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udium et Spes Pastoral Institute *
 
 

 

 

 

   
   
   

 






'선포와봉사(Kerygma et Diakonia)'는 사제들을 위한 강론길잡이입니다.



   

2015 <나해> 제2권-통권 99권 - 사제의 사회적 실천 책무
   기쁨과희망   2015-01-16 18:00:54 , 조회 : 634 , 추천 :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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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 사회적 실천 책무
- 양의 해인 올해 특히 되새겨야 할 시대적 교훈 -



<선포와 봉사> 신부님들과 독자들께 민수 6,22-27절, 아론의 사제 축복 기도를 되새기며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목자이신 하느님, 어린양이신 예수님, 그리고 우리 안에 내재하시는 사랑의 성령을 새삼 고백하며, 하느님의 백성인 양떼로서 우리는 목자의 가르침을 잘 따르도록 다짐합니다. 우리는 특히 사제로서 목자의 책무도 되새기며 목자의 원형, 목자의 표본이신 예수님의 삶을 직시하고 그 가르침을 본받도록 다짐합니다.

올 해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70년이 되는 해로서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각국은 승전 70주년을 기념하고, 침략과 수탈을 당한 우리나라와 같은 약소민족은 해방 70년을 기리며, 독일과 이탈리아 또 침략국 일본의 항복을 우리는 패전 70년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침략국 일본은 이를 종전 70년이라고 부르며 애써 전범국과 패전국의 흔적을 지우려 하고 있습니다. 같은 역사적 한 사건을 놓고 이렇게 승전, 해방, 패전, 종전이라는 4단어로 부르는 것은 바로 해석의 다양성이며 같은 사건이 각자 처한 자리에서 이렇게 다르게 해석되고 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실례입니다. 어쨌든 우리는 해방 70년을 맞는 이 기회에 우리 민족이 서 있는 자리가 과연 어디인지를 진지하게 되묻고 하느님과 역사를 성서현장의 자리에서 그리고 십자가 예수님의 시각과 자리에서 재해석해야 합니다.


아름다운 선교사 시노트 신부님을 기리며

저는 지난 2014년 12월 23일에 선종하신 메리놀회의 제임스 시노트(진필세 야고보)신부님의 행업을 되새기며 장례미사에 참석하여 선교사의 아름다운 복음 증거의 투신적 삶을 깊이 묵상했습니다. 시노트 신부님은 1974년 지학순 주교님과 청년학생들의 구속사건, 정의구현사제단의 출범, 인혁당 관계자 8분의 사형 등 시대적 사건 속에서 제2의 회심 과정을 통해 세상 한복판에 우뚝 서 있게 된 과정을 신앙으로 술회하셨습니다. 특히 시노트 신부님은 1974년 10월 미국 뉴욕타임즈 신문에 실린 서울법대 최종길 교수의 고문치사사건을 우리 사제단에 알려주셨습니다. 1973년 10월에 서울 남산 중앙정보부 5국 대공수사실에서 고문으로 목숨을 잃은 최종길 교수의 죽음을 우리는 1년이 지나서야 미국신문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1974년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기념일에, 구속자 석방을 위한 명동성당미사에서 문정현 신부님이 이 고문치사 사건을 공개, 문제를 제기하였고, 그 후 30년이 지나서야 최종길 교수의 죽음이 국가고문폭력에 의한 범죄임을 밝혀냈습니다. 시노트 신부님은 선교사로서 우리민족과 문화, 우리나라 역사의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며 한국인처럼 사신 분입니다. 그는 특히 남북분단의 아픔을 절감하며 우리민족을 위해 기도하셨습니다. 이에 시노트 신부님은 파주 ‘참회와 속죄 성당’에서 그의 장례미사를 봉헌하고 그곳 납골당에 묻히기를 원하셨습니다. 남북 대결 구도속에서, 종북몰이로만 권력을 유지하면서 분단 획책을 조장하는 철부지 같은 이들의 어처구니없는 비이성적 상황에서 시노트 신부님은 ‘참회와 속죄’의 진정한 의미를 우리 모두에게 새롭게 일깨워 주셨습니다. 올 해 우리는 해방과 분단 70년을 맞이하여 이 남북분단 체제를 마감하고 화해와 일치, 평화를 이루도록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느님과 역사 앞에 참회와 속죄의 기도를 올려야 합니다.


