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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익숙한 새로움” <조진무 도미니코 / 피아골 피정집 관장 신부>
   기쁨과희망   2018-04-09 14:41:20 , 조회 : 274 , 추천 : 35



저희 피정집이 자리 잡은 지리산 피아골에도 지금 봄기운이 만연합니다. 겨우내 죽은 듯이 보였던 나무들이 불필요한 잔가지들을 떨구어 내면서 지난 한파를 이겨내면서 꽃망울들을 터트리고, 벌써 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꽃잎은 지고 열매들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자연은 이렇게 계절의 변화에 따라 색깔과 모양을 다양하게 바꿔가며 자연의 순리에 따른 제 생명을 유지해가는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늘 제 자리를 지키면서 말입니다. 그래서 자연은 우리에게 이미 익숙하지만 늘 새롭습니다.

부활도 ‘익숙한 새로움’을 깨닫게 해줍니다. 부활대축일부터 시작하는 금년 4월도 우리 각자의 삶과 이 사회의 면면에서 늘 익숙하지만 무엇인가 새로움으로 가득하게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사순시기를 지내오며 준비해온 부활의 기쁨, 그 기쁨의 진실성은 부활이 십자가의 수난에서 핀 아름다운 열매임을 기억하면서 오는 것이 아닐까요? 사순시기와 부활시기는 서로 구별되어 무관한 그래서 전혀 다른 시기임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부활시기의 시작은, 이제 사순시기를 잊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한 번 사순시기 때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되새겨 보는 때가 아닐까요? 해마다 그랬듯이, 올해 부활시기 동안에도 내내 여전히 우리 개인적 삶과 이 사회의 공동체적 삶 안에서 고통과 죽음의 문화가 지배하는 괴로운 현실은 계속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부활이 우리에게 전하는 근본적인 메시지는 그런 현실 안에 감추어져 있는 영원한 삶에 대한 희망의 씨앗을 ‘고통을 통해서’ 발견하도록 초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부활시기에도 여전히 우리는 십자가를 바라보며 기도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지혜를 최상의 가치로 여기며 살아오다 유다교로 개종한 그리스인들을 만나면서 영원한 생명을 설명하기 위해 땅에 떨어져 죽어야 열매를 맺는다는 밀알을 비유로 말씀하시면서 그들에게 새로움을 전해주셨습니다(요한 20,24-25). 이처럼, 우리의 삶과 역사에서 고통과 죽음의 의미를 꿰뚫어 볼 때에야(통찰·洞察) 비로소 그 안에 감추어 있는 영원한 생명을 발견하면서 부활의 참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복음은 그래서 늘 “익숙한 새로움”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십자가를 바라보며 기도하는 이유는, 더 이상 고통이 없는 우리의 삶과 세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분이 오늘도 여전히 우리를 위해 십자가를 짊어지시며 우리의 고통과 함께해 달라고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부활하신 그분은 더 이상 십자가 위에 안 계시는 것은 아니라 부활하셨기에 그분의 십자가가 우리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부활하심으로 고통을 잊어버린 예수가 아니라, 부활하셨어도 우리와 함께 지금 고통을 당하고 계신 예수님!, 부활하셨어도 당신의 못 박힌 상처들을 보여 주시고(요한 20,27), 부활하셨어도 당신의 몸을 나누어주고 고난의 잔을 함께 마시는 예수님(루카 24,30)!, 이런 예수님이시기에 그분에게서 참 생명과 희망을 발견할 줄 아는 신앙이 바로 우리 신앙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부활의 참 기쁨은 고통을 벗어난 곳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고통 속에 감추어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처한 고통스러운 상황이나, 사회적으로 확산된 죽음의 문화, 적폐청산 과정 중에 앓게 되는 피로와 몸살, 양극화와 양성(兩性) 등의 차원에서의 불의와 불평등을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상처들의 익숙함을 극복해가며 부활의 참 기쁨을 새롭게 찾아 나서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어느 신비가가 말했다고 하는 “죽기 전에 죽으면 죽을 때 죽지 않는다”라는 명문장의 의미가 하나의 새로운 삶의 방식일 수도 있겠습니다.

골고타의 십자가는 예수님의 ‘새로운 파스카의 신비’를 보여줍니다. 십자가는 수난과 죽음만이 아니라 부활의 생명까지 담고 있습니다. 십자가 없는 부활은 없고, 부활은 결코 십자가 없이는 맛볼 수 없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파스카의 신비 안에서는 십자가와 부활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지는 모든 차원의 고통은 바로 부활의 원천일 수 있고, 우리는 이 점에 익숙해가면서 고통의 문제들을 참 삶의 원천으로 다시 새롭게 바라보며 희망을 가지게 됩니다.
부활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우리도, 이 사회도 새롭게 부활하였습니다! 이 엄청난 기쁨을, 이 놀라운 희망을 우리 모두 함께 나누어 보는 4월이고 싶습니다!


<조진무 도미니코 / 피아골 피정집 관장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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