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udium et Spes Pastoral Institute *
 






'함께하는 사목'은 한국교회 사제들의 사목정보와 체험을 나누고자 마련한 사목자 정보교환지입니다


   

신부의 꽃인 본당사제!(배현하(안토니오) 신부 / 원주교구)
   기쁨과희망   2018-10-08 11:18:50 , 조회 : 14 , 추천 : 3


  

서품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복지를 하게 된 나에게 본당은 늘 동경의 대상처럼 되었습니다. ‘신부의 꽃은 본당신부’라는 선배신부님들의 말 속에서 언제쯤 본당 신부를 한 번 해 보게 될까. ‘나는 언제 그런 꽃 같은 삶을 살아볼까!’ ‘언젠가 나에게도 그러한 삶이 주어지겠지’라는 희망을 안고 지내기도 했습니다. 그런 나에게 드디어 본당신부로서의 소임이 주어졌습니다. 꽃으로서의 삶이 주어졌습니다. 18년만에야 드디어 꽃이 되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바라던 것을! 드디어 나도.

지금도 여전히 행복한 시간입니다. 그런데 무얼 두고 꽃이라 하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가 이뻐해주고, 모두가 사제의 말에 따르고… 마치 왕과 같은 자리이기에 그랬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됩니다.
어릴 때 읽었던 안데르센의 동화 중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여러분도 다 아시리라 생각되어집니다만 간단히 이야기를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옛날에 새 옷 입기를 좋아하는 욕심 많은 임금님이 살고 있었습니다. 임금님은 좋은 옷 입기에 열중한 나머지 나라는 돌보지 않고 자신에게 멋진 옷을 만들어 줄 재단사를 찾고 있었답니다. 그 소식을 들은 사기꾼, 거짓말쟁이는 자신들을 옷을 만드는 직공이라 속이고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 옷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임금은 신하와 직공들의 달콤한 말에 속아 벌거벗은 채로 행진을 하고 그것을 본 똑똑한 꼬마 하나가 임금님이 벌거벗은 사실을 말합니다. 임금님과 사람들은 꼬마의 말에 진실을 알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사기꾼에게 놀아나 옷밖에 모르던 임금. 백성들은 관심이 없고 오직 화려하게 꾸미고 치장하는 것에만 관심 있던 임금. 그래서 마침내는 벌거벗고 거리를 활보하던 바보 임금. 또한 거짓인지 뻔히 알면서도 권력에 굽실거리며 진실을 외면하던 관료들. 어린아이의 눈에도 국민에게는 관심이 없고 옷 입기만 좋아하는 임금님과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신하들이 참 어리석어 보였을 것입니다. 임금은 백성에게 관심이 없고, 그저 혼자만의 시간을! 자신만의 아름다움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백성들이 무엇을 먹는지, 어디가 아픈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그러한 것들은 임금의 관심사 밖의 일들이었습니다. 그런 임금이 참된 임금이라 할 수 있을까? 그러한 임금이 꽃으로 피어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가 고백하고 믿고 따르는 예수님은 그러한 분이 아니십니다. 자신을 위해 힘을 쓰고, 권력을 남용하는 그러한 분도 아니십니다. 그분은 오히려 가난한 이들 속으로 들어가시고, 그들과 함께 하며,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나누었습니다. 그것이 참된 왕의 모습이라고, 그것이 참된 임금의 모습이라고 이야기하십니다.

본당신부가 꽃이라는 말에 무게를 느끼며, 다시금 꽃으로, 참꽃으로 피어날 수 있도록 제 자신을 다독여 봅니다.



(배현하(안토니오) 신부 / 원주교구)



     

Copyright 1999-2018 Zeroboard / skin by 8tun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