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udium et Spes Pastoral Institute *
 
 
 
 
 
 
 
 


 



‘기쁨과희망' 후원회원에게 보내는 메세지입니다.


   

성인, 복자를 교회 안에 가둬둬서는 안 된다 <이영춘 사도요한 신부 /호남교회사연구소 소장>
   기쁨과희망   2017-09-11 11:35:19 , 조회 : 745 , 추천 : 305


  
필자가 있는 본당은 시골과 도시의 경계에 있는 아주 작은 본당이다. 그래도 초중고 학생들이 20여 명 있고, 청년 교리교사들도 6명이 활동하고 있다. 가족적인 분위기라 여러 활동을 함께할 수 있어서 좋다. 올해도 순교자 성월에 어떤 교리와 프로그램을 할지 열띤 토론을 벌였다. 순교자성월이라 주 내용이 대부분 성인, 복자, 성지, 성지순례와 관계된 내용이었다. 그때 필자가 이런 의견을 냈다. 교리로는 5·18민주화 운동에 관하여, 프로그램은 광주 망월동 5·18 묘역을 순례하자는… 교리교사들은 상당히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순교자 관련 내용인데, 대관절 5·18민주화 운동이니, 망월동묘역 순례니 하는 소리가 뭔가 하는 표정이었다.

필자는 교리교사들에게 설명했다. 순교자들은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치신 분들이다.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는 것은, 하느님을 위하여, 진리를 위하여 목숨을 바치셨다는 뜻이다. 이러한 정신이나 영성은 단지 신앙의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이 세상 안에서 자유와 진리, 그리고 형제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일까지도 포함되는 일이다. 5·18민주화 운동을 포함한 수많은 민주화 운동들은 바로 그런 뜻을 증거하는 사건이었고, 목숨을 바친 이들은 “벗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그대로 실천한 세상의 순교자였다라고….

이렇게 설명하고 나서 순교자 성월에 성인, 복자, 순교자들에 대한 교리와 성지순례를 하는 것도 큰 의의가 있지만, 세상 안에서 진리와 자유를 위해 순교한 분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그 묘역을 순례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힘주어 얘기했다. 그런데 토론 중에 알았던 더 놀라운 것은, 교리교사들 중 누구도 5·18민주화 운동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도 없었고, 망월동 묘지를 가 본 교사도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이게 현실이다.

요즘 한국천주교회는 세상과 형제, 진리와 자유에 대한 불감증이 더 심화된 듯하다. 순교자 현양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고, 103위 성인과 124위 복자를 지닌 순교자의 후예라는 자부심도 커졌으며, 성지순례를 하는 순례자들도 부쩍 늘어났다. 그런데 세상과 형제의 아픔·고통에 대해서는, 진리와 자유를 위한 거룩한 분노에는 오히려 무뎌졌다.

성인과 복자, 순교자들의 정신과 영성을 교회 안에 가둬둬서는 안 된다. 그분들은 진심으로 하느님과 그 진리를 사랑했고, 형제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가치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민주화 운동을 하다 희생되신 분들 또한 그런 맥락과 다르지 않다. 그분들 또한 넓은 의미로 순교자이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모범으로 삼아야 할 분들이다.

올해 순교자 성월에는 진리와 자유를 위해, 세상의 고통을 위해 목숨을 바치신 분들을 기억하고 마음에 새겨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이영춘 사도요한 신부 /호남교회사연구소 소장 겸 전주교구 용진본당 주임신부>



     

Copyright 1999-2018 Zeroboard / skin by 8tun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