시대의 요구에 응답하는 사제의 삶

또한 올 해는 제2차 바타칸공의회 폐막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공의회의 꽃인 사목헌장은 교회가 세상과 역사 한복판에 있음을 고백하고 이 세상이 바로 교회의 터전임을 새롭게 선언했습니다. 정의구현사제단과 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은 사목헌장의 가르침을 기초로 세상과 현실에 투신하고 있습니다.

사제단은 지난 해 창립 40주년을 맞이하며 정의와 평화를 염원했던 많은 분들과 함께 사제단과 교회가 한국사회에 미친 영향과 미래지향적 가치에 대한 학술대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지학순 주교님의 구속과 사제단의 출현은 사실 하느님의 묘한 섭리이기도 합니다.
미래가 보장된 청년 학생들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자신들의 삶을 온전히 나라와 민족을 위해 바치고 헌신하기로 한 것은 감동을 넘어 우리 사제들에게 세상에 오신 예수님과 십자가를 새롭게 깊이 깨닫게 한 계기도 되었습니다. 이에 우리는 부활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기며 부활은 결코 환생이 아닌 투신이며 결단임도 깨달았습니다.

불교적 교훈과 톨스토이의 가르침을 연계하여 부활을 묵상하고 이해한다면, 부활은 바로 깨달음입니다. 부활은 또한 회개를 통한 질적 변화입니다.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고 고통 받고, 차별받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그 안에 예수님이 함께 계십니다. 그곳이 바로 십자가 현장입니다. 그리고 십자가와 고통의 현장, 바로 그 자리가 부활 체험의 현장임도 깨달았습니다. 대만의 신학자 송천성은 “부활은 십자가와 고통의 수락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부활은 십자가를 껴안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고통 앞에서 피하지 않고 마주하고 정면으로 맞서는 것, 그래서 고통을 녹여 버린 것, 그것이 부활입니다. 부활은 인간의 한계적 조건을 그대로 수락하는 결단과 선택입니다.

지난 성탄 미사를 봉헌하며 저는 마구간에 오신 예수님을 다시 묵상했습니다. 화려한 제의를 입고 아름답게 꾸며진 구유와 우렁찬 성가대의 합창과 함께 예수님을 기리는 성탄 미사에서 저는 마구간에 태어나신 예수님과 특히 마리아와 요셉의 인간적 고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예수님이 마구간에 태어나신 것은, 우리 인간이 메시아를 거부했다는 증거입니다. 그 누구도, 그 어느 곳에서도 예수님을 맞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마구간은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을 거부한 구체적 증거입니다. 이것은 하느님을 거부한 인간에 대한 구체적 꾸짖음이기도 합니다.

