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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 사제의 고백 <안충석 신부 / 서울교구 원로사목자>
   기쁨과희망   2018-03-07 14:49:38 , 조회 : 151 , 추천 : 35



한 노 사제의 고백
나이 들고 보니 모든 것이 은총입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글 중에 공감되는 일부를 함께 나눕니다.

천하를 잃어도 건강하면 행복! 돈 가방을 짊어지고 요양원에 간다고 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경로당 가서 학력을 자랑해 봐야 누가 알아주겠습니까? 늙게 되면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모두 똑같아 보이며 배운 사람이나 못 배운 사람 모두 똑 같아 보입니다. […] 늙게 되면 잘 생긴 사람이나 못 생긴 사람이나 모두 똑같아 보입니다. 옛날에 부장 또는 이사를 안 해본 사람 없고 한 때 한 가닥 안 해본 사람 어디 있겠습니까? […]

전분세락(轉糞世樂), “개똥밭에 뒹굴어도 세상은 즐겁다”고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좋은 세상인데 작은 욕심으로 지지고, 볶고, 싸우며, 삿대질 하며 살아갑니다. 노년의 인생을 즐겁게 살려거든 건강 저축을 서둘러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버스가 지나고 손들면 태워 줄 사람 아무도 없듯 세월 다 보내고 늦게 건강 타령해봐야 소용없으며 천하를 다 잃어버려도 건강만 있으면 대통령 부럽지 않습니다.

국민연금 보험공단에서 올해 초 국민연금 수령자들의 건강수명 통계를 발표했습니다. 정리한다면, 현재 나이가 67세라면 70세까지 생존 확률은 86%, 75세까지 생존 확률은 54%, 80세까지 30%, 85세까지 15%, 90세까지 5%, 즉 90세가 되면 100명 중 95명은 다 저 세상으로 가고 5명만 생존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80세까지 산다면 100명 중 30명만 남고 다 저 세상으로 가고 없다는 결론입니다.

이제 내 나이 팔십, 앞으로 길어야 10년 더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살아온 80년에 비하면 장차 살아남을 10년이란 시간은 얼마나 짧고 소중한 은총의 시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곁에 두시고 싶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먼저 데려가신다는 말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사랑하시는 사람이 연옥 단련을 받지 않도록 이 세상에서 충분히 보속할 은총을 주신 것은 아닐까요.

동료 사제들과 나누는 농담, ‘나는 보속할 것이 많이 남아서 신부님보다 더 오래 살 것이고, 당신 장례미사를 지내준다’는 것이 진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팔순의 나이를 들고 보니 하루가 십 년같이 소중하고, 지상에서 하느님 나라를 제대로 살기 위해 늘 새로워지려 합니다. 그리하여 ‘착하게 살다가 복되게 죽는’ 선생복종(善生福終)에 최선을 다하며 하루하루를 봉헌하고 싶습니다.

‘천년을 살아도 당신 앞에는 하루 같다’는 시편기도 같이 이제 남은 생애 하루를 살아도 당신 앞에서 천년만년 영원히 살고 싶은 욕망은 노욕일까요? 조르주 베르나노스의 <어느 시골사제의 일기>에서 ‘나이 들고 보니 모든 것이 은총’이라는 시골 본당 신부의 선종 때 유언이 깊이 묵상되는 시간입니다. 열매가 익어서 떨어지듯 그런 은총 가득한 선종을 청합니다. 이제 나에게는 성모 마리아와 같은 선종을 남은 여생 모든 순간 청하는 길만 남은 것 같습니다. 어느 일간지에 “예전엔 후하게 쳐줬으나, 요즘엔 박하다 못해 제값도 못 받는 게 ‘나이 값’이다. 나이 들어 제값 받는 순간이 있다. ‘지혜로울 때’이다”라는 글을 보며, 나이든 지혜로운 사람으로서 하느님 나라를 제대로 사는 여생을 봉헌하며 살고 싶습니다.



<안충석 신부 / 서울교구 원로사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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