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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바치는 '정원사'라는 순수 우리말로 교회공동체를 아름답게 다듬고 가꾸자는 의미입니다.


   

오월, 생명의 시간을 살아가며 <안충남 시몬/ 서울교구>
   기쁨과희망   2017-05-11 15:11:50 , 조회 : 394 , 추천 : 51



오후에 뒷동산에 올랐다. 완연한 봄이다. 얼마 전만 해도 이름 모를 어린 나무 가지에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는 현상이 너무나 예쁘고 신비스러워 보였다. 해마다 봄이 오면 돋아나는 새싹이 돋고, 새로운 생명을 키웠지만 이번 봄에는 유난히 더 새롭게 느껴진다.

주님 수난의 사순시기를 지냈고 부활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리스도인의 봄은 사순과 부활시기와 겹쳐있다. 이 시기에 촛불혁명으로 박근혜는 탄핵되었고, 특히 3년이란 긴 세월 동안 어둠에 갇혀있던 세월호가 국민들의 눈물과 한숨을 먹고 새봄의 새싹이 돋아나듯 물위로 올라왔다. 그러나 슬프기만 하다. 생명이 움트는 봄날, 주님 부활의 때에 올라온 세월호, 목포 신항에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쇳덩어리 세월호, 그것은 우리들의 추악한 모습들을 한데 뭉친, 어린 생떼들을 삼켜버린, 거대한 악마의 모습처럼 보였다.

이를 보고 사람들 모두 저마다 느낀 바가 다르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다시는 이런 참사가 없도록 하자’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고의 진실을 철저히 밝히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고, 벌 받을 사람은 죄 값을 치르고, 구조적 결함은 개선함이 마땅하다. 또한 우리 모두가 나 자신부터 돌아보는 반성의 시간을 갖아야 한다. 부지불식간에 이런 극악무도한 참사를 방조했을 수도 있다는 자기반성을 함으로써, 다시는 이런 불행을 되풀이 되지 않도록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그래야 어린 영혼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지 않을까.

탄핵과 세월호 사태를 보면서 참으로 사람의 인성 교육과 인문학적 사고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잘못을 모르는 국가 지도자가 어떻게 나왔는지… 그것도 세례명까지 있다는 사람… 어떤 분이 십계명보다 더 큰 죄는 ‘자기 자신을 모르는 죄, 사랑이 없는 죄’라고 하셨다. 또 ‘네 죄를 네가 알렸다’는 옛말이 있다. 자신의 죄를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한심한 국가지도자. 그렇다면 그 말이 박근혜에게만 해당되는 것일까? 아니다. 우리, 특히 정치지도자는 자신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그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경고를 허투루 듣기 때문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런 국가지도자를 잘못 선택한 것도 나 자신이다.

경제는 확실히 살리겠다는 달콤한 말 한마디에 현혹되어 사기성이 농후한 이명박을 찍어주고, 또 박정희 신화에 사로잡혀 시민에 대한 애정과 국정 판단능력이 전혀 없는 박근혜를 선택한 것도 우리들이다. 법에 의해 구속된 박근혜를 두고 ‘마마’라 부르며 울부짖고 태극기를 흔들며 몽둥이를 들고 빨갱이 다 죽이자고 소리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용서 이전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천주교 안에서도 소위 대한민국을 지킨다며, 교회를 분열시키고 사회를 분열시키는 신자도 있음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고해성사를 개인의 일상적인 삶의 면을 우선에 두고 하는 편이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중에 하느님 앞에 죄가 무엇인지 다시 성찰하자. 진실에 눈감고 정의를 회피하고 불의를 가장하여 자기영달을 위하고도 자기합리화하지는 않았는가. 진정 우리들이 하느님 앞에 자유로울 수 있고 떳떳이 나설 수 있는가. 참된 고해성사가 필요한 시기이다.
이 글이 지면에 나오는 때는 새로운 대통령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장미꽃 대선’이라 불렸던 이번 대통령 선거, 우리는 무엇을 선택하였는지 돌아보자. 모든 배타적인 이기심을 버리고 큰 눈으로 열린 마음으로 새 세상에 나서자. 주님께서 주신 절호의 은총의 기회를 지혜롭게 받아들이자. 장미의 계절, 오월 성모성월에 다시 새 생명을 꿈꾼다. 아멘.


<안충남 시몬/ 서울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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