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udium et Spes Pastoral Institute *
 
 
 
 
 
 
 
 


 



동산바치는 '정원사'라는 순수 우리말로 교회공동체를 아름답게 다듬고 가꾸자는 의미입니다.


   

세상을 이렇게 망가트려서는 안 된다 <장유진 수산나 / 수원교구>
   기쁨과희망   2018-09-04 15:10:07 , 조회 : 30 , 추천 : 7



지나가지 않을 것만 같던 숨이 턱턱 막히던 무더운 여름이 지나갔다. 그리고 무서운 바람을 가지고 있던 태풍 솔릭도 다행히 세력이 약해져 내륙에는 큰 피해를 주지 않았다.

무더운 여름, 죄책감을 가지면서도 에어컨을 틀고 살았다. 원자력 발전소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외치던 나였지만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위험보다 내 안위가 더 중요했다. 텀블러를 들고 다니면서 스스로 꽤 떳떳했다. 그런데 이야기 도중 만년필이 나왔을 때 볼펜도 일회용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나는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구나” 반성하게 되었다. 무관심하면서 멋모르고 즐겼던 수많은 것들에 대해 생각하면서 무지함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논란 속에 지어진 제2롯데타워를 흉물스럽다고 욕하면서도 수족관을 방문했을 때, 벨루가(흰고래)를 보고 참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수족관을 뱅글뱅글 도는 모습은 마치 나를 반겨주는 인사처럼 느껴졌다. 그 어마어마한 수족관의 크기와 아름다움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벨루가는 천천히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마어마하게 먼 거리를 이동하는 동물이라고 한다. 돌고래 보호단체 ‘핫핑크 돌핀스’는 수조 크기부터 적당하지 않다고 말하고, 수족관 측에서는 기준에 충족되었으며, 최적의 환경을 조성했다고 말한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느낌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주장들과 비슷한 논쟁을 하고 있었다.

원자력에 대해 이야기할 때, 처리할 수 없는 폐기물로 평생 안전할 수 없다고 말하고, 원자력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안전을 강조하면서 법기준치에 적합하다는 행태를 보면 벨루가를 대하는 태도와 흡사하다. 양측의 상반된 주장은 끝없는 평행선이다. 돈의 논리 앞에 보호단체는 그저 발목을 잡는 걸림돌로 취급된다. 정보과잉 시대에 현명해져야 한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분석하고 비판해야 한다. 벨루가의 귀여운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하고 무지했던 내가 되지 않기 위해서….
사랑이란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이다. 벨루가도 자기 환경에 맞춰서 살아갈 때 가장 사랑스러운 모습일 것이다. 영화 ‘미저리’ 같이 가두고 내 입맛에 맞춰 사랑하는 것이 아니고… 내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사랑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가. 내 현명한 첫걸음은 자본의 논리와 마케팅에 현혹되지 않고, 가둬놓은 수족관측에 값을 제공하지 않는 것이다. 사랑하는 벨루가는 책으로, 영상으로 만족하면서 그 삶을 응원할 것이다.

전기는 조금 어렵다. 편리함을 포기하는 것이 쉽지 않다. 금주보다 절주가 어려운 것처럼 어디부터가 절약하는 것인지 어디부터가 과소비인지 그 중용을 찾는 것부터 쉽지 않다. 원자력 폐기를 주장하면서도 불편함을 감수하지 못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무엇인가를 얻고, 무엇인가를 포기해야 한다면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안전을 택하는 편이 현명하다.
누구도 우리에게 권한을 주지 않았다.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오염시킬 권리를 주지 않았다. 생각할 수 있는 동물들을 정신병에 걸리도록 가둬둘 수 있는 권리를 주지 않았다. 인위를 넘어 작위적으로까지 세상을 바꿀 권한은 그 누구도 받지 않았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공부고 아껴야 한다. 사람이든, 환경이든, 동물이든, 생각지 못한 그 무엇이든.


<장유진 수산나 / 수원교구>



     

Copyright 1999-2018 Zeroboard / skin by 8tun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