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udium et Spes Pastoral Institute *
 






'함께하는 사목'은 한국교회 사제들의 사목정보와 체험을 나누고자 마련한 사목자 정보교환지입니다


   

코로나는 은총이 되어야 한다. <서춘배(아우구스티노) 신부 / 의정부교구>
   기쁨과희망   2020-09-04 14:01:12 , 조회 : 37 , 추천 : 0




금년엔 유난히 성당 마당의 (꽃)나무 등이 무성하다. 포도도 엄청나게 달렸다. 코로나로 인간 활동이 줄어들자 동식물이 잘 되고 금세 자연이 살아났다는 보도도 있다. 인간들은 죽을 맛이지만 자연은 다른가보다.

코로나는 선량한 백성을 공포에 몰아넣고 즐기는 독재자인가. 핵 위협보다 더 현실적이고 어느 면에선 박해보다 무섭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불안한 눈초리의 군상이 이 시대를 대변한다. 코로나는 광야에서 예수님을 유혹한 악마를 닮았다. 우선 정체가 모호하다. 악마는 전면전을 펼치지 않는다. 코로나도 감염력은 놀라우나 치명적인 파괴력은 없어 보인다. 건강한 젊은이들에겐 들어왔다가 슬그머니 나가는 모양새다. 그러나 기저질환이 있는 노약자에겐 본색을 드러내 무섭게 달려들어 목숨을 끊어낸다. 이 녀석은 세대간, 지역 간 사람들을 이간질시킨다.

방역의 대오가 흩트려지는 이유다. 치명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 오히려 치명적이다. 악마의 존재를 부정하면 악마는 암약(暗躍)할 것이나, 악마 증후군에 사로잡힌 이들에게는 드러내놓고 휘둘러댄다. 코로나 자체보다 공포심이 더 문제라는 말도 부정하기 어렵다. 실제 스웨덴에선 스스로 알아서 대처하라가 그들의 방역대책이다. 악마는 다음 기회를 노리고 예수를 떠났다. 이번 코로나 19는 물러나겠지만 코로나 20, 21로 또 다시 찾아올 것이다.

코로나는 약은 청지기 같다. 예수님은 불의한 청지기를 칭찬하신다.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보다 영리하다는 것이다. 국경을 넘어 인종과 나라, 체제나 이념,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코로나다. 가히 세계적이고 보편적이다. 인간은 서둘러 국경을 봉쇄하고 폐쇄하고 격리를 명하고 일상을 반납했다. 그간 인간이 추구해온 세계화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친교와 환대의 문화도 나쁜 것이 되고 말았다. 생존을 위해 삶을 포기해야 될 상황이다.

예수님은 이 상황에서 어찌하여 코로나보다 영리하지 못하느냐고 질책하실 것 같다. 코로나 보다 더 영리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것은 더 말할 나위 없이 연대와 협력이다. 모든 나라들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방도를 찾고 근원에서부터 성찰해야한다. 우선 앞으로 만들어질 백신과 치료제를 공공재로 선포해야 한다. 가난한 나라들도 값없이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 지구라는 같은 배를 탄 공동운명체임을 코로나가 여실히 보여주었다. 너무도 단순한 이 사실을 깊이 새기자. 그리만 된다면 이번 코로나는 은총이 될 수 있다. 충분히 아파하자. 아픈 만큼 성숙해 질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게 어디 코로나 탓이겠는가? 코로나는 다른 생명체를 숙주(宿主) 삼아 기생하는 생물과 무생물 중간의 그 무엇이란다. 인간은 자신의 욕망을 극대화하며 자연 훼손에 서슴지 않았다. 그 결과 지구상 수많은 생물종이 사라지면서 코로나도 숙주를 잃어버렸을까? 모든 걸 집어 삼키는 인간은 코로나에게 좋은 표적이 되나보다. 자업자득이요 응보다. 인간의 죄 말고는 죄가 없다는 말을 새길 필요가 있다. 여기서 인간은 겸손해야 한다. 모든 피조물에게 저지른 죄를 인정하고 회심해야 한다. 지구를 아름답게 가꾸고 온갖 피조물을 창조 질서대로 돌봐야 한다. 착한 목자는 착한 청지기로 통할 것이다.

서춘배(아우구스티노) 신부 / 의정부교구






     

Copyright 1999-2020 Zeroboard / skin by 8tun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