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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바치는 '정원사'라는 순수 우리말로 교회공동체를 아름답게 다듬고 가꾸자는 의미입니다.


   

갑자기 찾아온 죽음을 받아들이게 되기까지 <장유진 수산나 / 수원교구>
   기쁨과희망   2019-04-30 10:16:46 , 조회 : 72 , 추천 : 5


  

이종사촌에게 전화가 왔다. 비슷한 직업을 갖고 있었기에 그저 평소처럼 물어볼 게 있겠거니 하고 무심코 받은 전화는 동생이 위급하다는 전화였다. 왕래하던 사촌 중에 막내이기도 했고, 우리 집안에 공학박사가 나오게 생겼다며, 자랑이기도 한 동생이었다. 어려서 한 동네에서 자랐고, 자매인 우리 집과 형제인 막내이모 집과 참 가까이도 지냈다. 이모와 어머니 하시는 말씀이 한 명씩 바꿔 키웠으면 좋겠다고 우스갯소리도 하곤 했다. 그렇게 사소한 것들이 뒤엉킨 추억이 참기 어려운 고통이 되었다.

동생의 병명은 심근경색이었다. 만으로는 30세도 안되어서 이런 급사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지하철 역사에서 쓰러졌고, 역무원이 심폐소생술을 했으며, 응급차도 바로 와서 바로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한다. 동생은 기계들에 의존해서 일주일을 버티다가 뇌사판정을 받고 그렇게 떠났다.

막내 이모의 무거운 슬픔 앞에서 슬픈 기색조차 비칠 수 없었다. 어머니와 친척들에게 위로도 눈물도 최대한 보이지 말라고 단속했다. 그렇게 채비하면서 내 스스로 정리를 한답시고 하는데, 도대체 마음정리가 되지 않았다.
오랫동안 분노라는 감정에 잠식되어 있었다. 4년이나 사귄 여자 친구가 아산병원 간호사고 심근경색 징후를 봤으면서도 눈치 채지 못한 것에 분노했고, 역사 안에 쓰러져 있는 동생을 지켜보기만 했던 이름 모를 사람들에 분노했고, 다들 자기 처지에서 위로한답시고 던지는 말들조차 보기 싫었다.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 밀려들어 대수롭지 않은 일들에 화를 냈다.

원래 술을 잘 하지 못하는데, 동생이 그렇게 떠난 후 술독에 빠져 살았다. 취하면 취한대로 필름이 끊겨 시간이 지나갔고, 정신이 들면 숙취 중에 몸이 힘들어 그렇게 흐르는 시간에 기대었다. 그래도 시간이 약인 것인지 정신 차리고부터는 애도의 책, 정신과 관련 책, 마음 공부 책을 닥치는 대로 읽고 있다. 내 슬픔은 작은 것이라 치부했는데, 감정이 민감한 것인지 아니면 슬픔이 큰 것인지 아직 정리되지 않은 마음이, 정리되지 않은 채 자리하고 있다.

그래도 산 사람은 산다고 어른들은 말씀하신다. 은희경 작가의 소설 <태연한 인생> 속의 주인공처럼 난 아직도 마음의 원심분리기를 돌리는 중이다. 소용돌이 속에서 이 뒤섞인 흙탕물 같은 감정이 분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사랑하는 이를 잃고 무거운 슬픔에 빠지니 전에 없이 예민해진다. 원망도 해보고 화도 내보지만 슬픔은 가벼워지지 않는다. 선종기도에서처럼 “죽음을 맞는 순간에도 영원한 천상 행복을 생각하고 주님을 그리워하며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이게 하소서. 아멘” 하고 받아들이면 좋으련만 받아들여지는데 오래 걸리는 걸 보면 내가 신자였었나 의심마저 든다. 그동안의 내 믿음은 도대체 어떤 것이었나 생각한다.

자극은 과도하고 윤리는 힘을 잃은 문화 속에 사는 지금, 동생의 죽음을 맞고 다시금 근원에 대해 생각한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답은 없지만 그래도 또 생각한다.



<장유진 수산나 / 수원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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