톨스토이 등 많은 문인들은 예수님께서 다시 오신다면 가난한 사람, 부모 없는 아이들,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오실 것이라 했습니다. 오늘 우리 사회에 예수님께서 다시 오신다면 과연 제일 먼저 찾아가실 곳이 어디일까? 생각해 봅니다. 대답은 분명합니다. 예수님은 강정마을과 밀양 송전탑 현장의 평화일꾼과 주민들, 그리고 세월호 희생자와 그 가족들, 굴뚝에 올라가신 분들, 비정규직 노동자, 가난한 사람들에게 먼저 가실 것입니다. 그 곳이 바로 새로운 마구간이며 그리고 우리 사제들이 찾아가 경배해야 할 곳입니다. 이러한 생각과 함께 죄송한 마음으로 성탄 밤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통진당 해산과 1987년 체제의 해체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9명 중 8명의 찬성으로 통진당을 해산하고 의원들의 자격을 박탈하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저는 이날 1975년 4월 9일 인혁당 관계자 여덟분을 사형에 처한 사건을 떠올렸습니다. 헌재 판결을 앞두고 통진당 해산 저지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제2차 원탁회의가 그 이틀 전인 12월 17일 국회에서 있었습니다. 국회에서 이러한 모임을 한다는 것은 유신독재시대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놀라운 일이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시대를 거스르고, 국민들의 권리를 짓밟는 더욱 가증스러운 권력에 맞서 열리는 모임에 마음은 무겁기만 했습니다. 참석하신 모든 분들의 한결 같은 바람은 헌재가 통진당 해산 결정을 기각하고 시대의 양심으로 남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동아투위 기자였던 정동익 선생은 기자의 감각으로 “헌재는 통진당 해산 결정을 할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 이후에 해야 할 일을 다짐해야 합니다. 우리는 앞으로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더욱 헌신하고 노력하겠다고 결의해야 합니다”라고 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통진당이 해산되는 결정을 지켜보았습니다. 그 결정은 매우 슬픈 일이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스스로 민주주의를 포기한 부끄러운 결정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것처럼 국가 기구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교묘한 수법으로 국민들을 속이고 마비시키는 환각제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입니다. 유신 독재 시절에 검찰은 중앙정보부의 하수인이었습니다. 검찰기소장은 중앙정보부 수사기록의 복사 그대로였습니다. 법관의 판결문은 검찰 기소장을 제목만 바꾸었을 뿐, 심지어는 오자까지 똑같이 복사한 그대로였습니다. 참으로 부끄러운 때였습니다. 그런데 그 검찰 권력을 독립시키고 자율권을 찾아준 것은 민주화를 위해 희생된 많은 분들의 공로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스스로 정치 권력에 종속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 헌법재판소도 1987년 6월 항쟁의 결실입니다. 그런데 그 헌법재판소가 법무부의 해산요구내용을 그대로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정부 권력의 하수인임을 스스로 자인한 셈입니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스스로 책무를 포기한 사실상 헌법재판소가 패쇄된 날이기도 합니다. 헌법재판소는 1987년 6월 항쟁의 결실이며 6월 정신이 그 안에 살아 숨 쉬고 있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박한철, 이정미, 이진성, 김창중,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 8명의 통진당 해산 결정은 민주주의를 거부한 자기모순으로, 1987년 헌정체제를 스스로 무너트린 자멸행위입니다. 그러나 단 한 분 ‘김이수’ 재판관은 민주주의 수호에 대한 시대적 소명을 받아들이고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려 했습니다. 그 분의 판결 안에 6월 정신,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 모두의 소망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항일독립투쟁정신과 민족의 일치와 화해를 위한 통일의 의지가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이 한 분의 결정 안에는 민주주의와 통일을 위한 질적 가치가 내재되어 있습니다. 하나의 귀중함, 그 하나가 바로 우리 민족의 희망이며 부활의 상징입니다.


2015년 한국사회 현실

1945년 해방 당시 조선의 모든 사람은 민족주의와 민주주의 국가수립을 소망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조선에 진주한 미군은 친일 경찰을 복귀시키며 조선의 남쪽을 국립경찰을 강화한 억압과 통제된 사회로 만들었고 1948년 8월 15일 강력한 통제 수단으로 작동되는 억압과 수탈체제의 식민 통치 정부 기구를 중심으로 분단된 남한 단독정부가 수립되었습니다. 한국은 정치제도와 기능이 국민들의 합의보다는 미군정과 친일파 등 수구 세력을 중심으로 만들어졌으며 독재정치와 남북 이념갈등을 악용하여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구조로 형성되었습니다. 지난 70년 한국사회는 친일과 독재에 저항하며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시민들이 거대한 권력집단과 이에 종속된 정치체제의 민주화를 위한 끊임없는 투쟁과 갈등이 지속된 사회였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는 우리 모두에게 국가공동체의 심각한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첫째 사람의 생명보다 경제적 가치를 우선하는 기업과 감독 기관의 행태가 온 천하에 드러났습니다. 둘째 대통령을 포함한 국가 행정기관과 고위 공직자들은 무능력하고 심지어 방관자적인 태도로 참사를 키웠습니다. 셋째 130석의 야당은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범국가적 노력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데 실패하였을 뿐만 아니라 무기력했고, 의지조차 없었습니다. 넷째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비극에 처한 사람들을 비하하고 또 비난하는 집단을 비호하고 옹호하는 세력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도덕적 가치보다 편 가르기 방식의 이념 갈등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논리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해방 이후 한국의 대부분 제도는 미군정하에서 일제의 법과 제도를 답습한 것입니다. 일제의 제도는 원칙적으로 식민통치를 위한 통제와 규제, 억압 구조였습니다. 따라서 세월호 참사는 식민통치와 독재의 잔재로 통제와 억압, 규제 일변도의 행정 권력 체계와 신자유주의 재벌 중심 경제체제가 복합적으로 작동하여 일어난 사건으로 제도와 관료, 정치인이 공모한 범죄입니다.

