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udium et Spes Pastoral Institute *
 
 
 
 
 
 
 
 


 



사회적 이슈와 일상의 물음 속에서 시대의 징표를 읽어내려는 우리들의 생각을 모아봅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오민환/ 연구원 연구실장>
   기쁨과희망   2016-12-13 13:41:57 , 조회 : 509 , 추천 : 92


몇 주째 토요일이면 광화문을 나가고 있다. 집회사상 최대인원(232만 명)이 몰렸다는 지난 12월 3일에는 승차 시부터 시민들이 몰렸다. 박근혜가 퇴진을 국회에 넘기겠다는 꼼수 사과문이 여의도 정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지만, 시민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아주 단순하게 정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광장의 구호도 ‘퇴진’에서 ‘구속’으로 바뀌었다.

전날 잘 알고 지내던 수녀님을 만났다. 평생을 본당 수녀로서 소박하게 살아오셨던 분이다. 정치에 대해서는 평소 거의 언급을 하시지 않던 분이었다. 차를 한잔 하면서 물으셨다. 왜 국회의원들이 탄핵을 하지 않냐고. 대통령이 무슨 일을 할지 모르는데 어떻게 퇴진시기를 4월까지 두냐고. 탄핵부결을 두려워하는 것도 문제다. 그런 사태를 염두에 둔다는 것은 이미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기도만 하시는 줄 알았던 수녀님은 광장의 마음에 동조하고 있었다.

지난 토요일에는 수녀원 방을 돌아다니며 8시에 1분간 소등에 동참하자고 독려했다고 했다. 내일은 세월호의 7시간을 기억하는 퍼포먼스, 7시에 1분간 소등이 있다고 알려드렸다. 몰랐다고 하신다. 그런 사실들은 널리 알려 정의로운 시민 저항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하셨다. 수녀님의 놀라운 변화다. 그 수녀님과 정치와 관련한 대화를 할 줄을 몰랐다.

광화문에서부터 청운동까지 걸어갔다. 시민들 사이를 헤치고 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꼭 청운동까지 가고 싶었다. 세월호 가족들은 2년 7개월 만에 청와대 앞 100미터까지 나아갔다. 또 청와대를 향하는 횃불 416개는 세월호참사의 아픔을 기억하는 거대한 상징이었다. 청운동주민센터 앞에 빼꼭히 앉고 선 시민들에게서 어떤 결기가 느껴졌다. 당장 박근혜를 내려오게 만들어야겠다는 그것 말고도, 소수 기득권 세력과 한줌의 재벌이 농락하는 이 사회를 바꿔야겠다는 그런 결기도 보였다.

1987년 6월항쟁, 서울 시내 곳곳에서 전경 그중에서도 고약하기 이를 데 없는 백골단과 맞서 몰려다니며 외치던 호헌철폐! 독재타도!의 시절이 떠올랐다. 당시 거리의 시민과 학생들은 비장했다. 최루탄, 돌과 화염병이 난무하고, 세상이 완전히 뒤바뀌는 줄 알았다. 그리고 시민들이 이긴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미완의 승리였다. 내년이 그 6월항쟁 30주년이다. 세상이 바뀐 것이 아니라 시대가 바뀌었다. 거리의 시민들은 더 이상 비장하지 않다. 해학과 웃음이 집회 현장을 뒤덮고 있다. 내 앞에서 촛불을 들고 행진하던 여학생은 ‘하야가’에 맞추어 어깨춤을 추며 ‘박근혜는 퇴진하라’를 외친다. 국회에는 이해관계를 따지는 메마른 정치공학 계산기가 있지만, 광장에는 서로의 온기를 느끼는 열정이 있다. 국회의 계산기는 어둠 속으로 들어가고 광장의 촛불은 거대한 에너지가 되어 세상을 밝힌다.

대림 시기, 그리스도인은 어둠을 헤치고 나올 빛의 주님을 대망한다. 2008년 6월 이명박정부에 저항했던 사제단은 “어둠이 빛을 이겨 본 적이 없다”(요한 1,5)는 성경말씀을 들고 촛불행진을 했다. 2016년 12월 광장에 울려 퍼지는 세월호 추모곡은 더욱 더 카랑카랑하게 초겨울 공기를 가르며 무너진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우고. 박정희의 주술이 지배한 세상을 무너뜨린다. 시대의 비극, 세월호가 진실을 인양하는 대림시기이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 하지 않는다.”

<오민환/ 연구원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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