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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포와봉사(Kerygma et Diakonia)'는 사제들을 위한 강론길잡이입니다.



   

2014 <가해> 제5권-통권 96권 - 분단 현실을 직시하며 평화통일을 지향합니다.
   기쁨과희망   2014-07-22 15:35:00 , 조회 : 753 , 추천 : 103
선포와봉사_96호(연중제17주일).pdf (3.18 MB), Download : 27


찬미 예수님

<선포와 봉사> 신부님들과 독자들께 새로운 마음으로 여름철의 인사를 드립니다. 땀 흘리며 또 땀을 씻으며, 새삼 물의 고마움을 확인합니다. 물 뿐이겠습니까? 내가 이렇게 살아 있는 사실 자체가 큰 은혜임을 깨닫고 하늘을 우러러 보며 하느님을 찬미합니다.

어린이미사 때 어린이들이 떠들고 장난을 치면 대표 교사는 큰 소리로 “집중!” 하고 몇 번을 반복합니다. 그러면 어린이들은 모두 “집중!” 하고 응답하면서 침묵합니다.

집중! 그렇습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일상의 삶 속에서 어처구니없는 이 정치 사회 현실 속에서 집중해야 합니다. 하느님께 집중함이 아름다운 기도이며 자신의 삶에 집중함이 반성과 성찰이며 이웃과 사회에 집중함이 사랑과 투신 곧 정의의 실천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이 우리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사를 시작하면서 잠시 반성의 시간을 갖는 것이 바로 집중의 시간입니다. 중․고교생을 위한 피정의 집에서, 미사를 봉헌할 때 제의방에 적혀 있는 선교 사제의 표어를 읽고, 저는 “그래!, 매일 같이 이 생각을 지녀야 하는데 깜빡 잊었구나!” 하며 반성하며 늘 이 귀절을 미사 전에 되뇌입니다.

      Priest of God,
      Celebrate this Mass
      As if it were your first Mass
      Your last Mass,
      Your only Mass.

      하느님의 사제여,
      이 미사를 네가 바쳤던
      그 첫 미사의 정성으로
      너의 마지막 미사,
      네 생애의 단 한 번의 미사로 생각하며 봉헌하라.

오늘은 이러한 마음으로 미사를 봉헌하며 우리의 현실을 직시합니다.

지난 7월 3일, 1박2일 일정으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한국을 다녀갔습니다. 이때 일본은 대북제재를 풀고, 일본인 납북자 문제 조사와 해결을 위해 북한과 극적으로 합의했습니다. 시진핑이 북한에 앞서 남한을 먼저 방문했다는 내용을 국내 언론은 연일 대서특필로 보도했고 미국 등 외국 언론도 크게 다루었습니다. 방한 이틀째, 일본의 집단자위권 등 군사우경화와 침략 사실 은폐 등에 대해 한국과 중국은 일본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국내 언론은 한 목소리로 한미관계를 지나치게 의식해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보도하며 오히려 더욱 신중한 외교 행보를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한겨레나 경향까지도 일본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이 혹시 한미공조에 냉기류를 가져 올 수 있다는 점을 염려하면서 조심스럽게 논평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기사를 읽으면서 약소국의 뼈저린 한계를 절감하며 새삼 민족의 자주성과 주체성을 깊이 생각했습니다.

사실 120여 년 전 한반도를 둘러싼 여러 나라들의 침략 음모를 떠올리며 저는 더욱 안타까운 마음으로 오늘의 현실을 직시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남북이 분단되어 있으니 그때보다 오히려 훨씬 더 어렵고 복잡한 상황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 기간 중 북한은 동해를 중심으로 단거리 포를 쏘며 일종의 무력시위를 펼쳤습니다. 그러면서도 또한 7월 4일을 기해 남북이 평화를 선언하고 실현하자고 뜻밖의 놀라운 제안을 했습니다. 이에 우리 통일부는 그 북한의 제안이 진정성이 없다며 이를 일축했습니다. 미묘하게 펼쳐진 동북아 정세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실천적 지혜를 찾아야 할지 더욱 크게 고민하고 뜻을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난 6월 23일, 국정원이 조작한 내란음모사건으로 구속된 이석기 의원 등 7명의 형제들의 재판 법정에 갔습니다. 그날 오전에는 원광대학교 이재봉 교수의 증인 진술이 있었습니다. 남북관계 전문가인 이재봉 교수는 변호인과 검찰의 심문에서 남북의 현실에 대해 역사적 고찰과 함께 일본의 침략, 미소양국에 의한 남북분단, 6.25전쟁 비극, 남북분단을 빌미로 이승만과 박정희, 전두환 등 역대 독재정권이 자행한 반민족, 반민주, 반통일, 비인간적 행업, 지금도 여전히 선의에 시민을 친북과 좌경으로 몰고 있는 새로운 유형, 곧 새로운 매카시즘 선풍 등을 낱낱이 열거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재봉 교수는 북이 핵을 보유하고 때로 장거리 유도탄 등을 발사하는 것은 남한에 대한 무력이나 전쟁 위협이 아니라고 확언했습니다. 다만 북은 북의 체제 안정과 생존을 위해 미국과 외교관계를 맺기 위한 고도의 전략으로 핵실험과 대포발사 등을 하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곧 북의 1차적 목적은 1953년 정전협정을 이제는 평화협정으로 바꾸기 위해 그리고 미국과의 정치 외교적 재정립을 위한 전략 전술이란 것입니다.

