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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과희망' 후원회원에게 보내는 메세지입니다.


   

세월호 참사 3년 기억시 <상지종 신부 / 의정부교구 교하성당 주임>
   기쁨과희망   2017-04-04 16:21:07 , 조회 : 728 , 추천 : 104



2014년 4월 16일 성주간 수요일 아침

스승 예수를 은돈 서른 닢에 팔아넘긴
제자의 비열함을 욕하던 시간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
“주님, 스승님, 저는 아니겠지요?”
스승의 애끓는 고발과 제자들의 무책임한 발뺌
그 가운데서 나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
참담한 마음으로 묵상하던 시간

세월호는 느닷없이 가라앉고 있었지요
삼백 네 개의 곱디고운 작은 세상을
꼬옥 품에 안고 바다 깊숙이 깊숙이
자신을 잡아 달라는 듯 서서히 서서히

구조하는 이와 구조 받은 이가 더덩실 어울려
참 세상, 살맛나는 세상, 사람 사는 세상
잊혔던 그 세상 다시 품으라는 듯
세월호는 그렇게 가라앉고 있었지요

작은이들이 한 걸음에 달려갔답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구해내려고
죽기 살기로 바다로 뛰어들었답니다
그러나 단 한 사람도 살아오지 못했지요

작은이들은 미안해하고
가족들은 괜찮다했습니다
사람들은 너무 슬펐습니다
사람이기에 사람이기에 너무 슬펐습니다

사람들이 슬퍼하는 그 시간
“나는 아니야. 나는 몰라. 내 책임 아니야”
누군가는 쉼 없이 읊조렸답니다
“가만히 있어. 조용히 해. 네가 뭘 알아?”
누군가는 쉼 없이 윽박질렀답니다
“너 종북이지? 불순세력이지?”
누군가는 쉼 없이 겁박했답니다

세월호를 가라앉힌 사람들
아무도 구하지 않았던 사람들
아무도 구하지 못하게 했던 사람들
세월호를 영원히 가라앉히려던 사람들
세월호 안주에 권력주(勸力酒) 즐기던 사람들

사람이 아닌 사람들이
사람이기를 포기한 사람들이
사람 사는 세상을 유린했지요

그날 그리고 그 후 삼 년
예수가 죽임 당했듯이
세월호는 죽임 당했답니다
예수를 따르던 이들이 죽어갔듯이
세월호를 품으려는 이들이 짓밟혔답니다
예수를 십자가 위에 매달듯이
세월호를 바다 속 깊이 가라앉혔답니다

하루 같은 일 년이 하나 둘 셋
사흘 같은 삼 년이 지나
2017년 4월 16일 예수부활대축일

죽임당한 예수가 사흘 만에 부활하듯이

죽임당한 세월호가 삼 년 만에 부활합니다
예수를 따르던 이들이 다시 살아나듯이
세월호를 품던 이들이 다시 일어섭니다
예수를 죽인 이들이 추락하듯이
세월호를 가라앉힌 이들이 몰락합니다

하얀 슬픔마저 박탈당한 삼 년을 뒤로하고
이제 마음껏 슬퍼할 수 있습니다
마음껏 슬퍼할 수 있어 기쁩니다

맑은 분노마저 짓밟힌 삼 년을 뒤로하고
이제 마음껏 분노할 수 있습니다
마음껏 분노할 수 있어 평화롭습니다

곧은 저항마저 불온시 되던 삼 년을 뒤로하고
이제 마음껏 저항할 수 있습니다
마음껏 저항할 수 있어 자유롭습니다

다시는 죽임당하지 않을 겁니다
다시는 죽임당하지 마세요
다시는 죽임당하지 말아요

검푸른 십자가바다를 뚫고
노란빛 수천 날개 달고 하늘로 오르는
부활하는 세월호와 함께 날아요
그래요 우리 다시 살아요


<상지종 신부 / 의정부교구 교하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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