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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바치는 '정원사'라는 순수 우리말로 교회공동체를 아름답게 다듬고 가꾸자는 의미입니다.


   

내 안의 출애굽 <장유진 수산나 / 수원교구>
   기쁨과희망   2018-08-01 10:42:34 , 조회 : 39 , 추천 : 6



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출애굽 내용은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이집트에서의 가나안까지는 약 300km쯤으로 보인다.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40년이 걸릴만한 거리는 아니다. 내비게이션과 길찾기 어플로 최단거리, 막히는 거리를 피해 갈 수 있는 기기를 가진 우리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그 광야생활이 시간 낭비라고 말할 수 없다. 이집트에서의 탈출이 외부의 적으로부터 해방이었다면 가나안으로 가기까지의 광야생활은 내부의 적으로부터의 해방이다. 가나안으로 들어갔다고 해서 싸움이 없고 평화롭기만 한 세상은 아니었겠지만 광야생활은 반성과 회개, 정화의 시간이었음에 틀림없다.

우리의 역사는 출애굽의 역사와 닮아있다. 큰 적 일제로부터 해방되자 우리나라 안에서 수많은 크고 작은 일로 분단까지 되었고, 아직도 전 세계 중 분단된 한 국가로 기억되고 있다. 이스라엘인들처럼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민족이 정화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 민족은 수많은 이념과 이권들로 깎이고 다듬어져 지금까지 왔다. 그리고 광야생활이 민족, 국가, 종교와 같이 대분류에 해당되는 것만은 아니다. 각자 개인에게도 크고 작게, 길고 짧은 광야생활이 있다.

연일 찌는 듯한 폭염으로 하루하루 지쳐간다. 그럼에도 일회용 컵과 일회용 빨대의 편리함을 버리기 어렵다. 물을 물 쓰듯 하는 습관도 버리기 어렵다. 배려하는 미덕을 강요해야 하는 세상에 푸념을 날리기 일쑤다. 하지만 ‘나 하나만 잘하면 되겠지’ 하던 생각은 점점 지쳐가기만 한다. ‘유난스럽다’라는 이름으로, ‘까칠함’이라는 이름으로 공격당하면 꼬장꼬장하게 늙어가는 것이 아닌지 반성을 하게 된다.

‘나 하나만 잘하면 되겠지’라는 생각도 소극적인 행동이 되어버렸다. 이제 똑똑해져야 하고, 행동하고 연대하여야 한다. 현명하게 함께 살아가야 하는 세상을 위해 고민해봐야 한다. 너무 많은 정보, 너무 높아진 지식수준, 너무 편리한 세상이 되어버렸고 계속 더 노출되고 있다. 이젠 ‘나만 아니면 돼’라는 생각으로는 바뀌지 않는다.

얼마 전 집 하수관이 막혔다. 그런데 기가 막힐 노릇은 막힌 우리 집이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옆집 지층에 물난리가 난 것이다. 하수관이 배관 청소로도 해결이 되지 않아 결국 땅을 팔 수밖에 없었다. 드러내놓은 하수관에는 휴지와 물티슈, 병 등이 나왔다. 하수관에 병이 어떻게 들어갔는지 상식 밖의 일이지만 사실이 그랬다. 집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도 누구하나 버린 사람은 없다. 스무 명 남짓이 사는 집에서조차 나 하나만 잘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없는데, 나라며, 세계며, 세상은 어떠할 것인가. 나 하나 잘하는 건 필수이고,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체계를 현명하게 만들어가야 할 때이다.

“미련한 사람이 아니라 지혜로운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잘 살펴보십시오. 시간을 잘 쓰십시오. 지금은 악한 때입니다. 그러니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고,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 깨달으십시오”(에페 5,15-17).
해결책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해결해 나가려고 여러 가지 노력으로 접근하다보면 그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장유진 수산나  / 수원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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