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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이슈와 일상의 물음 속에서 시대의 징표를 읽어내려는 우리들의 생각을 모아봅니다.


   

박 신부의 대수천 체험기(4)-이제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박주환 미카엘 신부/대전교구>
   기쁨과희망   2020-07-29 14:49:38 , 조회 : 13 , 추천 : 0


  

박 신부의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이하 대수천) 체험기(4)
-이제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

얼마 후, 아는 신부님께 연락이 왔습니다. 대수천에서 교구청 앞에 와서는 집회를 하고 있다는 연락이었습니다. 교구청 입구 맞은편에 “인간 말종 패륜아 박주환 신부를 파문하라”는 현수막도 걸려 있는 사진을 보았습니다. 저는 요양기간 중이었기 때문에 직접 가서 보지는 못했지만 한편으로 저 어르신들이 불쌍하게 보였습니다. ‘아! 대수천을 반대하면 무조건 빨갱이, 정구사, 인간 말종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헛웃음도 나왔지만 한편으로 대한민국의 거친 세파를 살아온 어르신들이기에 저러시겠지 생각했습니다. 무슨 ‘대수천 교리연구소장’이라는 분은 인터넷에 칼럼까지 써가며 제가 무슨 사고를 쳐서 요양 중이라는 식의 글도 쓰면서 애써 깎아 내리려는 그 노력이  안쓰럽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일개 별 볼 일 없는 지방 교구 신부의 말에 왜들 그리 호들갑인지 한편으로는 의아하기까지 했습니다.

늦은 밤 자기 전에 이 일들을 떠올리며 정리하다가 무언가 마음 한편에서 다시 살아야겠다는 열망이 솟았습니다. 이대로 사제로서의 삶을 끝낸다면 돌아가신 어머니도 슬퍼할 것이고 저를 위해 기도해주신 수많은 분들, 동기 신부님들, 그리고 아버지, 가족들 얼굴이 하나하나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고민도 나누며 때로는 벗처럼 때로는 형님처럼 늘 도반의 여정에 함께 해주셨던 선배 신부님의 전화 한 통이 돌처럼 딱딱하고 깊게 닫혀있던 제 영혼을 눈처럼 녹였습니다. 그 선배 형님은 저에게 전화해서 깊은 한숨을 쉬다가 긴 침묵 후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주환아! 그냥 같이 살자. 교구에서 같이 사니깐 좋걸랑. 잘 지내다가 와서 보자”

며칠 후 저는 교구장 주교님을 찾아뵈었습니다. 주교님께서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해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주교님께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주교님, 물류센터에서도 일해보고 창틀 만드는 공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들과도 같이 일해보고, 버스 운전 일도 해보고 했는데 우리 신자 분들이 얼마나 어렵게 돈을 벌고 생계를 유지하는지 절실히 느꼈습니다. 주교님, 성경말씀 그대로입니다. 약은 청지기의 말처럼 빌어먹자니 구차하고 일을 하자니 힘에 부쳐서 다시 돌아왔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살겠습니다.” 그리고 지난번 강론 길게 하면서 저더러 청년회나 교사회 같이 하자 했던 신부님 말씀을 드리며 강론을 최대한 짧게 하겠다는 다짐도 말씀드렸습니다. (돌아온 후 저는 다시 강론이 길어졌습니다.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병원 미사를 할 수 없어 다시 긴 침묵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주교님께서는 이런 저의 말씀을 가만히 듣고 계시다가 다음 소임지 어디 가고 싶냐 물으셔서 저는 그저 주교님께서 보내주시는 대로 가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고는 지금 일반 대학병원에서 병원 사목을 하게 되었습니다.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가운데 사제를 간절히 찾는 신자 분들의 모습에서 내가 왜 사제직을 그만두려했던가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고통 속에서 단단해지고 성장한다’는 지식이 병원에서 예수님을 찾는 아픈 신자 분들의 간절한 모습 속에서 체험으로 바뀌어가는 기적을 목격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대수천에서 제가 속한 교구 선배 신부님 한 분을 고소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그 이유는 그 선배 신부님이 강론 때 대수천을 모욕하는 말을 했다는 취지로 어떤 의문의 자매님이 대수천에 제보해서 대수천에서는 이 사실을 묵과할 수 없고 그래서 대수천에서 그 선배 신부님을 고소했다는 요지였습니다. 다시 제 온몸에 열이 뻗치는 것이 도저히 모른 척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다시 새 삶을 살고 있는 저에게 이제는 아쉬울 것도 두려울 것도 없었습니다. 이제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 그게 솔직한 마음이었습니다.  


<박주환 미카엘 신부/ 대전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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