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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바치는 '정원사'라는 순수 우리말로 교회공동체를 아름답게 다듬고 가꾸자는 의미입니다.


   

이만호(토마스)님을 기리며 <함세웅 신부 / 연구원 원장>
   기쁨과희망   2016-08-10 11:09:22 , 조회 : 598 , 추천 : 97



이만호(토마스)님을 기리며 - 호스피스 병상 선종기 -

  시작이 반이란 말씀과 유종의 미를 거두라는 교훈은 한 짝입니다. 여기에는 과정의 아름다움도 포함됩니다. 시작과 과정과 마무리, 이 셋은 인생행로에서 삼위일체와 같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이만호(토마스)님의 병상 26일은 그 분 87년 생애의 압축입니다.

  5월 29일 주님성체성혈축일 그는 여의도성모병원 응급실에서 절명의 위기를 넘기고 일반 병실에서 3일간 머문 후,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겼습니다. 호스피스 전담 의사는 이삼 일 안에 돌아가실 수 있다며 가족들에게 준비를 당부했습니다. 그런데 3일이 지나자 물을 마시기 시작했고 그 순간 “아, 시원하다. 이제 살겠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만세!” 하고 외쳤습니다. 물 한 모금과 생명의 귀중함을 확인한 은총의 순간이었습니다. 그 다음날에는 미음을 그리고 이 이튿날에는 죽을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성체를 모셔드리고 함께 기도했습니다. 그분은 아주 천천히 주님의 기도를 따라 바치고 특히 성체성가 ‘주여 어서 오소서’를 불렀습니다. 며칠 뒤, 계속 그는 읊조렸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느님, 사랑합니다. 모든 이를 사랑합니다. 하느님, 저의 모든 죄와 잘못을 용서해주십시오. 특히 자녀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전 생애를 압축한 아름다운 종합기도였습니다. 그는 갓난아기가 되어 계속 “엄마”를 부르면서 통증을 호소했습니다. 87세의 노인이 사경을 헤매면서 부른 “엄마”는 가장 짧은 호칭기도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반짝하는 시간을 회광반조(廻光返照)라고 합니다. 이때가 바로 하느님과 이웃과 화해하는 은총의 시간입니다. 호스피스 병동은 암 환자가 모든 치료를 끊고 오직 통증만을 조절하며 죽음을 잘 맞이할 수 있도록 돕고 배려하는 곳입니다. 호스피스 병동은 죽음과 영생의 길목입니다. 여의도 호스피스 병동은 매우 아늑하고 의사, 수도자, 간호사, 봉사자들 모두 친절했고 가족과 같이 최선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병동을 방문할 때마다 저는 늘 마음을 가다듬었습니다. 하루는 간호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토마스님은 섬망(譫妄) 중에서도 흐트러짐 없이 늘 자기 자신을 절제하고 계십니다. 대단한 분입니다. 고통과 죽음 앞에서 그의 참 모습이 드러납니다.” 신학교에서 늘 높은 덕목으로 배웠던 절제의 큰 가치를 저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깨달았습니다. 토마스님은 섬망 증세 속에서도 한결같이 하느님을 부르며 특히 앞서간 딸 원미(데레사)를 불렀습니다.

그는 6월 23일 오전 8시20분에 부인과 아들, 며느리 앞에서 선종하였습니다. 6월 25일 오전 8시 서울성모병원 영안실 경당에서 김병상 신부님 등 다섯 사제가 함께 장례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과천성당 연령회 회원들과 연구원 가족들 그리고 딸 데레사의 옛 수련장 수녀님과 샬트르성바오로회 많은 수녀님들이 함께했습니다. 그리고 화장 후에 동작동 현충원 충혼당에 모셨습니다.

  이만호님은 1950년 6·25 민족상잔의 과정에서 군에 복무했던 기억과 아픔을 되새기며 민족의 일치와 화해 그리고 청소년들의 미래를 위해 8억 원의 장학기금을 연구원에 봉헌하셨습니다. 이에 그 지향을 되새기며 실천하고 그분의 영원한 안식을 위하여 정성껏 기도합니다.

  주님, 이만호(토마스) 교우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시고 저희 모두에게 선종의 은혜를 보장해 주소서. 성령 안에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함세웅 신부 / 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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