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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이슈와 일상의 물음 속에서 시대의 징표를 읽어내려는 우리들의 생각을 모아봅니다.


   

전기요금 누진제에 숨겨진 이야기 <이헌석 /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기쁨과희망   2016-10-12 17:18:16 , 조회 : 779 , 추천 : 102


유난히 더웠던 여름, 우리나라는 전기요금 누진제를 둘러싼 논란에 빠졌다. 8월 초 언론에서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누진율이라며, 정부와 한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수십 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전기요금이 나온 사례가 언론에 연일 보도되었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전기요금 개편을 지시하면서 문제는 수그러들었다.

전기요금 누진제 뒤에 숨겨진 이야기
전력, 에너지 문제를 다루는 탈핵활동가의 입장에서 매년 여름과 겨울이 되면 이와 같은 논쟁은 별로 새로운 것이 아니다. 신문 기사를 검색해보면 겨울엔 ‘혹한기 전기요금 폭탄’, 여름엔 ‘폭염에 전기요금 폭탄’ 같은 기사가 매년 넘쳐난다.

이처럼 매년 반복되는 전기요금 논란이지만, 너무나 안타까운 것은 정작 우리 주변에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잘 주목받지 못했다. 올해 8월에도 정부가 즉각 집계한 통계만 봐도 십수 명의 사람들이 더위에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최장기간, 가장 광범위한 폭염이 발생해 ‘기상 재해’가 발생 중이었지만, 야외 노동자, 노약자 등에 대한 조치는 ‘폭염을 조심하라’는 재난 문자가 전부였다. 폭염에 노동시간을 단축하라는 일부 노동조합의 요구가 있기도 했지만, 다수 기업에선 평소와 다름없이 일했다. 특히 야외에서 일할 수 밖에 없는 많은 이들에 대한 보호조치는 내려지지 않았다. 노약자들의 ‘무더위 쉼터’는 확대되지 못했고, 부산 교도소에선 ‘징벌방’에 수감 중이던 30대 재소자가 2명이나 목숨을 잃기도 했다.

핵발전소와 누진제, 그리고 남은 이야기들
이번 여름을 거치면서 정부에서도 가정용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한다고 한다. 벌써 개편안을 만드는 TF(태스트포스팀, 전담반)이 만들어진지 2달이 다 되어 간다. 하지만 그 안에 무슨 이야기가 되고 있는지, 개편은 어떻게 이뤄질지 내용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국민의 요구가 그렇게 빗발쳤지만, 정부는 정작 국민의 요구를 제대로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정부의 전기요금 개편안 발표가 두렵다. 일시적으로 전기요금을 낮춰주거나 혹은 국민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한쪽 편에선 이번 기호에 민간 회사도 전기를 판매하게 하는 전력판매 자유화를 하자거나, 생활수준에 맞춰 가정용 전기 소비를 늘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렇게 된다면 그간 쟁점이 되었던 전력 민영화나 핵발전소·화력발전소 증설이 불가피해진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전력업계, 토목-건축업계의 이익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너무나 높다. 국민은 더위에 전기요금 때문에 고생했고, 그래서 그것을 고쳐달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깜깜이 정책’이 계속된다면 그 결과가 얼마나 국민들의 요구에 맞을지 알 수 없다. 지금까지 경험한 것처럼 마치 국민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처럼 하면서 사실은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조삼모사’식 정책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전기요금 개편이 결코 ‘한여름 밤의 소동’처럼 끝나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더위는 끝났지만 더 눈에 불을 켜고 정부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것이다.

<이헌석 /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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