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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이슈와 일상의 물음 속에서 시대의 징표를 읽어내려는 우리들의 생각을 모아봅니다.


   

혁명이라는 이름 <오민환 / 연구실장 >
   기쁨과희망   2018-06-01 16:16:41 , 조회 : 70 , 추천 : 17



“2016년의 촛불이 있기 전에, 1987년의 6월항쟁이 있었고, 그 전에 5·18광주민주화운동이 있었고, 또 그 전에 4·19혁명이 있었고, 4·19혁명 전에 제주 4·3이 있었고, 그 이전에 3·1운동이, 그 이전에 동학혁명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제주 4·3에 항쟁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4월 7일 명동성당 제주 4·3 70주년 추념미사에서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의 강론 마지막 문장이다. 언젠가 강 주교는 서울에서 보좌주교로 있으면서 보지도 느끼지도 못했던 역사적 사실이 제주교구장으로 내려가자 눈에 들어왔다고 했다. 그래서 제주 4·3에 대해 많이 공부했다고 했다. 강 주교는 2016년 촛불의 연장선에 제주 4·3을 넘어 삼일만세운동까지 연결하였다. 그런데 무엇이 혁명이고 항쟁이며 또 그냥 운동인가. 올해 70주년을 맞는 제주 4·3의 과제는 제대로 이름을 붙이는 정명(正名) 작업이라 입을 모은다. 강 주교는 제주 4·3을 사태나 사건이 아닌 항쟁이라 이름 붙였다.

어떤 정치적 사건의 성격 규정을 위해서는 역사적 평가가 필요하고 여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4·19’는 한때 의로운 봉기, ‘의거(義擧)였다. 동일한 사건을 두고 의거라 하고 또 혁명이라 한다. 도대체 혁명이란 무엇일까.

혁명revolution의 어원은 라틴어 레볼루치오revolutio로, 한 바퀴 굴러서 한 지점에 다시 돌아온다는 의미를 지닌 단어이다. 즉 별이 주기적으로 궤도의 한 지점에 회귀하는 현상을 나타내는 용어였다. 레볼루션의 어원으로만 본다면, 공전과 같은 질서정연한 순환과 흐름을 말한다. 하지만 1798년 프랑스 혁명을 기점으로 그 의미가 바뀐다. 혁명은 구체제를 해체하고 다른 권력으로 대체하는 일련의 정치사건, 곧 정치체제의 근본적이고 급격한 변화를 의미했다. 지난 세기 러시아 10월 혁명(1917년)은 노동자 대중을 기반으로 한 볼세비키의 집권으로 이어져서, 프롤레타리아 혁명으로 불린다.

이 혁명의 해석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세계 최초의 사회주의 혁명이라는 강렬한 역사적 인상을 남겼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 강 주교가 언급한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월항쟁, 촛불혁명 등을 혁명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 하지만 후대의 역사는 그중에서도 유독 4·19에만 혁명이란 단어를 붙인다. 4·19는 이승만의 1공화국을 무너뜨리고 양원제, 의원내각제라는 새로운 정치체제인 수립했기 때문이다. 광주 5·18은 전두환과 신군부에 의한 군사적 진압으로 좌절되었고, 6월항쟁은 전두환의 5공화국 세력과 타협하면서 그 의미가 반감되었다. 따라서 4·19혁명을 제외한 다른 항쟁과 의거는 시민운동으로 평가한다.

이제 2016년 촛불혁명이다. 박근혜로 대표되는 구체제가 촛불시민에 의해 무너졌다. 구체제가 무너졌다. 하지만 구체제의 적폐와 촛불 반대세력은 도처에 만연하다. 촛불정신에 따른 헌법 개정을 이루지 못한 것은 여전히 촛불의 힘을 부정하는 세력이 있다는 반증이다. 제주 4·3이 항쟁이라는 이름을 얻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듯, 2016-17년 광장을 밝혔던 촛불도 혁명으로서 역사에 이름 새겨지길 간절히 바란다.  


<오민환 / 연구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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