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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이슈와 일상의 물음 속에서 시대의 징표를 읽어내려는 우리들의 생각을 모아봅니다.


   

대한민국, 천국과 지옥 사이 <오민환 / 연구실장>
   기쁨과희망   2019-06-04 11:18:51 , 조회 : 14 , 추천 : 2


  

2019년 대한민국 국회를 두고 ‘식물국회, 동물국회’ 그리고 마침내 ‘무생물국회’라고까지 말한다. 도대체 일하지 않는 국회를 두고 이르는 말이다. 일하지 않고 세비를 타 먹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게다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보면 대략 80%에 가까운 찬성률을 보인다. 국회에 대한 대단한 불신이다.

링에는 오르지 않고 관중석만 돌아다니던 꼴이 되어버린 야당대표 황교안의 소위 ‘민생투쟁 대장정’. 민생을 내팽개친 대장정도 기이했지만, 그가 관중석을 돌고 와서 한 말은 더욱 기가 막혔다. “현장은 지옥과 같았고 시민들은 살려달라고 절규했다.” “이것이 오늘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지옥’이라는 말에 대장정이 아닌 대부흥회를 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하긴 그는 “50년 동안 주일예배를 단 한 번도 빠진 적” 없고 자신의 모든 치적을 예수님 덕으로 돌리는 독실한 전도사라고 한다.

그는 그저 습관적으로 의무적으로 주일미사에 참석하는 나의 신앙을 돌아보게 했다. 그로 인해 그리스도인의 믿음이란 무엇이고, 또 지옥은 도대체 무엇인가, 다시 묻게 되었다. 일단 그의 말을 들으면서, 명동 한복판이나 서울역에서 자주 보았던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는 깃발이 떠올랐다. 아, 그러나 우선 예수께서는 세상을 천국과 지옥으로 나누지 않았다. 또 그리스도교의 세례가 보여주듯이, 그리스도인은 평등의 세상을 원한다.

한국 사회는 지옥! 지옥 맞다. 왜 지옥인가 하면, 아직도 자식들의 죽음에, 또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5·18광주와 세월호에 갇혀있다. 그들은 아직 지옥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충분한 애도와 진실 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세월호 참사 5주기였다. 5년 전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의 망언이 잊히지 않는다. “나라가 침몰하려고 아니 이 꽃다운 애들을 침몰시키면서 국민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게다가 “세월호 유가족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먹고 진짜 징하게 해쳐먹는다”(차명진, 세월호 참사 5주기 하루 전날).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으라 하세요. 죽은 애들이 불쌍하면 정말 이러면 안 되는 거죠. 이제 징글징글해요”(세월호 5주기 맞은 16일, 정진석). 막말의 주인공, 이 두 정치인의 이력을 보니 더 놀랍다. 이 둘은 여호수아, 사비오라는 세례명을 가진 천주교인이라 한다.

이쯤 되면 우리 신앙의 정체가 무엇인지, 우리가 무엇을 신앙의 토대로 하고 있는지, 상당한 의심을 갖게 한다. 참, 이들을 비롯한 막말주의자들에게 프린스턴대학 프랭크퍼트 교수가 쓴 <개소리에 대하여·On Bullshit> 일독을 권한다. 그의 말이다. “개소리쟁이는 진리의 권위에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다. 이 점 때문에, 개소리는 거짓말보다 훨씬 더 큰 진리의 적이다.”

위기의 한국, 지옥 한국을 그리스도교 신앙으로 천국을 만든다고? 어불성설이다. 독일 뮌스터대학 교의신학 교수였다가 마인츠교구장이었던 헤르만 폴크 추기경(1903-1988)은, “나는 지옥이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 지옥에 누군가 있다고 믿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말에 세익스피어가 <템페스트>에서 한 말을 덧붙이면 지옥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지옥은 텅 비어 있고, 악마는 모두 여기에 있다.” 5·18광주, 장자연, 버닝썬, 김학의, 세월호, 백남기, 용산 남일당 … 모두 슬프고 두렵고 불편한 이름들이다. 한 신학자와 한 문학가의 말대로, 지옥은 없지만 악마는 있는 것 같다. 지금 여기에.

<오민환 /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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