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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의존 <이철학 / 서울교구 개봉동성당 주임신부>
   기쁨과희망   2016-11-22 15:07:48 , 조회 : 787 , 추천 : 117


   아름다운 의존 - 위령성월을 맞이하며 -

“한 지체가 고통을 겪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겪습니다. 한 지체가 영광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기뻐합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몸이고 한 사람 한 사람이 그 지체입니다”(1코린 12,26-27).

인간은 살아가면서 철저하게 다른 사람들과의 협력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일상생활 속에서 의식주뿐 아니라 생산과 분배 그 모든 전달 과정 속에 서로가 돕고 영향을 주고받는 의존적 공동체 안에 살아가는 존재들인 것이다.

성당에서는 대부분 자원 봉사자에 의존한다. 미사를 준비하는 전례봉사자들, 제대봉사자, 주보를 만들어 내고 청소와 관리는 물론 구역과 지역 단체들이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마음을 써주며, 따뜻한 손길을 멈추지 않는다. 이 ‘아름다운 의존’이 계속 넘쳐 교회공동체를 이끌어가고 있다.

인간의 이 ‘아름다운 의존’은 정신세계, 영적인 삶에도 같은 맥락으로 작용한다. 창세기 18장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의 위기에 처했을 때 의인 열 명만 있었어도 아니 다섯 명만 있었어도 멸망에서 구원되었을 것이다. 우리의 교리는 스스로의 힘으로 구원받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이루어 놓으신 은총의 샘에 의해서 구원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 공로 외에도 모든 성인들, 하느님 백성 전체 모든 선의의 사람들이 이루는 기도와 공로에 의해 보충되고 증가한다. 모든 성인의 통공 교리가 바로 그런 이치다.

11월은 위령성월이다. 그 첫날이 모든 성인의 날이요 특히 11월 2일을 위령의 날로 정하여 세상을 떠난 형제들, 사별한 가족들을 기억하고 기도하며 지내게 된다. 이날은 첫째미사 둘째미사 셋째미사로 이어지는 세 대의 미사를 봉헌한다. 11월 1일부터 8일까지는 묘지를 방문하고 기도하며 전대사의 은혜도 베푸는 특별한 기간을 정하고 있다.  우리들이 바치는 식사 후 기도문을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게 살아있는 우리가 실컷 배부르게 먹고 난 후 영적으로 배고픈 연옥 영혼들을 위해 기억한다는 점이다.

“세상을 떠난 모든 이의 영혼이 하느님의 자비하심으로 평화의 안식을 얻게 하소서.”

즉, 산 이와 죽은 이들이 서로 기억하고 영적인 축복을 나누는 것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또 하나의 ‘아름다운 의존’인 셈이다.

대구교구 성직자 묘역 기둥에 새겨진 말이 떠오른다.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Hodie mihi Cras tibi). 죽음은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죽음에 내 차례가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삶은 선물이요 축복이다. 인간은 살아 숨 쉬는 동안 선물로 받은 고귀한 생명을 서로를 돕고 사랑하는 데 아낌없이 사용하되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억하고 기도하는 데 그 힘을 보태어 ‘아름다운 의존’의 연결고리를 잘 이어가야 할 것이다.  

철학자 카우프만은 “우리 대부분에게는 죽음이 그렇게 일찍 다가오지 않는다. 따라서 죽음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삶이 부패하고 나태해진다”고 지적한바 있다. 재의 수요일에 이마에 재를 바르며 듣는 말이 있다. “사람아 너는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는 권고를 되새기며, 위령성월을 맞이하여 흙에서 왔던 청춘이 이제 다시 흙으로 되돌아가는 자연의 섭리를 일깨우고 우리 자신들의 삶을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살아있는 이는 먼저 돌아가신 이들을 기억하고 기도하니 먼저 떠나간 이들은 우리를 향해 오늘 우리의 삶을 진지하게 투신하도록 초대한다. 이 또한 아름다운 의존이다.


<이철학 / 서울교구 개봉동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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