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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이슈와 일상의 물음 속에서 시대의 징표를 읽어내려는 우리들의 생각을 모아봅니다.


   

익명성에 가로막힌 정의 <박은성 / 인권의학연구소·김근태기념치유센터, 사무국장>
   기쁨과희망   2019-07-01 17:48:09 , 조회 : 19 , 추천 : 2


  

서슬 퍼런 유신정권 시절인 1974년 3월 15일, 중앙정보부장 신직수는 “지난 10여 년 동안 적발된 간첩단 사건 중 가장 큰 사건”을 적발하였다고 기자회견을 하였다. 이 사건이 ‘울릉도 간첩단 조작사건’이다. 중앙정보부는 1974년 2월부터 49명을 불법구금과 고문으로 간첩단 사건을 조작하여, 32명을 기소했다. 1974년 4월 8일, 대법원은 사형 3명, 무기징역 4명, 징역 15년 1명, 징역 10년 6명 등 32명 전원에게 유죄를 확정했다. 이날은 대법원이 인혁당 사건 관련자 8명의 사형을 확정한 날이다. 울릉도 간첩단 조작사건으로 유죄를 받은 32명 중 전라북도 사람이 12명인데, 이들은 울릉도에 가본 적도 없고, 울릉도 관련한 20명을 알지도 못했다.

울릉도 간첩단 조작사건 피해자 중 전라북도 출신인 이사영은 1974년 2월 중앙정보부에 불법 연행되어 불법구금과 고문을 당해 간첩으로 조작되어 징역 15년형을 선고받고 1987년 12월 가석방됐다. 이사영은 가석방 이후 2008년 10월까지 21년 동안 보안관찰 속에서 또 다른 감옥생활을 하였다. 이사영은 1974년 2월 중앙정보부에 불법 연행된 지 40년이 지난 2014년 12월 24일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재심을 통해 무죄를 확정받았다.

2018년 10월 17일, 이사영은 다른 간첩 조작 피해자들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장에 섰다. 이사영은 울릉도 사건 조작으로 보국훈장을 받은 중앙정보부 수사관 5명의 훈장 취소를 촉구했다. 행정안전부는 2019년 5월 7일 울릉도 간첩단 조작사건 가해자 3명을 포함 간첩조작사건 가해자 8명의 보국훈장을 취소했다. 행정안전부는 울릉도 사건으로 보국훈장을 받은 안○○, 장○○, 한○○이 받은 보국훈장을 거짓 공적을 사유로 취소했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어떤 기관의 누가 어떤 이유로 공적을 받았고, 어떤 이유로 공적이 거짓으로 판명됐는지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고문, 간첩 조작, 중앙정보부라는 단어조차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사영은 “사건에 가담한 수사관들 다 취소되어야 하는데, 일부만 취소됐다. 차철권이 취소 명단에 없다. 내가 알기로는 차철권은 최종길 교수를 고문으로 죽인 책임을 지고 잘리게 생겼는데, 우리 사건을 조작하고 포상과 훈장을 받고 진급했다. 피해자의 이름은 밝히면서 훈장 취소된 가해자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우리가 무죄를 받았으면 가해자는 당연히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2019년 6월 28일 인권의학연구소·김근태기념치유센터가 주최한 ‘2019 국제 고문피해자 지원의 날’ 행사에서 강조했다.

아직도 일부 공당의 대표, 국회의원, 종교인이 서슴없이 상대를 무턱대고 좌파, 빨갱이로 지목하고 공격하고 있다. 가해자의 책임을 묻지도 않고 이름도 밝히지 않은 우리의 근현대사가 만들어낸 현실이다. 간첩조작의 구체적인 진실과 피해자의 고통이 사회적으로 기억되고, 가해자에 대한 적절한 처벌이 이루어지는 것이 여전히 지속되는 빨갱이 덧씌우기와 인권침해의 재발을 방지하고, 정의를 강물처럼 흐르게 하는 길이다.


<박은성 / 인권의학연구소·김근태기념치유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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