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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그렇게 자연이 되어갑니다 <김규봉(가브리엘) 신부 / 의정부교구>
   기쁨과희망   2019-10-08 16:45:01 , 조회 : 22 , 추천 : 0




지금 제가 글을 쓰고 있는 곳은 13년 전부터 살았고 7년 만에 다시 살게 된, ‘경기도 연천군 연신로 1103번길 7’의 사제관입니다. 이 집을 떠나기 전에 생태 흙집을 하나 지었는데 그 집의 주인이 제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 사이 나무들이 많이 자라 훨씬 운치 있어진 집에서 장작 때고 농사지으며 살게 되었습니다. 조금도 짐작 못한 오묘한 일입니다.

요즘 연천지역에서 집중하고 있는 것은 일본의 경제 침략에 분노하는 군민들의 마음을 구체적으로 엮어내는 것입니다. 지난 6·13 DMZ 평화손잡기를 치르며 알게 된 이들, 특히 보수적인 성향의 단체장들과 연대하면서 기존의 진보적인 이들과의 만남을 주선해 ‘아베규탄연천군민연대’라는 단체를 만들었고 지역에 포스터와 전단지도 만들어 배포하기로 했습니다. 일본의 경제 침략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로 모여보자 하니 사람들이 모였고 지역을 위해 함께 할 수 있을 일을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10월 5일 저녁에 다시 모이기로 했는데, 더 많은 이들이 모일 수 있도록 또 이 모임이 지역공동체 활성화의 구심점이 되도록 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도시농부들을 중심으로 자연농을 시작했습니다. 산의 나무들은 경운하지 않아도, 거름을 주지 않아도, 심지어 물을 주지 않아도 잘 성장하는 것에 착안하여 자연농은 일단 논과 밭을 만들어 놓은 이후에는 경운하지도, 별도의 거름도 주지 않습니다. 자연농에서 풀은 제거해야 할 잡초가 아니라 없어서는 안 되는 동료입니다. 풀은 사람이 인위적으로 경운하지 않아도, 뿌리를 내려 땅 속 깊은 곳까지 경운하고 있고, 물과 양분과 공기도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또 흙을 단단히 잡아서 토양과 양분의 유실도 막아줍니다. 자연농에서는 기본적으로 풀은 뽑는 것이 아니라 베는 것입니다.

작물 주변의 풀들이 작물의 성장을 방해하는 경우에 그 풀들은 베어 그 자리에 놓아둡니다. 다만 작물이 심어지는 곳의 풀은 뽑아줍니다. 또 길가나 논두렁처럼 작물의 성장과 무관한 곳의 풀들은 적극적으로 베어 작물 주변의 땅을 덮어주어 수분 증발도 막아주고 거름도 되도록 합니다. 사실 유기농이 좋은 농법이지만, 유기자재이지만 거름을 끊임없이 투입하는 문제, 대형기계를 이용해 작물을 심고 거두면서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문제, 풀을 적으로 간주하는 문제 등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연농부는 호미, 톱낫(부추낫), 괭이 등의 소도구를 사용하고 풀을 동반자로 여기면서 자연의 순환원리에 따라 스스로 그렇게 자연이 되어갑니다. 사실 자연농은 다만 농법이 아니라 스스로 지속가능한 자연이 되어가는 삶 자체입니다.

지역복음화의 범위를 교구 전체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양주 지역에 교구의 넓은 땅이 있는데, 이곳에서 작년에 이어 텃밭영화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역 공동체와 관련한 영화를 선정해 지역 주민들과 영화도 보고, 먹을거리도 나누면서 아름다운 삶과 지역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10/11(금)에 예정하고 있고 먹을거리를 나누기 위해 대안기술로 만든 피자용 화덕과 밥, 국을 지을 수 있는 화덕도 만들어 놓았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역복음화사목은 교구 신부에게는 기본적이고 일반적인 사목입니다. 각 교구는 해당 교구 전체를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좋은 곳으로 만들어 가야하는, 본당 신부는 본당 사목구역 전체의 복음화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 교구 신부들이 이미 우리에게 맡겨져 있는 복음화의 참된 내용을 살아내려 할 때 세상은 점점 좋아질 것입니다. 교회와 신부에 주어지는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내 신자, 내 성당만이 아니라 이 세상을 아름답게 가꾸어 가십시다.

하느님을 닮은 하늘의 태양과 땅처럼 점점 우리도 자연을 닮아가십시다.


<김규봉(가브리엘) 신부 / 의정부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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