통진당 해산 결정도 한국사회의 잘못된 역사에 기인합니다. 정부수립은 남북대립과 이념 갈등을 기반으로 친일파와 이승만 일당이 야합한 대통령중심제와 단원제, 경찰국가로 출범하였으며 지금까지 이러한 기조는 한국 지배세력의 권력 기반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5·16군사 반란으로 권력을 장악한 박정희 군사독재세력은 이념 갈등과 경찰력을 보강한 중앙정보부를 기반으로 공안 통치와 지역감정을 조장한 양당제 정치 구조로 정치권력을 장기적으로 장악하였습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헌법은 중앙정보부를 중심으로 국가권력의 예속 하에 있었던 정치체제를 해체하여 최소한의 민주화를 실현하려는 국민들의 요구를 반영한 헌정질서이며 비로소 대의제 정치제도의 형식적 틀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통진당 해산 결정은 87년 체제의 한계와 이념 갈등과 남북 대립을 이용한 공안 통치와 ‘독재정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사회 경제 지표는 세계 15위, 무역 총액 8위, 수출 7위, 외환보유고 8위, 국방비 12위, 전자정부 1위 등 껍데기로는 성공한 나라입니다. 그러나 국가 역할 지표(담세율, 지니계수, 빈곤율, 공공지출 등), 사회형평 지표(공교육 지출, 투표율, 노조조직율, 비정규직 비율, 사회갈등지수 등), 인간 존엄 지표(출산율, 자살율, 노인빈곤율 등)는 최하위, 최악의 수준입니다.

오늘 한국사회는 국가는 존재하나 국민을 보호하는 의지나 능력, 복지와 민주주의 척도는 아주 낮은 나라로 국민을 위한 ‘국가’는 없습니다. 한마디로 이것은 국가가 아닙니다. 따라서 국민들의 다양한 요구가 정치를 통해 반영될 수 있는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실현해야 합니다. 특히 사회적 합의와 사회적 협치가 가능한 정치 제도를 국민들은 요구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수호와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정치제도 개혁

해방 70년과 ‘사목헌장’ 반포 50주년을 맞았습니다. 새로운 출발의 상징입니다. 우리 연구원은 올 한해 연구와 활동 주제에 대해 신부님들과 토의를 통해 사순, 부활을 앞두고 출애굽 사건 40년, 바빌론 유배 70년을 묵상하면서 우리 사회의 미래를 아름답게 하려는 의지에 공감하고 민족공동체의 변혁을 위한 새로운 출발점으로 확인하고자 합니다.

4·16 세월호 참사와 12·19 통진당 해산 사건을 우리는 국민적 통합과 변화의 계기로 승화시켜야 합니다. 지난 70년, 권력이 자행하는 폭력에 당하면서 우리는 부활과 은총을 체험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정신을 이어가는 모습을 사회에 보여주었습니다. 고난과 고통의 시간이 앞으로 더 길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동시에 민족의 미래를 더욱 밝게 하는 전환의 계기가 될 것입니다. 지금 남북 8천만 우리 민족은 모두 힘듭니다. 선량한 사람들은 많은데 간사하고 약삭빠르게 국민을 속이고 권력을 남용하는 악마들과 거짓언론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성모찬가’ 곧 민중의 노래, 해방의 외침과 같이 하느님을 찬미하며 시대의 기도, 저항의 기도를 더욱 절실한 마음으로 올려야 합니다.

