 예언자적 정신과 학문의 비판적 자세를 연계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학문과 과학의 올바른 연구는 그 자체로 객관적 사실을 규명하는 노력과 함께 온 우주만물의 원리인 하느님 안에서의 정의를 추구하고 확인하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뜻에서 사실 학문의 발달은 사람을 무지에서 깨어나게 하며 과거의 일반적 가르침과 주장에 대한 맹목적 추종이 아닌 사실 규명을 요구합니다.

  종교적 영역도 한가지입니다. 고대 중세를 거치면서 종교의 일방적 주장 특히 가톨릭의 권위주의적 주장은 이제 막을 내리고 그 종교적 가르침과 주장도 학문 검증의 대상이 된 것입니다. 과학의 발달과 계몽주의 시대의 특징은, 바로 중세교회가 일방적으로 종교적 권위로 민중을 내리눌렀던 온갖 비이성적 처사에 대한 항변이며 하느님과 신앙의 이름을 빙자하여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고 사고의 자유를 제한했던 비상식에 대한 상식의 도전이었습니다.

  사실 지난 2000년 3월 은총의 희년 사순절 첫 주일에 요한 바오로 2세가 역사와 전 세계 앞에 교회의 잘못된 과거를 고백하고 용서를 청한 적이 있는데 바로 이 중의 하나가 과학의 발전과 문화의 몰이해에 대한 겸허한 고백이었습니다. 사실 과거 가톨릭은 과학과 문화 발전의 원동력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결정적 사안에 대해서는 오히려 교회가 과학과 문화 발전에 심각한 장애가 되었을 뿐 아니라 걸림돌이 되었음을 겸허하게 고백하는 것입니다.

  갈릴레오 사건은 이를 입증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과거의 잘못뿐 아니라 그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고백하는데 무려 300여 년의 세월이 걸렸다는 사실입니다. 온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꾸짖고 비웃고 했는데 이 오류를 고백하는데 이렇게 오랜 세월이 걸렸다면 그러한 교회가 과연 믿음과 진리 그리고 구원의 교회인가 라는 근원적 물음이 제기된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300여 년이 지난 오늘 교회는 겸허하게 과거의 잘못을 고백하고 과학의 발전과 문화의 변화에 올바르게 적응치 못한 그 우를 고백하며 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하고 문화와 함께 하는 문화화(incutturation)가 바로 토착화이며 복음화 작업임을 깨닫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2. 심리학의 깊은 연구
  둘째는, 심리학의 더욱 깊은 최근의 연구입니다. 사실 19세기 말엽 가톨릭교회는 현대문명과 문화의 진전 속에서 두려움과 공포를 느낀 나머지 현대사상을 단죄하며 특히 사제서품 전에 서약을 통해 일체의 현대문화 조류를 거부토록 했으니 이것은 참으로 시대착오적 발상이었습니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교회공동체의 인간적 한계이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특히 교회를 놀라게 한 것은 프로이드의 심리학, 맑스의 공산사회주의 이론 그리고 현대 과학문명의 발달 등 이 셋을 모두 거부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20세기의 문화와 문명은 이 셋을 제외하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시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사상과 변화들입니다.

  특히 프로이드의 경우 심리학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철학, 신학 등 거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끼친 인물입니다. 프로이드는 특히 종교를 본능 억압의 체계로 보고 사람은 누구나 본능적 욕구(libido)를 지니고 있음을 역설하고 이 본능 욕구에 대한 충족이 보다 자연스러운 것이라 주장하며 모든 사물과 인간관계를 거의 성적 관점에서 해석했다는 오해와 질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한 세기가 지난 오늘 프로이드에 대한 평가는 사뭇 다릅니다. 물론 그의 모든 주장이 다 옳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것은 종교의 모든 명제가 다 옳지 않다는 사실과 같은 것입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전적으로 종교를 부정할 수 없듯이 프로이드의 주장 중 몇 가지가 비록 오류라 할지라도 프로이드를 전적으로 배격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어쨌든 인간의 본능을 거의 터부시하며 거부했던 종교를 프로이드는 일종의 사회적 억압의 체제로 보았습니다. 종교적 억압에서부터 해방되어 인간 본능의 요구에 응답하는 것이 보다 자연스럽다는 프로이드의 주장은 비록 100% 옳지는 않지만 당시의 억압적 종교 구조의 변화를 가져오는 데에는 거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그 후 프로이드의 제자들을 중심으로 찬반양론을 거치면서 심리학은 더욱 진전되고 특히 G. K 융은 꿈의 해석을 통해 종교의 신비를 설명하며 종교는 어떤 의미에서 무의식의 잠재 세계가 표상화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융 학파에 의하면 종교적 차원은 인격의 심충부에 해당한다면서 개인의 무의식이든 집단의 무의식이든 인간 심리에 가장 깊숙이 숨어 있는 심층은 바로 종교적 영역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때문에 융 학파는 종교적 상징, 종교적 의식(儀式), 제도화된 종교생활 그리고 종교 자체를 통해서 무의식(無意識)의 내용이 의식생활로 나타나고 이것이 다시 사회 그리고 문화적 틀로 체계화되는 것이 바로 종교라는 것입니다(L. 보프, 세상 한가운데서 하느님을 증언하는 사람들, <분도 1990>, 20).

