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udium et Spes Pastoral Institute *
 
 
 
 
 
 
 
 


 



‘기쁨과희망' 후원회원에게 보내는 메세지입니다.


   

캄보디아의 옷 만드는 신부 <이범석 시몬베드로 신부 / 한국외방선교회 캄보디아 지부>
   기쁨과희망   2016-08-10 11:05:54 , 조회 : 753 , 추천 : 101


  스무 살이 되던 해, 저는 동물원의 ‘변해가네’라는 노래를 좋아했습니다. ‘느낀 그대로를 말하고, 생각한 그 길로만 움직이며…’ 모든 것을 나의 마음대로 살고 싶었던 그 때, 인생이란 느낀 그대로를, 생각한 그 길로만 나아가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이제야 돌아보니 그 때의 저는 참 몰랐습니다. 느낀 그대로가 진실이 아니고, 생각한 그 모든 것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서른한 살이 되던 해, 신학생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살이에 정신없이 흐르다가 뒤늦게 하느님이 사랑이심을 깨달았습니다. 늦은 만큼 더 좋은 선교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하고 고민하고 기도했습니다.

  불혹이란 나이에 사제품을 받고, 저는 스무 살의 그 때처럼 또 같은 착각에 빠졌습니다. 이제부터 나는 느낀 그대로, 생각한 그 길로만 나아가겠지. 인생을 아는 나이가 되었고, 신앙을 겸비한 사제가 되었으니 당연히 그렇게 살아가리라 생각했습니다. 좋은 선교사가 되기 위하여 오랜 시간을 준비한 만큼 자신도 있었습니다. 어쩌면 스무 살의 그 때보다 더 많은 꿈을 꾸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선교지로 캄보디아를 발령받았습니다. ‘킬링필드’로 알려진 국민 대학살의 비극을 지나, 30여 년이 넘는 독재 정권으로 국민들의 삶이 피폐해진 가난한 나라입니다. 현실의 가난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듭니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으니 꿈을 꾸는 일조차도 쉽지 않습니다. 일용할 양식을 구하기 위해 치열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 앞에서 저는 부끄러웠습니다. 좋은 사제란 머리로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삶을 통해서 완성된다는 것을 너무나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저는 옷을 만드는 신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넉넉지 못한 환경에 놓인 청년들을 대상으로 옷을 만드는 법을 가르치며, 그들이 최소한의 생계유지를 위한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매일 패턴을 그리고, 원단을 자르고 다림질을 하고, 때로는 고장 난 재봉틀을 고치기도 합니다. 제가 이런 일을 하며 살아갈 줄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도 저는 지금이 참 행복합니다. 좋은 선교 사제란 누구인지 이제야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함께 아파하고 기뻐하며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제. 비록 내가 느낀 그대로, 생각한 그 길로만 움직일 수는 없지만, 그들의 삶에 씨앗이 될 수 있다면, 그들의 삶에 작은 누룩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행복한 사제. 그런 사제가 정말 좋은 사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 저는 좋은 선교 사제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이범석 시몬베드로 신부 / 한국외방선교회 캄보디아 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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