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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가 슬픔을 이기는 방법? <김정용 신부 / 광주교구 >
   기쁨과희망   2016-05-04 16:03:54 , 조회 : 813 , 추천 : 107


저는 ‘5․18 광주의 시민’이 아니라 여전히 ‘5․18 광주의 이방인’입니다. 광주의 슬픔을 그 깊이 그대로 헤아리기란 참으로 어려운 처지라는 말입니다. 그러니 광주가 슬픔을 이기는 방법을 잘 알 리가 만무합니다.
저처럼 5․18 광주의 이방인이긴 하지만, 오랫동안 전쟁가해자 및 전쟁피해자의 정신병리학적 연구를 수행해왔던 일본의 노다 마사아키(1944~) 교수의 2015년 12월 광주 강연 중에서 제가 공감했던 몇 가지 이야기로 이 글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그에 따르자면, 목숨을 바쳐 희생했던 분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고통을 진정으로 들어주는 것이 결코 잊을 수 없는 파국적인 경험을 한 분들의 깊은 슬픔에 한걸음 다가서는 길이라고 합니다. 이것이 5․18 광주의 이방인이 가져야 할 첫 번째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5․18 희생자와 살아남은 분들, 그리고 그 가족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태도를 갖는 것 역시 꼭 필요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분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무자비한 국가폭력 앞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할 지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죽음이 두렵지 않아서가 아니라 죽음의 두려움조차 억누르지 못했던 그분들의 자유에 마땅한 존경을 드리고 감사하는 일이 오늘 우리의 마음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헌신하고 희생했던 5․18 광주시민들의 삶이 헛되지 않도록 하고, 그분들의 삶을 기록하여 되살리는 것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일입니다. “아직도 5․18?” 이렇게 무심코 혹은 의도적으로 내뱉는 말은 희생하고 헌신했던 분들의 귀한 역사를 외면하는 것이고, 그분들의 깊은 슬픔 한가운데에 돌을 던지는 것과 다름이 없는 일입니다. ‘5․18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증거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5․18 부상자나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 중에서 지금까지 42명이 고문후유증, 기질적 뇌손상, 우울증, 환청과 환각 등 온갖 심각한 고통에 시달리거나, 그로 인한 가족해체나 생활고 때문에 이중 삼중의 고통을 안고 살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그분들의 평균 연령은 단지 47세에 불과했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5․18에 대한 완전한 진상규명에 관한 것입니다. 이 일은 언제라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여전히 1980년 5․18 그 당시의 상황과 다를 바 없이, 5․18 광주의 역사를 왜곡하고, 5․18 광주 희생자들을 모욕하는 병적이고 비인간적인 행태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역사의 진실을 외면하는 곳에서는 거짓이 위세를 떨치고, 인간의 불행한 역사가 또다시 반복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광주가 슬픔을 이기는 방법? 저로서는 그 방법을 알 길이 없지만, 5․18 광주 시민들의 희생과 헌신의 역사 앞에 몸을 낮추고, 요한 밥티스트 메츠의 말대로 ‘고통당하는 이들의 권위’ 앞에 기꺼이 마음의 무릎을 꿇는 일부터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정용 신부 / 광주교구, 광주인권평화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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