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udium et Spes Pastoral Institute *
 
 
 
 
 
 
 
 


 



사회적 이슈와 일상의 물음 속에서 시대의 징표를 읽어내려는 우리들의 생각을 모아봅니다.


   

제 자리 <홍승표 / 길벗교회 목사>
   기쁨과희망   2018-01-10 10:32:54 , 조회 : 265 , 추천 : 40


  
한국교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개신교 집안을 들여다보면 한 쪽에서는 크고 돈도 많은 교회를 담임했던 아버지 목사가 아들 목사에게 담임목사직을 세습하고, 다른 쪽에서는 목회자도 세금을 내야하느냐 안내도 되느냐를 가지고 옥신각신 말이 많다. 형제지간인 가톨릭 집안은 어떨까. 거기도 이런저런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들리지만 개신교 집안사람이 함부로 시시콜콜 말하는 것은 삼가겠다. 다만 나는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면서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신 두 형제 집안이 다 잘되기를 진심으로 빌고 있다.

그런데 잘되길 빌기만 한다고 저절로 문제가 해결되고 쇄신이 이루어지진 않는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교회의 쇄신을 이룰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 봐도 뾰족한 수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왜냐하면 말은 대개들 청산유수로 잘하는데 실제 행동하는 걸 보면 영 딴판이니, 이건 마치 차를 몰고 가면서 왼쪽 깜빡이를 켜고 오른쪽으로 가는 꼴이다.

목사의 소득세 문제만 해도 그렇다. 현대 사회에서 세금을 내는 것은 신앙적으로 보면 기독교 신앙의 두 기둥 가운데 하나인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나라를 지키고, 가난한 사람들과 소외된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복지를 이루며, 아이들 교육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국민들, 그 가운데서도 특히 가난한 사람들이 입게 된다.

그러니 목사는 소득세 신고를 흔쾌히 하고 거기에 따르는 세금도 기쁘게 낼 일이다. 이런 마땅한 일들이 자연스레 되지 않으니 한국교회가 추락하고 있다고 하는 게 아닐까. 그러고 보면 결국 한국교회를 움직이는 건 돈인가 보다. 말로는 교회가 나아갈 방향과 척도가 사랑이라지만, 실제로는 ‘돈이 최고지’ 하는 믿음을 교회도 갖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러기에 목회자 과세문제뿐 아니라 교회세습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하는 것이리라.

나도 돈과 명예를 누리고 살고, 나아가 내 자식도 대를 이어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려는 욕망이 ‘세습’이라는 추태를 부리게 만든다. 그게 아니라면 왜 작고 가난한 교회는 세습한다는 소문조차 들려오지 않는 것일까. 그러니 한국교회는 분열증을 앓고 있는 게 틀림없다. 말 따로 행동 따로 하면서 그게 문제인지조차 모르고 후안무치한 얼굴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아간다.

신학자 안병무 박사는 말했다. ‘더러운 것은 있을 것이 제자리에 있지 않는 것이다. 똥이 뒷간에 있으면 더러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똥이 밥상에 있으면 더러운 것이다.’ 그래서 우리 주님은 성전에 장사치만 날뛰는 것을 참지 못하시고 회초리를 드신 것이리라.

이제 교회가 일반사회에서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닐까. 문화방송이 공영방송으로 제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보고 누군가 말했단다. 세상 풍경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모든 것이 제 자리로 돌아간 풍경이라고. 교회의 제 자리는 어디인가. 그리고 그 가운데 앞장서서 교회가 가야할 방향을 가리켜야 할 지도자의 제 자리는 또한 어디인가. 작년 이맘때 촛불을 들고 대통령을 바꾸었고, 쌓였던 폐단을 청산하는 문을 열어젖힌 일반 시민들을 통해 들려주시는 그분의 목소리에 겸허히 귀를 기울여보자.


<홍승표 / 길벗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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