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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바치는 '정원사'라는 순수 우리말로 교회공동체를 아름답게 다듬고 가꾸자는 의미입니다.


   

그저 먹고 살만하다<정현수 세례자요한 / 수원교구>
   기쁨과희망   2018-10-02 20:23:30 , 조회 : 12 , 추천 : 1




10여 년 전 남부럽지 않은 기업에서 꽤 높은 연봉을 받으면서 일을 했다. 건설업체이다보니 현장에 따라 주말 부부로 꽤 긴 시간을 보냈고, 누구나 그렇듯이 직장 생활은 녹록치 않았고, 스트레스는 많았다. 누구나 가슴 속에 사표를 품고 있듯이 나 역시 그랬지만, 직장을 그만둔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했다. 직장 생활에 회의를 느낄 때쯤 우연한 기회에 피자 가게를 인수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이제 10년을 넘겼다. 처음에는 배달을 하면서 사람들의 냉대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이것도 마음공부가 되는 것인지 이젠 초연히 넘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연일 뉴스에서 편의점 점주들의 최저임금 동결 주장이 나온다. 부부가 같이 일하고,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고 있는 입장이기도 하지만 왠지 모르게 남의 일 같이 느껴진다. 최저임금은 올라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이지만,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거의 대부분 최저임금 이하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알게 된 사실이지만 골목상권을 위한 매출보정, 노후 자금, 정책 자금 지원 등 영세 상인을 위한 정부시책이 있다고 한다. 10년을 가게 운영하면서 처음 접한 정보였다. 다른 지역의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였다. 그곳에는 협회가 형성되어 그런 정부 시책에 대해 도움을 주는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조합이나 협회가 형성되면 발언권이 주어지고 정보에 대한 노출 빈도도 높아지지만 집단이기주의가 될 수 있는 소지가 많다. 정부 시책이라는 것이 소진시 종료되는 시스템이다 보니 그런 정보는 집단에 의해 선착순 마감되고 진짜 영세한 업자들은 소식조차 접하지 못하는 것이다.

성향 탓인지 아니면 대기업에 오래 있었던 습관 탓인지 지치면서도 단체며, 기업에 여러 가지 제안들을 하게 된다. 가게를 운영하면서 정부며, 배달앱이며, 이웃상인과의 소통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제안들이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내 노력이 수포가 될 때면 허망함이 들 때가 많다. 대가를 바라고 노력한 것은 아니지만 내 배려가 그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거나 배신으로 돌아올 때면 마음속의 헛헛함은 한동안 힘들게 하곤 했다.

왠지 모르게 이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내 넋두리를 하는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다.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사오십대의 일자리가 없는 것이 무엇보다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한 영세 상인들의 시장은 계속 형성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연처럼 다가온 이 일을 우리 부부는 참 열심히 하고 있다.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누릴 것은 누리면서 소박하게 사는 삶이 체득된 듯하다. 큰 욕심도 없고, 마음 편하게 일하며, 그저 먹고 살만하다.

얼마 전 읽었던 <하느님 뜻에 일치하는 삶>의 한 부분이다. 이런 글들이 마음의 위로와 평화를 가져다준다.

“하느님은 본성이 선이기 때문에 무한히 선하시다. 선은 확산하는 성격이 있으므로 하느님은 우리 인간에게 그 선이 확산되어 모든 사람이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되기를 열망하신다. 그러므로 만일 하느님이 우리에게 시련을 보내 주신다면 그것은 오로지 우리의 유익을 위해서이다. 하느님의 뜻은 ‘모든 일이 서로 작용해서 좋은 결과를 이룬다’(로마 8.28)는 데 있다.”



<정현수 세례자요한 / 수원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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