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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죽음과 부활 <김한기 신부 / 원주교구 청전동성당>
   기쁨과희망   2016-03-09 10:52:26 , 조회 : 901 , 추천 : 116


세월의 흐름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역사의 진리이다. 악이 결코 선을 이기지 못하고 거짓이 진실을 덮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믿는 예수님은 이런 진리를 당신의 삶을 통해서 증명해 보이셨고 우리가 그 길을 따르도록 오늘도 우리를 당신의 삶으로 초대하고 있다. 예수님의 죽음을 통해 부활이 오는 것이기에 그리스도인 삶의 모든 것은 그분의 고통과 죽음을 묵상하는 사순절과 영원한 생명의 기쁨을 노래하는 부활절의 연속선상에 있는 셈이다.

필자는 지난 1988년 9월말부터 93년 3월초까지 탄광촌인 사북에서 사목을 하면서 수많은 막장(?) 인생들과 함께하면서 교회의 사명이 무엇인지 잘 체험할 수 있었다. 특히 1990년 7월에 겪었던 일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 당시 태백의 한보탄광에서 근로자들 6명이 어용노조와 회사 측의 부당한 결정에 항의, 갱내에서 목숨을 담보로 하는 농성이 벌어졌다. 이 일이 연일 매스컴에 보도되면서 전 국민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그래서 나도 한보탄광 노사분규 공동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이 되어 개신교 측 인사들과 대책을 숙고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백방으로 애를 썼다. 그러나 묘책이 나오지 않았다. 갱 밖에는 수많은 근로자들이 농성을 하고 있었고 갱 안에서는 갱 일부를 무너뜨려 놓고 목숨을 담보로 농성을 하고 있었다. 그 달 19일, 나는 한보탄광으로 가서 농성 중인 가족들을 만나 애로사항과 고충을 듣고 오후 2시경 갱 안으로 들어갔다. 지하 2,250m의 길고도 복잡한 현장에 도착하여 그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5m 갱도 높이의 흙을 무너뜨리고 농성하고 있던 그들과 PVC 파이프를 통해서 얘기하면서 그들의 신변보호(불구속, 보복조치 없음)를 내세워 설득하기 시작했다. 생명을 담보로 하는 무모한 투쟁을 포기하고 빨리 밖으로 나올 것을 종용했으나 1차에는 실패했다. 하는 수 없이 본당으로 돌아와 저녁미사와 성체강복을 하고 12시경 다시 그곳으로 가 입갱했다. 그래서 두 시간 마라톤 갱 회담을 통해 그들은 제가 제시한 모든 조건을 수락, 열흘간의 농성을 풀고 나오게 되었다. 조금만 더 있었으면 그들은 목숨을 잃었을 것이고 그들의 수고도 헛된 것이 되었을 것이다.

이날의 체험은 너무나 힘들고 괴로웠으나 산모가 진통을 거쳐 아기를 낳듯이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어찌 보면 이것이 예수님의 죽음을 체험함과 동시에 부활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던 은혜로운 추억으로 남았고, 오늘도 고달픈 삶의 현장에서 고통 받는 형제들과 함께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삼척핵발전소 유치백지화 투쟁을 위한 탈핵미사에 정기적으로 참석하고 신유신 독재 타도를 위한 광화문시국미사, 백남기 임마누엘 농민 쾌유기원미사와 그 밖의 고통 받는 사람들의 현장에 시간 있을 때마다 참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의 체험은 교회의 전례 안에서뿐만 아니라 가난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그들 곁에 같이 있어줌으로써 맛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그들 안에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김한기 시몬 신부 / 원주교구 제천 청전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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