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udium et Spes Pastoral Institute *
 
 
 
 
 
 
 
 


 



사회적 이슈와 일상의 물음 속에서 시대의 징표를 읽어내려는 우리들의 생각을 모아봅니다.


   

박신부의 대수천 체험기(6)-신부가 신자를 고발하다!<박주환 미카엘 신부/ 대전교구>
   기쁨과희망   2020-10-12 14:57:52 , 조회 : 19 , 추천 : 1



  수집된 입증자료를 바탕으로 저는 소장을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간결하고 정확하게 작성하려고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마침내 작성완료 후 경찰서가 아닌 검찰청 민원실에 가서 고소장을 접수했습니다. 고소장에 적시한 혐의는 ‘명예훼손과 모욕죄’였습니다. ‘정신질환자’ ‘개 같은 놈’ ‘인간이 아니다’ ‘저런 놈이 어떻게 신부가 됐는지 모르겠다’라고 마이크를 들고 외쳐대는 소리를 자신들 유튜브에 올렸다가 지웠지만, 원본영상은 이미 제가 받아 놓았으니 결정적 증거로 부인할 수 없는 입증자료였습니다. 얼마 뒤 경찰서에서 고소인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4시간 동안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뒤에 작성 된 조서를 꼼꼼히 읽어보고 지장을 찍었습니다. 그 후 또 한 번 조사를 받았습니다. 준비된 유튜브 영상 녹화원본과 녹취록을 바탕으로 최종조사 후 사건은 검찰로 넘어갔습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그리고 또한 가톨릭교회의 일개 교구 사제로서 이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수없이 생각하고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고소를 해야겠다’ 였습니다. 가만히 보면 대수천은 늘 대다수 선량한 사람들의 힘을 빼는 어느 집단처럼 ‘~카더라. 아니면 말고’ 식의 프레임으로 특히 교구 사제들의 사목적, 교회법적 정당한 권한을 ‘성직자 권위주의’라는 부정적이고 모호한 구호 방식으로 자신들 입맛에 맞게 포장하며 늘 공격해 왔습니다.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신학교에서 배웠는데 대수천은 마치 ‘독수리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길, 뱀이 바위 위를 지나는 길, 사내가 젊은 여자를 거쳐 가는 길’(잠언 30,19 참조)처럼 그런 길을 걸어가라고 교구 사제들에게 요구하고 이를 거절하면 늘 사탄으로 몰아왔습니다. 직접 대수천에 이야기해도 코웃음과 비웃음뿐, 두 세 사람과 함께 직접 가서 이야기하니 욕하고 때리며, 마침내 교회에 알려도 참고 인내하자 하시니, 그들을 국가법에 따라 고소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대수천에서 적잖게 당황했나 봅니다. 예상한 대로 ‘천주교 신부가 신자를 고소했다’부터 시작해서 ‘사탄’이랍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저는 즐겁게 지내고 있다 보니 대수천에서 답답했는지 제가 소임을 하고 있는 병원까지 찾아와서는 병원사목하는 저를 내쫓으라 요구하고 병원 앞에서 시위를 했습니다. 당사자가 직접 찾아오지는 못하더라도 전화나 문자만으로도 미안하다 한 마디만 해도 고소를 취하해드리려 했지만, 오히려 대수천의 주특기인 적반하장(賊反荷杖)으로 저를 더욱 죽이려고 드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오히려 연민의 감정이 북받쳐 올랐습니다.

병자영성체와 미사 후에 저는 입고 있던 수단을 그대로 입고 밖으로 나가 경찰저지선 한계까지 가서 대수천 어르신들을 보며 묵주기도를 바쳤습니다. 병원을 오고 가는 사람들은 무슨 일인가 쳐다보다가 이내 병원으로 들어갔습니다. 지나가던 인근 본당들의 신자 분들, 그리고 병원 봉사자 분들이 한 분 두 분 오시더니 혼자 묵주를 들고 있던 제 곁으로 말없이 다가와서는 같이 묵주기도를 하셨습니다. 대수천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고는 ‘사탄이 성모님을 모독하는 거짓 기도를 바치고 있다’며 마이크를 잡고 시끄럽게 떠들어 대었습니다. 역시 대수천의 또 다른 주특기, 마이크와 스피커와 피켓과 현수막을 펼쳐들고 저주의 막말을 쏟아내며 그런 집회를 통해 무언의 압박을 하면 제가 고소를 취하할 줄 알았나 봅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병원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으니 무슨 의료사고가 나서 시위한 줄로 병원 고객들이 문의를 한다는 병원 측의 난감한 모습과 더불어 교회가 운영하는 병원이 아닌 일반 대학병원이다 보니 봉사자 분들과 원목실 수녀님과 함께 천주교 원목실이 있다는 홍보를 1년 넘게 열심히 했지만 결과는 별로였습니다. 지하 2층 창고가 있는 곳에 천주교 원목실이 있다 보니 병원을 찾는 신자 분들도 잘 몰랐는데 주님께서는 대수천의 집회시위를 통해 지역사람들에게 ‘아! 이 대학병원에도 천주교 원목실이 있고, 천주교 신부가 있구나!’하는 홍보효과를 크게 드러내게 해주셨습니다.

대수천 덕에 손대지 않고 코를 풀어버린 격이었습니다. 실제로 대수천 집회 이후로 병원 원목실에 더 많은 신자 분들이 찾아오시고 전화를 하시면서 병자성사를 요청하셨습니다. ‘사람의 방식과 하느님의 방식은 다르다’는 말을 직접 체험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박주환 미카엘 신부/ 대전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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