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udium et Spes Pastoral Institute *
 
 
 
 
 
 
 
 


 



사회적 이슈와 일상의 물음 속에서 시대의 징표를 읽어내려는 우리들의 생각을 모아봅니다.


   

‘5․18엄마’가 ‘4․16엄마’에게 <박은성 / 인권의학연구소 기획팀장>
   기쁨과희망   2016-05-04 16:06:33 , 조회 : 575 , 추천 : 80


“당신 원통함을 내가 아오. 힘내소, 쓰러지지 마시오.”

5·18민주유공자유족회 등 5·18단체 회원들이 작년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진도 팽목항에 내건 현수막의 내용이다.

전두환의 신군부는 학살을 은폐시키고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광주민주화항쟁을 불순분자와 폭도들이 일으킨 ‘광주소요사태’로 왜곡했고, 공권력을 동원해 시민들에게는 침묵과 망각을 강요했다. 하지만 광주시민들은 원통함 속에서도 항쟁의 기억을 전했고, 민주세력은 침묵을 거부하고 광주의 기억을 알렸고, 시민들은 망각을 거부하고 광주의 아픔을 가슴에 새겼다. 광주의 기억을 바로 잡는 것(광주정신의 계승)은 동시에 민주화투쟁이기도 했다. 결국 87년 6월 항쟁을 거쳐 80년 5월 광주는 ‘5·18민주화운동’으로 공식기록으로 역사에 바로 자리매김 되었다.

우리의 근현대사는 불의한 정권의 은폐, 왜곡된 기록에 맞서 피해자의 목소리(기억)를 모으고 아픔을 나누면서 진실을 밝히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기 위한 역사였다. 1987년 이후 민주정부 10년을 거치면서 형식적인 민주화를 이루었지만, 생존권과 노동권을 비롯한 사회경제적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시키는 실직적인 민주화는 이루지 못했다.

게다가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고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시민들은 무한경쟁 속에 내몰리는 반면,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더 심화되었다. 자본과 보수언론은 그럴수록 부에 대한 욕망과 환상을 부추겼고, 부와 성장을 약속한 이명박과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선택하게 만들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시민의 주권과 복지보다는 권력의 지속을 위해 과거와 같이 정보기구와 공권력을 동원하여 시민들을 감시하고 시민들의 정당한 요구를 억눌렀다. 그리고 관변단체와 보수언론을 동원해 민주주의와 생존권과 노동권을 외치는 시민들을 ‘빨갱이’, ‘돈을 요구하는 파렴치범’으로 낙인찍고 고립시켰다. 성장을 보다 돈을, 안전보다는 효율을 중요하게 여기는 풍조가 더욱 만연되면서 시민들은 점점 더 고립되었고, 서로의 아픔을 돌아보지 못하다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였다.

세월호 침몰과 참사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정부는 단원고 아이들과 승객들을 구조하지 않고 진실을 은폐, 왜곡했다.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을 외치는 유족들과 시민들을 배·보상을 요구하는 파렴치범으로 몰아세웠고,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진실규명을 무력화시켰다. 심지어 민주화 과정에서 바로잡은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고, 시민들의 기억을 통제하기 위해 역사교과서 국정화까지 강행하였다.

하지만 4·13 총선에서 시민들은 민주주의와 인권이 후퇴하고 있는 현실을 좌시하지 않았다. 시민들은 정권의 불의와 이웃의 아픔을 망각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고 연대할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이다. 4·13 총선 이후 시민사회는 스스로 사회적 의제를 만들고 정치권에서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감시하고 압력을 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시민사회, 종교, 문화단체, 노동조합, 지역단체 등은 시민들이 선거처럼 누구나 쉽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만들고 공감과 연대를 통해 굳건한 사회세력으로 다시 서야한다.

성경의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는 율법학자의 ‘누가 착한 사람입니까?’에 대한 예수의 대답이 아니라,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계명에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에 대한 예수의 대답이다. 구별과 외면이 아닌 서로의 상처를 공감하고 연대하고 치유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살길이다.

<박은성 / 인권의학연구소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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