사실 1991년 노태우 정권 당시 남과 북의 화해 조처는, 남한이 중국과 소련(러시아)과 국교를 맺고, 나아가 북은 일본과 미국과 외교를 맺는다는 상호 개방정책이었으며 관계 주변국들도 이에 다 동의했습니다. 그 후 남한은 중국과 러시아와 국교를 맺고, 이제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북은 여전히 미국과 일본의 제제를 받고 아직까지도 이 두 나라와 국교 정상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더구나 그 과정에서 북은 미국과의 계속된 마찰과 갈등, 서로 신의와 약속을 저버렸다는 등 상대국의 책임론을 열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의 객관적 증언은 미국이 먼저 그 약속을 어겼다는 사실입니다.

1시간 30여 분 이상 진행된 이 교수의 증언 진술은 남북의 일치와 화해, 세계 평화를 위한 그의 학술적 식견과 정치적 신념으로 오전 내내 법정에 분위기를 숙연케 했고, 방청객 모두에게 민족적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 교수의 증언을 들으면서 저는 문득 15년 전의 주한교황대사 모란디니 대주교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이미 몇 차례 소개했던 내용입니다. 그는 휴가차 모국 이탈리아를 방문하면서 교황을 뵙고 또 이탈리아 언론의 보도를 종합하여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6자회담이 중요하고 물론 필요합니다. 그러나 왜 6자회담입니까? 6자회담의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 등 네 나라 가운데 어느 나라가 남북의 일치와 통일을 바라겠습니까? 중국입니까? 러시아입니까? 일본입니까? 미국입니까? 그 네 나라 중 그 어느 나라도 결코 남북통일을 원하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남북이 통일되면 팔천만 인구의 큰 나라가 됩니다. 그러니 그 네 나라는 내심으로 결코 남북통일을 원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여러분은 지혜롭게 6자회담을 외교적으로 잘 활용하되 여러분은 남북양자회담을 늘 염두에 두고 양자회담을 통해 남북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합니다!” 저는 이 말을 가슴깊이 되새기고 기회 있을 때마다 동료사제들과 동지들에게 이 말을 전하곤 합니다.

사실 냉혹한 국제사회에서는 “영원한 적도 없고, 영원한 동지도 없다”라는 명언이 있지 않습니까? 지금과 같은 미묘한 시점에서 우리가 지녀야 할 국제적 가치와 민족적 신념은 과연 무엇인지를 우리는 진지하게 그리고 깊게 생각해야 합니다. 어제의 적, 6·25전쟁 당시 북을 도와 남을 침략했던 옛 오랑캐 그 중국과 사실 우리는 오늘 정치, 경제적 동반자로 손을 잡고 있지 않습니까? 그 중국과 손잡고 우리는 옛 침략국 일본을 크게 꾸짖고 있습니다.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일본은 우리의 동족인 그러나 우리와 처지가 다른 북과 손을 잡고 친밀한 외교관계를 펼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늘 북을 배척하고 견제하려고 할 게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북한과 일본의 관계 개선을 축하하며 격려한다면 훨씬 더 아름다운 적극적인 통일운동과 성숙한 외교정책이 될 것입니다.

