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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바치는 '정원사'라는 순수 우리말로 교회공동체를 아름답게 다듬고 가꾸자는 의미입니다.


   

새로운 500년 <박태식 신부 / 성공회대 교수>
   기쁨과희망   2017-11-03 09:55:44 , 조회 : 367 , 추천 : 145



2017년은 종교개혁이 일어난 지 꼭 500년 되는 해다. 500년 역사는 축하할 일이긴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슬픔도 간직하고 있다. 분열을 겪으면서 가톨릭교회와 개신교 사이에 치열한 싸움을 벌어졌고 엄청난 희생을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공부한 곳은 독일의 뮨스터라는 도시다. 가톨릭 교우들에겐 김수환 추기경이 유학했던 곳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뮨스터는 종교개혁의 상처를 뼈 속 깊이 간직한 곳이다. 치열했던 30년 전쟁(1618-1648년)이 마무리되면서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에 베스트팔렌 조약을 맺었는데 그 현장이 시청 지하 홀에 있다.

당시 영주들이 앉았던 자리 뒤쪽 벽에 종교전쟁을 기억하는 전시품들이 걸려있다. 여기서 전시품이라 하여 무슨 고상한 문서나 펜을 기대해선 곤란하고 창, 칼, 거대한 집게, 주리를 트는 쇠막대들이 주종을 이룬다. 적들을 고문하고 살해했던 실제 도구들이다. 뮨스터 시청 앞 광장에 적군을 잡아 밧줄에 묶어놓은 후 주리를 틀거나 불에 데운 뜨거운 집게로 살점을 떼어낸다. 그 고통이 얼마나 심했을까? 생각하기조차 싫은 장면이다. 그런가하면 도시 북쪽 끝에 있는 람베르트 성당 종탑에 우리를 만들어 적을 가두어 놓기도 했다. 그러면 베스트팔렌 주에 유난히 많은 까마귀 떼가 달려들어 우선 눈부터 파먹었다. 그러면 우리에 갇힌 사람이 내지르는 비명이 온 시내에 울려 퍼졌다고 한다.

이런 일이 가톨릭교회 군대와 개신교회 군대가 도시를 점령할 때마다 행해졌으니 뮨스터 시민들은 꽤나 악몽에 시달렸을 법하다. 필자는 지금도 생각한다. 과연 종교개혁이 그렇게 엄청난 희생과 상처를 줄 정도로 가치가 있는 것이었을까?

종교전쟁이 끝난 후로도 교리 논쟁은 지속되었고 매년 찾아오는 종교개혁 기념일이면 상대를 저주하기 바빴다. ‘가톨릭은 온통 썩었다.’ ‘아니다, 근본도 없는 개신교는 말만 앞세운다.’ 특히, 1917년 종교개혁 400주년 기념행사에서는 루터를 로마의 멍에로부터 구해 낸 독일의 민족영웅으로 기념하였다. 당연히 어느 해보다고 웅장하고 상대의 심기를 건드리는 축제가 되었다.

그에 비해 종교개혁 500주년은 저주보다 활기가 넘쳐흐른다. 아직 고루한 편견에 사로잡힌 일부 개신교단을 빼놓고 대부분의 개신교단들과 가톨릭은 올해를 관계회복의 기회로 삼으려 한다. 갈등의 시대가 가고 평화가 오려는 모양이다.

한국에서도 독일 가톨릭교회와 루터교가 힘을 합쳐 출판한 문서인 를 󰡔갈등에서 사귐으로󰡕라는 이름으로 출간해 축하의 기운을 보탰다. 여기에 한국의 대표적인 개신교, 가톨릭 학자들이 참여했다.
이런 기운을 두고 우리는 ‘교회 일치’, 곧 ‘에큐메니칼’(ecumenical)의 기운이 나라에 넘쳐난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제 종교개혁의 새로운 500년이 시작될 것이다.


<박태식 신부 /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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