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udium et Spes Pastoral Institute *
 
 
 
 
 
 
 
 


 



동산바치는 '정원사'라는 순수 우리말로 교회공동체를 아름답게 다듬고 가꾸자는 의미입니다.


   

성모님의 군대! <임상호 스테파노 / 수원교구 광명성당>
   기쁨과희망   2016-05-04 16:09:40 , 조회 : 591 , 추천 : 93


영세 후 지금까지 사십 년 동안 수많은 단체에 가입하여 꽤나 많은 활동을 해왔다. 첫 번째로 가입한 곳이 이른바 ‘성모님의 군대’라는 ‘레지오 마리애’였다.

1983년 5월께로 기억하니 벌써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처음 입단하여 그 흔한 오리엔테이션(?)도 없이 활동에 들어갔는데 이 ‘쁘레시디움’이 허투루 볼 수 없는 ‘열심장이’ 들로 구성된 곳이었다. 화요일 저녁 미사로 파견되면 잠시의 틈도 없이 곧바로 ‘주회’가 시작되었다. 주회라 함은 일주일 만에 열리기 때문에 그렇게 호칭한다.

일련의 회합 순서가 이어진 후 ‘활동 보고’가 이루어지는데 초보 단원은 이때가 곤혹스럽다. 선배 단원들의 활동 보고에는 어떻게 그 많은 활동을 하고 묵주기도는 또 얼마나 많이 바치고 있는지 주눅이 들게 마련이다. 일주일 동안 환자 방문, 가정 방문, 상가(喪家) 방문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숨이 가쁘다. 거기에 일반적으로 하루 5단씩의 묵주기도(이는 정해진 권장 단수) 외에 더 많은 1백단 이상 보고하는 단원이 부지기수였다. 이러니 초짜 단원이었던 나는 쁘레시디움 잘못 만나(?) 그야말로 틈만 나면 묵주 알 돌리기에 급급하였다.

평일은 각자 주어진 대로 활동하였고, 주로 주일 교중미사 후 합동으로 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지금은 아파트로 변해서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지만 예전에는 산동네라 불렸던 곳이 우리의 주 활동무대였다. 가난한 동네여서 그런지 환자도 많고 어려운 처지의 사람 또한 많았다. ‘활동거리’를 채우기 위해 집집마다 다니다보면 점심식사도 거른 채 어두워진 저녁 무렵 끝을 맺는 경우가 허다하였다. 어떤 때는 밤 10시가 되어서야 굶주림에 겨우 허기를 채우고 헤어졌으니 말이다.

그야말로 성모님의 군대처럼 소외받는 세상의 모든 이에게 손 내밀어 위로와 따뜻한 이웃이 되어주니 얼마나 좋은가?

그런데 좋은 것이야 열 손가락 접어도 모자람이 있지만 그중에 병폐(?)도 있다. 수많은 쁘레시디움 단원들이 지금껏 버리지 못하는 것! 이른바 ‘2차 주회’이다. ‘주회’(週會)가 끝나기 무섭게 가는 곳이 술집이다. 2차 ‘주회’(酒會)란 술을 마시며 일종의 친목도모라는 미묘한 명칭 아래 두 번째 모임이 시작되는 것을 지칭한다.

한국 가톨릭 역사상 도입된 단체 중 신심이나 교회의 활동 중 으뜸이라 할 성모님의 군대가 양면성을 가진 단체라는 것이 참 이채롭다. 친목을 다지는 것에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그로 인해 벌어지는 볼썽사나운 2차 주회. 한 잔의 술이 거듭되면 즐거움이 도가 지나쳐 이견이 생김으로 인해 서로 욕지거리를 하며 심한 경우 도를 넘어 싸움에까지 이르게 된다. 잘못된 술 문화가 참신한 단체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다.
나 역시 교회 내의 무수한 단체를 거치며 그곳의 회장이 되었고 급기야 총회장으로도 7년을 지냈으니 남들이 볼 때는 꽤나 열심한 신자로 보였겠으나 이상하게도 레지오 마리애 단원으로서는 올바른 성모님 군대의 군사 역할을 제대로 못하였음을 뒤늦게나마 반성해 본다.

물론 평신도로서 열심히 맡은 바에 충실하며 살다보면 남의 이목 때문에 더 열심 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기에 조금은 자신을 세속적 물욕으로 채우며, 위안을 받고 살고 싶은 마음도 있으리라 여겨본다. 그러나 아무리 되 뇌여도 구차스런 변명으로 치부될 뿐임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정리한다.

<임상호 스테파노 / 수원교구 광명성당>



     

Copyright 1999-2018 Zeroboard / skin by 8tun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