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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소리 <강송수 에디지오 / 서울교구 상봉동 성당 주임 신부>
   기쁨과희망   2017-11-09 10:32:40 , 조회 : 473 , 추천 : 178



내가 지난 2016년 9월에 걸었던 산티아고의 순례길은 대개의 순례자가 걸어가는 길이 그런 것처럼 산티아고 데 꼼포스텔라로 가는 길에는 많은 순례자들이 물밀 듯이 몰려와서 걸어가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그런 사람들 중에는 나처럼 혼자 걸어가는 사람도 있고, 또는 부부가 걸어가거나 3~4명의 친구들이 함께 걸어가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사리아의 알베르게에서 새벽에 일어나서 짐을 챙기고 나는 버릇처럼 순례길을 나섰는데, 그날도 산티아고 데 꼼포스텔라로 걸어가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 섞여서 말없이 기도하면서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걸어가는 동안에 나는 무심결에 나보다 앞서서 걸어가고 있었던 어떤 청년을 보았는데, 그 청년은 노란색 티셔츠를 입고 한 눈에 보아도 몸무게가 약 100kg는 쯤 되고 키도 190cm는 충분히 될 것 같았다. 그렇게 크고 무거운 사람이 내 앞에서 걸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눈길을 주게 되었는데, 사리아에서부터 나의 걸음이 속도가 붙어서 잠깐 사이에 그 청년을 지나서 그렇게 한동안 계속 순례길을 걸어갔다.

아마도 그날은 날씨가 아주 좋아서 하늘에 구름도 거의 없었고, 햇볕도 좋았기 때문에 길을 걸어가는 동안 나도 땀을 많이 흘리면서 걸었다. 그렇게 땀을 흘리면서 빼드로우소를 지나가고 있었는데, 나는 그 길에서 사리아에서 보았던 그 노란색 티셔츠를 입은 청년을 다시 보게 되었다. 빼드로우소로 걸어가는 많은 순례자들이 더운 날씨 때문에 잠시 길가에 앉아서 쉬고 있는 틈을 비집고 나도 한자리에 앉아서 쉬면서 땀을 식히고 있었는데, 예의 그 노란색을 입은 청년도 조금 앞에서 쉬고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호기심이 생겨서 그 청년에게 짧은 영어로 말을 걸어 보았다. 내 생각에 몸이 100kg이 넘어 보이는데 어떻게 800km가 넘는 산티아고 데 꼼포스텔라의 순례길을 걸어가려고 했는지가 궁금했던 것이다. 그러게 해서 그 청년에게 말을 걸게 되었는데, 자기는 독일에서 왔는데, 다른 사람들처럼 무턱대고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이 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걸어간다’고 말했다. 즉 자기는 다른 사람들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페이스를 맞추어서 걸어가고 있어서 문제없이 걸을 수 있다고 했다. 처음에 이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그런가보다 했었는데 이상하게도 순례길을 걸어가는 동안 계속 이 말이 나를 붙잡았다.

‘내 몸이 하는 소리를 듣고 걷는다’라는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 말이 나에게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즉 그 말을 듣고 나는 스스로에게 ‘이 순례길을 어떻게 걸어가고 있는 것인가’를 묻게 되었다. 과연 나는 이 순례길을 걸으면서 ‘내 영혼의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인가?’ 사실 나는 순례길을 걸어가면서 오래 전부터 하느님께서 내 영혼에게 들려주신 말씀을 가끔씩이라도 들어보고 싶었다. 만일 내가 그렇게 소원하던 대로 진작 내 영혼의 소리를 잘 들을 수 있었다면 나에게 먼 미래에 다가올 죽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또 이렇게 순례길을 걸어가지 않더라도 하느님의 뜻을 따라서 살아가는 것이 더 쉬웠을 것이다.


<강송수 에디지오 / 서울교구 상봉동 성당 주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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