한편 북은 북대로 여유 있게 중국과 남한이 친밀한 정치 경제 관계를 이룩함에 대해 또한 기뻐하고 축하해야 합니다. 어쨌든 우리는 중국과 손잡고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꾸짖고, 견제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동안의 미국과 맺었던 우호관계는 흔들림 없이 잘 간직해야 합니다. 시진핑의 남한 방문을 통해 한국과 중국이 더욱 돈독해졌듯이, 북한과 일본이 더욱 끈끈한 관계 속에서 국교 정상화를 이루기를 바랍니다. 나아가 북한이 미국과도 외교관계를 맺길 바라며 기도합니다. 그런데 이 염원이 아직은 꿈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헬더 까마라 주교님의 말씀과 같이 남북 8천만 겨레가 모두 같은 꿈을 꾼다면 아름다운 미래는 꼭 현실로 이루어지리라 확신합니다. 이러한 확신과 함께 냉혹한 현실에 대한 아쉬운 점을 지적합니다. 북이 극적으로 제안한 남북평화 대화를 남이 극적으로 수락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점입니다. 우리 통일부는 북의 제안을 진정성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는데 이것은 단세포적인 반응입니다. 북의 제안이 비록 진정성이 없다 하더라도 어쨌든 평화회담을 제한했으니 한 번 속는다는 셈치고 만남의 자리를 주선했었다면, 얼마나 아름답고 과감한 그리고 용기 있고, 성숙한 선택이었을까 라고 상상해 봅니다. 역사는 뜻밖의 사건과 과감한 선택을 통해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큰 결과를 가져 오기도 합니다. 늘 미국에 종속되어 접근할 것이 아니라 보다 자주적이며 주체적인 선택 속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동북아 정세의 변화를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일본에 대해서 더 깊이 생각할 내용은 이른바 ‘평화헌법 9조’ 해석에 대한 일본 내각의 음모와 또 평화헌법 9조를 개정하고자 하는 행태를 눈여겨보면서 보다 냉철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한 여성은 평화헌법 9조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올렸습니다. 그 후 일본의 많은 양심적 지성인들과 한국의 시민단체와 뜻있는 분들이 이를 지지하며 평화헌법을 지키는 것이 일본의 안정과 세계평화를 위해 더욱 아름다운 것임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평화헌법 9조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영구히 포기한다.
(2) 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육․해․공군과 그 외 전력을 보유하지 않으며, 국가의 교전권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일본의 아베정권은 이 평화헌법 9조를 집단자위권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면서 일본의 안전과 주변국의 안전을 위하여 일본이 군사적으로 대응하고 그 현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억지의 해석을 내각회의를 통해 통과시켰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과 우리 한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미국은 또 이를 지지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말하자면 일본의 집단자위권과 군사력 강화는 미국의 이익과 일치합니다. 반면 한국과 중국에게는 매우 거북하고 위험한 사안입니다. 그런데 미국은 계속 한․미․일 3국의 공조를 강조하고 있으니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 속에서 참으로 난처한 처지에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집단자위권 선언에 대해 우리 외교 당국의 대응은 너무 소극적입니다. 일본의 집단자위권이 매우 위험스러운 것은 일본이 미국과 군사작전 공조를 할 때 이 집단자위권으로 미국을 위해서나 또는 미국이 요청하면 자동적으로 한국에 일본군이 진출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우리 외교 당국은 분명하게 지적하지 못한 채 우리의 동의 없이 결코 일본군은 한국의 진출할 수 없다는 원론만을 반복할 뿐 입니다. 사실 우리의 군사작전권은 미국이 갖고 있기에 이론적으로는 미국이 동의하고 묵인하기만 한다면 유사시에 일본군이 언제든지 한반도에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이 집단자위권의 위험한 내용입니다. 이러한 부분을 좀 더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항의했어야 했는데 이 점을 놓치고 외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시진핑의 방한 중 중국과 우리 한국이 일본의 집단자위권에 대해 크게 비판을 가했을 때 그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하기 보다는, 오히려 언론은 이러한 강경한 발언 때문에 혹시 미국과의 우호관계가 손상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기사를 많이 쏟아냈다는 사실입니다. 이에 외교관계에 있어서도 남북평화를 일차적 목적으로 설정하고, 6자회담 등 주변국과의 관계는 보조적인 장치로서 외교관계를 원만하게 이끌면서 한국의 자주권을 지키고 남북평화를 지향하는 민족적 가치가 우선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하고 싶습니다.

이제 8월이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남북의 일치와 화해를 위해 그리스도교적 관점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하리라 확신합니다. 교황의 선언이 남북의 화해와 세계평화를 실현하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바라며 기도합니다. 모름지기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가 6자회담을 넘어, 미국과 일본 등 큰 나라들의 국익을 넘어,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이룩하는 결정적 은총의 계기를 가져 오기를 바라며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을 청합니다.
신부님들의 영육간 건강을 기원하며 건투를 빕니다. 감사합니다.

              2014년 7월 11일 성베네딕토 아빠스 축일에
              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 가족들과 함께
              함 세 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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