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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임마누엘 <오민환 / 연구원 연구실장>
   기쁨과희망   2016-10-12 17:17:04 , 조회 : 775 , 추천 : 112


“박정희 시대에 핍박받은 사람이 그 딸이 대통령인 시기에 숨졌다.” 미국 LA 타임스가 백남기 임마누엘 농민의 죽음을 이렇게 보도했다.

백남기 농민은 정부에 쌀값 보전을 요구하며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했다. 한 가마니(80kg당)에 “17만원 하는 쌀값을 2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것이 2012년 박근혜 대선 후보의 대표적 공약이었다. 그런데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후 그 쌀값이 오히려 15만원으로 떨어졌다. 말 그대로 폭락이었고, 농민에게는 폭탄이었다. 애당초 지키지 못할 공약이면 내놓지를 말던지, 그 쌀값이 어떻게 된 거냐고, 약속을 지키라고 거리에 나선 노인에게 직사 물대포가 조준되었다. 백남기 농민에게 직사된 물대포 동영상은 잔인하고 거대한 공권력에 무기력하게 쓰러지는 민중의 삶을 고스란히 재현하는 듯해서 더욱 슬펐다.

그날 쓰러져 300일 넘게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다 더 이상 일어나지 못한 백남기 임마누엘. 대학로 서울대병원 입구에 마련되었던 천막 미사도 300일 넘게 진행되었다. 이제는 영안실 한편에서 진행되고 있다. 전국에서 보내준 물품으로 희망 밥차도 운영된다. 엄청난 분량이 도착했다고 한다. 예수께서 오천명을 먹이신 기적이 오늘 백남기 농민의 빈소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아닐 것이다. 결국은 마음이 문제다. 마음이 향하는 곳이 있는 곳이 어디인가가 중요하다. 예수의 말씀에 귀 기울이던 사람들은 마음이 하나로 모아졌다. 그들은 나누면 내가 가진 것보다 더 큰 무엇이 생긴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기적은 천지가 뒤바뀌는 것이 아니다. 일상에서 순리를 어그러뜨리지 않으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것이 기적이다.

임마누엘 농민이 돌아가신 날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죽겠다며 자신의 방에서 곡기를 끊었다. 얼토당토않았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사퇴할 때까지 무기한 단식 선언이었다. 자신은 ‘쇼를 할줄 모르고, 장난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며 결기를 보였다. 하지만 아무도 그가 오래 단식할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단식은 조롱거리가 되었다. 순리가 아니고 몰상식이었기 때문이다. 언론에 실시간 중계된 그의 단식은 결국 6일 만에 접었다.

세월호 유가족 유민 아빠(김영오)가 SNS에 토를 달았다. “저는 특별법 때문에 46일을 단식하다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갔어도 박근혜 정부는 눈 하나 깜짝 안하고 외면했습니다. 오히려 여당 국회의원들이 막말까지 일삼으며 조롱했습니다. […] 여당 의원들의 말대로 단식을 한다고 해서 국회의장직을 사퇴시킬 수 있는 법령이라면, 국민들이 무기한 단식을 하여 이정현 의원을 사퇴시키고 박근혜 대통령도 탄핵시킬 수 있다는 것인가요?”

너무 자주 순리와 상식이 무너진다.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도 그렇다. 병사, 외인사라는 사망진단서의 작성요령을 일반 시민들이 알아버렸다. 외인사로 적으면 그 죽음에 이르게 한 공권력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도 알아버렸다. 검찰은 영장은 집행하기 위해 존재하는 거라며 유가족과 선량한 시민을 압박하고 있다.

임마누엘 농민의 죽음은 우리 시대의 죽음을 은유한다. 그래서 그의 부활을 간절히 믿고 싶다. ‘우리가 백남기다’라는 구호가 더 선명한 가을날이다.


<오민환 / 연구원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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