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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이슈와 일상의 물음 속에서 시대의 징표를 읽어내려는 우리들의 생각을 모아봅니다.


   

분노의 이유 <장유진 수산나 / 수원교구>
   기쁨과희망   2019-10-04 14:50:51 , 조회 : 18 , 추천 : 0


  

면접관: (이력서를 가리키며) 25번! 우리 시간 뺏고 싶으면 25번 시간 먼저 채워왔어야지. 저 친구들이 유학 가고 대학원 가고 해외 봉사 가고 그럴 때 25번은 뭐 했어요? 열정은 혈기가 아니라 스펙으로 증명하는 거죠.
주인공: 저는 돈 벌었습니다. 유학 가고 해외 봉사 가고 그러실 때 저는 돈 벌었습니다. (주인공의 독백) 우리는 항상 시간이 없었다.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고 남들보다 늦게 자는데도 시간이 없었다. 누구보다 빡세게 살았는데 개뿔 모르는 이력서 나부랭이가 꼭 내 모든 시간을 아는 척하는 것 같아서 분해서, 짜증 나서.
‘쌈마이웨이’라는 과거 드라마의 한 장면이다. 작금의 젊은이들의 분노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얼마 전 조국 법무부장관의 임명을 앞두고 딸에 대한 특혜의혹으로 시끄러웠다. 부모의 뒷배를 등에 업은 부내나는 젊은이처럼 비쳤다.

옆에서 지켜본 것도 어떤 것이 진실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누군가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부모의 재능은 물려받았을 것이고, 부모 역시 뒷배가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과거 독재 시대 때는 정치에 대한 불만이 있어 데모하고 투쟁을 했지만, 대학교를 졸업하면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일이 없었다. 진짜 개천에서 용나는 시대였다. 열심히만 공부한다면 혹은 열심히 노력한다면 중산층으로 진입할 수 있는 장벽이 낮았다.

지금은 자유민주주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먹고사는 문제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앞도 뒤도 보지 않고 열심히 살다가 가끔 고개를 돌려보면 똑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배경으로 마치 에스컬레이터, 혹은 고속 엘리베이터를 탄 것 같은 사람들을 보게 된다. 마치 나는 물의 세상에 살고 있고, 그들은 기름 위에 사는 사람들처럼 느껴진다. 그 진입 장벽은 마치 점점 견고해져만 가는 것 같다.

그런 상대적 박탈감이 조국의 딸에게 투영된 것이 아닌지 생각해본다. 아빠가 법무부장관이고, 엄마가 교수인 데다가 본인도 외고 출신에 대학원을 다니는 수재라…. 누가 봐도 부러운 금수저다. 돈, 명예, 지적 능력 무엇 하나 빠지질 않으니 누구에게나 부러움을 살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가지고 태어난 재능을 빼앗을 수는 없다. 각자 자신의 재능은 각양각색이고, 그 능력을 찾고 개발하는 것은 개인의 노력이다. 하지만 거기에 부모의 뒷배가 개입되었다는 것에 젊은이들은 분노하고 있다.
먹고살기 바빠서 자식들을 학원에 몰아넣고 돈벌기가 자신의 사명인 양 일하는 부모들이 대부분이다. 열심히 노력한다고 하지만 대부분 청소년은 대학가기에 알맞은 이력을 채우느라 바쁘고, 청년들은 이력서에 채울 이력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하향 평준화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개성이 공존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젊은이들은 분노할 것이다. 19대 대통령의 취임사에서처럼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기회는 평등하게” 차별 없는 세상이 되었을 때, 젊은이들의 분노가 고요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장유진 수산나 / 수원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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