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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과희망' 후원회원에게 보내는 메세지입니다.


   

“왜 사제인가?” <최광혁 베드로 신부 / 청주교구 사직동 본당>
   기쁨과희망   2017-07-12 14:49:48 , 조회 : 534 , 추천 : 131



교구 후배 사제의 폭행사건 소식을 접하며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어쩌다 우리 모습이 이렇게까지 황폐해졌는지, 자괴심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사건의 전말을 이해하고 정리해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동영상을 본 순간, 모든 것이 허물어지고 정지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충격과 실망으로 상처받았을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청합니다. “저희가 하느님과 형제들에게 큰 죄를 지었습니다. 부디 용서하여주십시오!”

영상 속의 모습이 쉽게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참 끔찍한 장면이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의문이 들었습니다. 저것이 과연 누구를 향한 분노인가? 저렇게 죽이고 싶도록 미워하는 대상이 누구일까? 저는 눈앞의 그 사람이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내부의 문제라고 느꼈습니다. 우리가 형제간의 돈독한 우애로 살아왔다면, 우리가 친교와 나눔으로 일치를 이루고 살아왔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참사였을 것입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알았습니다. 모든 사제들 안에 남아있는 근본적인 선의도 신뢰와 존중을 받지 못하면 질식될 수 있고, 차별과 억압을 받으면 악의로 변할 수도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왜 교회인가?”

삼위일체이신 사랑의 하느님의 친교와 나눔, 소통과 일치를 살아가는 것이 교회입니다. 교회가 간직하고 전해야 하는 복음의 본질은 십자가의 비폭력이며 십자가의 자기  희생입니다. 주교님들이 사제들을 신뢰하지 않고, 사제들이 교우들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신앙공동체가 아닙니다. 있는 사람 귀하게 섬길 줄 모르고 없는 사람 데려다가 숫자만 불리려 한다면 희망을 저버리고 야망을 좇는 일입니다. 내리사랑이 사라진 권력구조라면 그 자체가 이미 폭력입니다. 교회의 모퉁이 돌이 되신 그리스도는 살아있는 돌이십니다. 그분은 교회의 구성원 모두가 살아있는 돌이 되기를 바라십니다. 그분이 바라시는 교회는, 집짓기를 바라는 자들의 세속적인 권력구조가 아니라, 서로의 존엄함과 평등함을 공유하며 북돋우는 형제들의 공동체입니다.  

“형, 신부가 뭐야?” 몇 해 전 그 후배사제가 저에게 던진 질문이었습니다. 다시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봅니다. “왜 사제인가?” 사제직은 ‘십자가의 자기희생’ 외에 다른 것이 아닙니다. 말씀의 선포도 사목활동도 중요한 직분이지만 그것은 우리의 신원은 아닙니다. 우리의 신원과 사명은 사제직에 결집되어있습니다. 거룩한 말씀의 선포도 열심한 사목활동도 십자가의 자기희생이 없다면 공허하게 울리는 징과 요란한 꽹과리 소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사제는 날마다 입는 제의를 자신의 수의로 알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한 사제가 큰 잘못을 범했습니다. 그만 사라진다면 교회는 거룩해질까요? 주님이 물으십니다. “네 아우 아벨은 어디 있느냐?” 이번 사건이 교회와 사제단을 위한 성찰과 쇄신, 정화와 성화의 계기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최광혁 베드로 신부 / 청주교구 사직동 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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