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udium et Spes Pastoral Institute *
 
 
 
 
 
 
 
 


 



동산바치는 '정원사'라는 순수 우리말로 교회공동체를 아름답게 다듬고 가꾸자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승리했습니다 <김율옥 수녀/ 성심여고 교장>
   기쁨과희망   2017-09-11 11:37:20 , 조회 : 566 , 추천 : 251



2013년 4월 말에 세 분의 구의원(설혜영, 오천진, 권용하)께서 학교를 방문해서 학교 앞 화상경마도박장 건립 사실을 알았습니다. 아이들의 건강하고 안전한 교육환경을 지키려는 마음을 모아 ‘용산화상경마도박장추방대책위’를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골리앗 앞의 다윗처럼 약했습니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칼이나 창 따위로 구원하지 않으시며… 전쟁은 주님께 달린 것”(1사무 17,47)이라는 믿음으로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기드온의 군사처럼(판관 7,2-8) 부족한 사람들이었습니다만,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는 어른으로, 교사로서, 학부모로서 물러설 수 없었습니다. 그저 우리 아이들이 오가는 길목이 경마도박장이 뿜어내는 죽음의 기운으로 덮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교사, 학부모, 주민이 싸움을 시작하였습니다.

학교보건법이 정하는 200m에서 35m 떨어진 곳이기 때문에 합법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습니다. 교실에서 마주보이는 경마도박장을 합법이라고 가르칠 수는 없었습니다. 정직한 삶, 건강한 경제윤리를 가르쳐야 하는 학교에서 한탕주의의 상징을 합법이라고 가르칠 수 없었기에 이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세월호의 참사를 겪으면서,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접하면서 이 땅의 미래인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교육환경을 지켜주는 일이 국가의 책임이라는 것도 다시 기억했습니다.

나아가 지난 5년간의 싸움을 통해 이 싸움이 단순히 아이들의 교육환경을 지키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도박장이 가까운 곳의 주민들이 다른 지역의 주민들보다 도박중독률이 높기에 지역 주민의 건강한 삶을 지키고자 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부모가 도박중독에 빠질 때 마주해야 할 가정폭력이 아이들의 삶을 흔들게 될 것에 대한 염려로 싸움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또한 사행을 산업이라고 말하는 국가가 과연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한 국가인가 하는 질문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지난 5년의 싸움 과정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용산 화상경마도박장이 실질적으로 폐쇄되기까지 이 자리를 지키며 국가의 사행산업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것입니다. 우리는 아이들을 올바르게 가르치는 부끄럽지 않을 어른으로 살고자 생명을 돌보는 사람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입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이 땅 곳곳에서 생명과 안전이 위협당하는 이들과 연대하며 함께 하도록 가르칠 것입니다.

다시금 지금의 이 화상경마도박장 폐쇄 결정이 1,500일이 넘는 매 순간 순간에 마음을 모으고 시간을 희생하고 어려움을 함께 겪어온 한 분 한 분의 수고 덕분이라는 것을 기억하며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우리의 여정을 이끌어 주시고 함께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의 여정 곳곳에 가장 필요한 사람과 도움을 마련해주셨고, 아시리아 군대를 몰아내듯(2열왕 19,10-35 참조), 이 싸움을 승리로 이끌어주셨기 때문입니다. 생명의 하느님, 당신께 찬미와 영광을 드립니다.


<김율옥 수녀/ 성심여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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