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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바치는 '정원사'라는 순수 우리말로 교회공동체를 아름답게 다듬고 가꾸자는 의미입니다.


   

봄꽃으로 피어나... <함수아 고스마 수녀 / 까리따스 수녀회>
   기쁨과희망   2017-04-04 16:23:00 , 조회 : 544 , 추천 : 82


  
봄꽃으로 피어나 봄바람과 함께 춤추자꾸나!

또 다시 봄이 오는구나!

금쪽같은 자식을 잃고 천 날이 넘도록 시린 겨울을 살고 있는 아비의 마음에, 생살 찢기듯 사랑하는 이들과의 이별의 아픔을 겪은 어미의 얼굴에도 봄은 오고 있구나! 1073일 지나 떠 오른 세월호, 주말마다 작은 빛 하나 들고 모여들어 스스로 빛이 된 이들이 밝혀낸 광화문에도 봄이 오고 있구나! 공교롭게도 올해는 부활절과 416이 딱 맞아 떨어졌다. 그래서 더 아프고 시리다. 봄꽃은 흐드러지게 온 산천에 넘실거리는데 그걸 보고 기뻐하자니 미안함이 밀려온다.

‘진실은 밝혀지리라’는 말에 희망을 두고 천 날이 넘도록 간절한 마음들이 물 속 ‘세월호’에 닿았을까? 그들에게 다하지 못한 사랑이 눈물이 되고, 바다가 되어 세월호를 들어 올렸을까?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그 엄청난 사건에 대해 물음조차 막아내던 무리들이 내려오니 세월호가 올라온다. 그러고 보니 세월호와 그들과는 마치 놀이터의 시소와 같다. 한 편이 내려오니 반대편이 올라오니 말이다. 세월호가 올라 왔다고 하여 우리가 원하는 만큼 모든 것이 밝히 드러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진실은 그들을 살리지 않은 이들 가슴 속에서 끊임없이 꿈틀거릴 것이다.

우리 공동체에서는 매일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를 바친다. 세월호의 사건과 희생자들, 뉴스 전면을 장식하던 의인의 죽음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잊혀져간다. ‘망각은 선물이다’고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흐릿해져 가는 기억이 두렵다. 우리는 어쩌면 내가 살기위해, 기억하기 위해 기도하는지 모른다. 혹여 하느님도 잊으실까 날마다 깨우듯 그들을 위해 기도를 한다. (때가 지난 뒤 주님께서는 일어나시어 그들에게 되갚아 주시고 그들 머리 위에 벌을 내리시리라. 집회 17,23)  또한 이와 유사한 사건들뿐만 아니라 입시의 강박에 시달리고, 콜센터의 할당을 채우지 못했다고 죽음을 택한 아이, 어린 나이에 가정경제를 책임져야 하는 소년소녀 가장들, 노동력 착취로 꽃피우지 못한 젊은 영혼들의 죽음에 익숙해질까 봐 두렵다.

예수께서는 3년을 곁에 끼고 가르치고, 먹이며 하느님의 사랑을 온 몸으로 보여주고 그분의 나라를 선포하셨다. 그러나 거를 수 없는 수난과 죽음 앞에 인간의 나약함을 아시기에 얼마나 고민을 하셨는지?? 하여, 가장 일상적인 식사인 빵에 최고의 신비를 담아 ‘기억하고 기념하라’고 제자들에게 자신을 내어 주셨다. 무지렁이(?) 같은 제자들도 육신의 배고픔을 채우기 위해 빵을 쪼갤 것이고, 그 순간에 엠마오의 제자들처럼 스승 예수께서 어찌하셨는지 기억하고 다시금 살아내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라고 빵과 포도주에 당신을 담아 주셨다.

세월호의 희생자들은 우리들 마음속에 3년 전 모습 그대로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은 이들이다. 기울어져가는 세월호, 죽음이 덮쳐오는 가운데서도 그들은 누굴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남은 자들에게 “미안하다. 사랑한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우리들의 기억은 흐릿해져 가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추억으로 그들과 못다 한 사랑을 더 짙게 살아내야 할 것이다.

봄꽃은 세 계절 동안을 기다려 준비한 때문인지 오로지 꽃무리만으로 산과 들을 덮으며 환상적으로 피어난다. 천 날이 넘게 기다려 온 세월호, 이제는 부디 이 봄에 산수유가 되고, 벚꽃이 되어 봄바람 타고 피어나자꾸나! 슬픔에 잠긴 제자들에게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며 인사를 건네시는 부활하신 주님 손잡고 팽목항에도, 광화문에도 한반도에도 넘실넘실 춤추며 하늘로 오르자꾸나!

<함수아 고스마 수녀 / 까리따스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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