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udium et Spes Pastoral Institute *
 
 
 
 
 
 
 
 


 



동산바치는 '정원사'라는 순수 우리말로 교회공동체를 아름답게 다듬고 가꾸자는 의미입니다.


   

피정인가? MT 인가? <조영숙 미카엘라 / 수원교구>
   기쁨과희망   2017-11-09 10:34:33 , 조회 : 199 , 추천 : 87



하나. 세례를 받고 한 달도 되지 않아 주일학교 교리교사로 봉사하게 되었다. 복사를 하는 4명의 6학년 바오로와 베드로 때문에 다른 교사들이 어려움을 겪던 차에 대학 졸업반이던 내게 도움을 청한 듯했다. 그러나 나 역시 녀석들과 주일 오전을 씨름하고 나면 오후엔 휴식이 필요했고 알 수 없는 허탈감에 울곤 했다. 어느 추운 겨울날 초등졸업생과 중고등주일학교 학생들이 수도원으로 피정을 가게 되었다. 첫날부터 천방지축 장난만 치는 아이들을 따라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강의가 끝나고 저녁 식사 후 신부님께서 학생들을 성당에 모아놓고 성찰을 도와주시며 기도에 대한 말씀을 하신 뒤에 개별 고해성사를 주셨다. 성사는 자정을 넘겨 계속 되었고 성체조배실엔 아이들이 계속 남아 있었다. 아침식사 시간에 많은 학생들이 오지 않아서 찾으러 갔더니 아이들이 성체조배를 하고 있었다. 단식을 하시는 신부님을 따라서 아이들도 극기를 실천하고 있었다.

피정을 다녀온 후 아이들의 미사참례, 교리수업 태도도 달라져 본당 어른들은 놀라움을 자아냈다. 4명의 바오로, 베드로와 함께 중등부교사를 하면서 복사 지도까지 그 본당을 떠날 때까지 했다. 이사 가서 다른 본당에서 교사를 하고 있을 때에 대학에 들어 간 아이들이 찾아 와 자신들도 선생님처럼 주일학교 교사 봉사를 한다고 하였다. “떠들고 말 안 듣는 저희들을 어떻게 가르치셨어요?”라는 아이들에게 웃으며 교사가 해야 할 기도와 피정 후  달라진 모습을 얘기하고 피정 프로그램을 짜 보라 말해 주었다.

둘. 시간을 잘게 쪼개어 쓰는 직업을 갖게 되면서 쉽게 시간을 내지 못하여 피정을 하지 못했다. 또 피정에 참여하면 나눔 시간에 거룩함을 가장하여 말하는 이들이 있어 분심이 들기도 했다. 영적 도서와 성경만 들고 개인 피정을 다니던 때가 훨씬 좋았다. 그러나 바른 인도자가 목마르기도 했다. 모처럼 본당 소공동체 봉사자피정이 있다기에 어렵게 시간을 내었다. 생각보다 적은 인원이었지만 가는 버스 안은 소란스러웠다. 묵주기도가 끝나기가 무섭게 간식을 먹으며 떠들었다.

한적한 수녀원에 오후 늦게 도착했고 비도 가늘게 오기에 차분히 기도하기 좋을 줄 알았다. 그러나 방배정부터 소란스러웠다. 친한 사람끼리 함께 자지 않겠다고 바꾸어 달라고 했다. 수녀님이 제재하자 끼리끼리 알아서 바꾸어 들어가 떠들고 식사 땐 서로 모여서 떠들며 양껏 먹고 간식을 챙겨가지고 갔다. 피정하면 당연시하던 침묵은 없었다. 방에서 잡담을 하느라 프로그램 시작은 항상 늦었다.

소란함을 피해 성체조배실에 갔지만 핸드폰 소리와 사진 찍는 소리에 분심이 들어 전념하지 못했다. 저녁 늦게까지 속닥이더니 새벽 기도에는 많은 이들이 늦고 빠졌다. 육적으로 배부르고 이틀 집안일에서 해방되어 기쁘다 했다. 그럼 이건 피정이 아니라 MT가 아닌가! 나는 정말 피정하고 싶어 무리하게 시간을 냈는데… 봉사하면서 기도가 없으면 단체가 잘 돌아가지 않음을 알기에 안타까웠다.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지 못하면 따로 국밥이 되는 까닭이다.

셋. 11월 위령성월, 한 달 후면 교회는 전례력으로 새해를 맞이하게 된다. 또 주님성탄을 뜻있고 기쁘게 맞이하기 위해서 성찰하고 판공성사하고 보속으로 기도를 한다. 항상 기도해야 하지만 사제가 보라색 제의를 입는 기간에 신자들은 참회하고 보속으로 좀 더 경건히 기도해야 하지 않을까. 세상이 개방되고 자유로워지듯이 교회도 세상에 맞추어 진보(?)되어 변화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것을 지키면 좋겠다. 아니면 기도하는 자리에서 타인에게 해는 끼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미사 중에도 스마트폰 검색을 하고 유아실에서 아이와 함께 먹고 떠들고… 기본만 지켜도 타인에 대한 배려가 될 것이다.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지켜질 것은 지켜지면 좋겠다.


<조영숙 미카엘라 / 수원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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