  일례로 꿈을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 꿈을 꿉니다. 그런데 꿈이 현실의 반영일 수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상상도 하지 않은 일이 꿈속에서 일어납니다. 꿈의 세계는 무의식의 세계, 인간 심층의 잠재 영역입니다. 바로 종교의 영역이 이러한 꿈의 세계와 같다는 것입니다. 그 꿈의 세계를 뭔가로 표현하고 드러내는 것이 바로 종교의식이고 그 종교의식이 체계화되면서 종교 자체로 변모된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논리로 융은 문화의 양식도 사실 겉에 드러난 표상일 뿐 그 문화의 근저에는 인간 모두에게 공통되는 가치 그 어떤 원형이 있다고 주장합니다(공의회문헌 해설 총서 1, 사목헌장, <성바오로딸, 1982>, 274).

  그 원형을 파악하는 힘이 바로 내적 직관력이라는 것입니다. 바로 이 원형이 문화 활동 근저에 깔려 있는 인간이 지닌 공통적 요소인 셈입니다. 때문에 사실 문화가 아무리 진전되고 변화하더라도 인간의 본성은 결국 같은 것처럼 원시문화와 현대문화 사이에도 기본적으로는 공통점이 깔려 있게 마련입니다. 결국 이것은 프로이드의 본능 또는 인간의 기본 욕심과 상통된 내용입니다. 사실 성서적 가르침이 시공을 넘어 언제나 진리로 전달될 수 있는 근거도 바로 이 인간의 근본 내용에 대한 언급 때문입니다. 결국 인간은 어떠한 경우에도 본질적으로는 대동소이하다는 것입니다.

  3. 역사 연구 - 진화론의 수용
  셋째는, 역사적 연구로 모든 사물을 변화와 진화의 관점에서 고찰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인류의 삶과 문화는 필연적으로 변화를 거치게 되어 있으며 반복된 삶을 통해 모든 생물들은 진화의 과정을 거칩니다. 교회는 처음에 다윈의 진화론을 두려워하며 거부했지만 진화론의 주장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기에 이 진화론을 교회는 신학과 신앙적 관점에서 수렴할 수밖에 없습니다. 성서 자체가 아니 교회 자체가 바로 변화와 진화의 결과임을 스스로 인정하게 된 것입니다. 사물은 사물대로 생물은 생물대로 동물은 동물대로 인간은 인간대로, 변화의 과정 속에서 분명히 진전되고 진화되어 있음을 역사연구가 입증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4. 대중문화 - 도시문화 - 유행풍조
  넷째는, 대중문화의 형성입니다. 곧 집단 속에서 개인의 인격체는 매몰되며 국제화 시대에 모든 것이 획일화되고 특히 공업의 발달로 농촌을 떠나 도시로 집중하는 현상 속에서 큰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유행과 풍조에 따라 특히 젊은이들이 물들고 특히 예술, 음악, 미술의 의상, 편리한 생활양식 추구로 모든 것이 통일되고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라디오, TV, 영화, 스포츠 등 각종 연예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는 좁아지고 이른바 지구촌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세계 문화의 이면에는 보편성의 확인이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동시에 각 고유문화와 개성의 상실이라는 부정적 측면도 있습니다. 때문에 교회는 대중문화를 이끌고 때로는 제재를 가하는 스승과 같은 내적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합니다.

  5. 고유문화의 보존 노력
  다섯째는, 새로운 세계 문화 형성 속에서도 각기 고유문화를 보존하면 더욱 아름답다는 것입니다. 사실 유엔의 각 기구와 대륙별 또는 전세계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국제 모임 속에서 각 민족의 고유의 의상과 문화 예술을 선보이며 참으로 다양한 문화의 아름다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새로운 문화 형태입니다. 참으로 우리는 다양성 안에서의 일치와 동시에 일치성 안에서의 다양성이란 원리를 바로 문화에 적용시켜 실현해야 합니다. 이것이 어떤 의미에서 바로 문화의 창조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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