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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이슈와 일상의 물음 속에서 시대의 징표를 읽어내려는 우리들의 생각을 모아봅니다.


   

상처의 연대 - 길거리 미사의 힘 <한경아 / 서울교구>
   기쁨과희망   2016-01-06 16:29:12 , 조회 : 795 , 추천 : 136


   ‘길거리 미사’ 관련 글을 부탁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말이 “왜 길거리 미사에 참여하죠?”라는 질문으로 들렸습니다. 무슨 차이가 있을까, 없을까? 잘 모르겠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이 단체가 주관하는 ‘수요시위’가 지난 12월 30일로 1211차를 맞이했습니다. 일본정부의 공식적인 사죄를 요구하는 시위가 매주 기네스 기록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왜, 23년이 넘는 그 긴 시간 동안 시위가 진행될까요? 일본의 사죄와 법적배상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죄는커녕 역사왜곡을 일삼고 있는 일본정부입니다. 수요시위는 일본의 역사왜곡을 고발하고, 우리에게는 치욕의 역사, 억울한 역사를 기억하게 합니다. 시위에 참여한 많은 중·고등학생들과 시민들 모두 일제강점기 일본의 만행을 고발하고 일본정부와 한국정부에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으라고 외치고 또 외치고 있습니다.

‘미사’란 사도신경에서 고백하는 주님의 삶과 죽음, 부활을 기억하는 것이라 알고 있습니다. 신학적으로 어떤 역사와 의미를 갖고 있는지 저는 잘 모릅니다. ‘길거리 미사’의 처음은 함께하기 위함입니다. 국가공권력과 거대자본, 기득권으로부터 한없이 외면당한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해 미사를 봉헌합니다.

용산참사로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유가족들과 철거민, 강정마을의 평화, 핵발전소 폐기와 반대를 위해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 철탑이나 고공으로 올라간 노동자 해고자들… 그리고 너무나 끔찍한 세월호 희생자와 가족들과 함께 하기 위해 미사를 봉헌합니다. 함께하며 아픈 이야기를 나누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합니다. 그것을 우리는 연대라고 부릅니다. 연대 속에서 함께 진실에 다가갑니다.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이해하면서 함께 아파합니다. 미사를 함께하다보면 그들의 아픔이 우리와 나의 아픔이 되어 다가옵니다. 오랜 시간을 함께한 부부의 얼굴이 서로 닮아있듯이 함께 길거리 미사를 봉헌한 사람들의 마음도 닮아있습니다. 현장에서 온전히 삶을 살아야 하는 철거민 노동자, 즉 당사자들은 함께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에게 감사함에 수줍게 인사하고 현장을 찾아온 이들은 왠지 모르는 미안함에 인사를 건넵니다. 그 마음들이 모여 우리 서로의 마음이 변화되는 기적 같은 변화를 경험합니다.

요즘 길거리 미사가 이곳저곳에서 봉헌됩니다.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서까지도 함께합니다. 용산·강정·쌍용 자동차 해고자 복직을 위한 미사처럼 긴 시간 동안 미사를 봉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긴 시간을 무사히 이끌어 갈 수 있는 힘이 미사를 통해서 승화되고 변화됩니다.

길거리 미사를 준비하며 날씨 걱정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날씨는 미사에 함께하기 위한 마음들을 어쩌지 못합니다. 궂은 날씨일수록 미사에 함께하는 분들이 더 많습니다. 모두가 하는 말이 날씨 때문에 사람들이 덜 올까봐 함께 한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이게 길거리 미사의 힘입니다. 뭐라고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진실의 힘이 궂은 날씨 따위를 무시하게 만듭니다.

제주 강정에서는 지금도 매일 오전 11시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에서 미사를 봉헌합니다. 과학의 힘으로 거대한 자연을 거스릅니다. 그것을 단 1초라도 막기 위해 공사장 정문 앞에서 미사를 봉헌합니다. 공권력에 의해 미사를 봉헌하는 사제가 처참하게 들려나옵니다. 그것을 경험한 사람은 모두 눈물을 흘립니다. 그렇게 미사에 함께하신 분들은 강정을 잊지 못하고 멀리서도 함께 아파합니다. 그 마음을 모아서 하늘에 닿기를 오늘도 기도합니다. 길거리 미사가 없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합니다. 매주 수요시위가 마지막 수요시위이기를 바라는 마음처럼 말입니다.  

한경아 세실리아 / 서울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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