당신 팔의 큰 힘을 떨쳐 보이시어
마음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도다.
권세 있는 자를 자리에서 내치시고
미천한 이를 끌어올리셨도다.
주리는 이를 은혜로 채워 주시고
부요한 자를 빈손으로 보내셨도다.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6월 항쟁의 상징이었던 87년 헌법체계의 붕괴는 우리 시대 새로운 민주주의와 새로운 정치체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치는 한 정파의 뜻을 실현하거나 진보를 표방하기보다는 더 넓은 범위의 연대에 기초해야 합니다. 진보에 대해 대중들은 깊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진보란 보수와 한 짝으로 참되고 아름다운 것을 지키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필연적 삶과 가치인데 한국의 거짓 언론은 이를 왜곡하고 진보의 가치를 헐뜯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인간적인 것, 민주주의, 양심적인 것, 기초를 넓게 하여 함께 하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사실 첫째, 항일독립 투쟁과 친일잔재 청산이라는 현대사의 첫 물줄기와 둘째 이승만, 박정희 등 독재정권을 타파하고 인권과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두 번째 물줄기, 그리고 셋째 종북몰이 등 온갖 수구세력과 남북분단 체제를 타파하고 민족통일을 지향하는 세 번째 물줄기, 이 세 물줄기를 하나로 크게 묶어내야 합니다.

항일투쟁과 친일파 청산의 민족정신이 민주주의 실현의 기초가 되어야 합니다. 해방 이후 친일파 청산을 못한 것이 독재로 이어졌습니다. 친일파와 이승만 졸개, 유신 박정희 졸개, 전두환 등 군부독재 졸개들을 청산해야 합니다. 우리 민족은 미소 강대국에 의해 강제로 분단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남북 동족끼리 싸우고 있으며 독재자들은 이를 이용해왔습니다.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분단세력을 청산해야 합니다. 부정관권선거로 집권한 유신독재 복사판인 현재의 이 불의한 정권을 극복하고 타파해야 합니다.

민주주의 실현과 정치제도 개혁 그리고 남북의 일치와 화해를 위해 이런 뜻에 동의하는 분들이 다 모여야 합니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고도 합니다. 우리에게 보람과 함께 큰 아쉬움을 안겨준 김대중 대통령의 경우, 그는 정치인으로서 뱀 같은 지혜와 비둘기 같은 양순함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생전에 그는 “혼자 50보를 가기보다 50명이 5발자국을 가는 것이 좋다”고 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우리는 지혜를 통해 큰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과 집단의 이해관계와 정파적 분파주의를 넘어서는 통합으로 큰 틀의 국민운동 연합체를 구성해야 합니다. 이러한 연대와 통합은 토론과 합의를 통해 아름다운 정치제도를 실현할 수 있다는 확신을 사회공동체에 보장할 것입니다.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은 정치권의 무능과 분열과 분파주의가 함께 작용한 결과입니다.

국민들의 공감을 얻은 큰 공동체는 한국 정치를 개혁하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보장할 것입니다. 정치가 실종된 한국사회에서 행정 권력은 오래도록 국가와 국민을 지배했습니다. 합의와 토론이 가능한 정치를 실현하는 것은 억압과 통제의 수단으로 활용해온 국가 권력을 해체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정치제도 개혁은 한국사회의 미래를 위해 바로 지금 꼭 시작해야 할 우리 모두의 책무입니다. 이러한 지향으로 1월 15일(목) 오후 4시에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4층에서 많은 분들이 모여 민주주의 수호와 정치 개혁을 위한 국민 토론회를 개최합니다.

올 해가 제2의 민주화 운동을 시작하는 새로운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며 신부님들과 함께 기도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신부님들의 영육간 건강을 기원하며 건투를 빕니다.


                  2015년 1월 4일
                  주님공현대축일에
                  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 가족들과 함께
                  함 세 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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