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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천사단... (김부섭 신부 / 의정부교구)
   기쁨과희망   2016-02-15 09:47:42 , 조회 : 927 , 추천 : 144


사제관에 있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어보니 선배신부님이 오셨다. 넘 뜻밖이었다. “신부님, 김규봉신부입니다” 옆동네 전곡성당으로 발령받아서 인사차 온 거란다. 헉 선배가 먼저 찾아오다니… 차를 마시다가 문득 안식년 얘기가 나왔다. 뭐 하셨냐는 질문에 노가다 뛰었단다. 언젠가 집을 고치겠다는 마음 때문이라는 얘기를 듣는 순간 마음이 찡했다.

“형님, 그런 좋은 일은 바로 시작합시다” 그래서 일년 먼저 연천에 자리 잡은 내가 처음 시작하기로 했다. 그날 밤 헤어지고 집에 와서 잠자리에 누웠는데, 계속 마음은 설레고 두근거렸다. “하느님, 집 짓는 단체 이름을 뭘로 하면 좋을까요” 그러다 문득 가슴 속에서 ‘라파엘 천사단’ 이라는 글자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주일에 다짜고짜 집짓는 봉사단체 이름하야 라파엘 천사단을 만들겠다고 공지하면서 신청하라고 얘기했다. 미사 후 단원으로 신청하신 분들이 대략 열명이 조금 안되었다. 그 중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분들이 반절 정도 되었다. 그래도 감사했고, 또 감사했다. 집수리 공짜로 해준다는 말에 예산은 어디서 할 거냐고 묻는다.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하느님 일이니까 그분께서 알아서 해주실 거라고...

첫 봉사 장소가 잡혔다. 장애우를 둔 나이 지긋하신 자매님 집이었다. 미리 현장 답사를 가서 보니 얇은 판넬 한 개짜리 집이라 추웠고, 정리정돈이 안돼 있었으며, 집 주위로는 쌩쥐들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기절할 뻔 했지만, 간신히 마음을 추스르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봉사 당일날 벅찬 마음으로 단원들과 성당에서 기도하며 출발했다.

당신의 손과 발이 되게 해달라고. 두 주일에 걸쳐서 작업이 진행됐다. 지붕까지 포함하여 집 전체를 두 겹의 판넬로 덧댔다. 집안 청소까지 싹 다하고, 특히나 쥐약은 전체에 다 뿌렸다. 다 정리한 다음 우리는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하느님께 너무나 감사하다고. 그리고 안수한 다음, 기념사진까지 찍었다. 항상 행복하시라고 말씀드렸다. 그 다음 주일날 자매님이 오셨다. 세례 받고 싶다고. 얼마나 감동이고 기뻤는지 모른다.

당신은 살아계십니다. 자매님의 웃음 속에서 당신의 웃음을 봅니다. 우리 연천이 그렇게 라파엘이 시작이 되었고, 매주 하고 있다는 말에 전곡도 드디어 얼마 되지 않아서 라파엘 천사단이 조직이 되었다. 우리는 함께 만났고 함께 서로를 격려했다.

그리고 연천군에 있는 또 다른 본당인 상리성당 노연호 신부님께서도 우리랑 같이 라파엘 천사단을 만들게 되었다. 우리 세 본당은 같이 집수리 작업도 했고, 같이 EM 환경볼도 만들어서 한탄강과 차탄천에도 뿌렸다. 아이들서부터 노인분들까지 수많은 분들이 함께 하였다. 연대는 서로의 마음에 기쁨과 희망의 불씨를 낳았다.

그 이후로 각종 성당 행사들, 성지순례, 체육대회, 또 작년에는 분단 70주년을 맞이하여 세 본당이 주교님 모시고 통일기원미사를 봉헌하였다. 민관군이 함께 하는 자리였고 더욱 뜻깊었었다. 주교님께서는 강론시간에 의정부교구에서 가장 작은 본당들이지만 결코 작은 본당이 아니라고 격려해주셨다. 그러다 어느 날 나는 일산 중산성당 협력사목으로 발령을 받게 되었다. 많은 분들이 아쉬워했다. 위로를 드리면서 모든 분들께 말씀드렸다. 나는 떠나는 게 아니라 더 큰 연대를 향해 가는 것이라고, 그리고 꼭 약속을 지키겠노라고 말씀드렸다.

이제 여기 중산성당으로 온지 거의 5개월이 되고 있다. 그동안 난 여기 오지 한 달도 안되어서 또 라파엘 천사단을 만들었다. 그리고 벌써 꽤 많은 집들과 기관시설들을 고쳤다. 지난 한달 동안은 광탄지역의 한 집을 통째로 짓느라고 많은 라파엘 천사단원 분들이 고생이 많았다. 살던 집에서 쫓겨나며 삶이 파탄나기 직전의 형제님을 주위에서 안타까워하면서 광탄 사무장님이 우리 중산 라파엘 천사단에 혹시나 신청을 했던 것인데, 우리가 누구랴, 어디든 달려가고, 무슨 일이든 하는 단체다. 아무렴. 한 달에 걸친 고된 작업이었는데, 오히려 우리가 주님께 받은게 너무나 많았던 작업이었다. 이 작업을 위해 5개 본당이 연합했다.

중산 라파엘 천사단과 광탄 신부님을 포함한 성당분들 그리고 연천군의 세 본당 라파엘 천사단들이 함께 했다. 김규봉 신부님도 함께 했다. 집이 완공되고 집 축성식을 했다. 주인을 포함하여 모두는 가슴 뭉클함 속에 눈물을 흘렸다. 우리는 알고 있다. 나눔과 연대야말로 이 시대의 가장 큰 하느님의 축복이자 선물임을. 앞으로도 라파엘 천사단은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주님께서 허락하시는 그 순간까지.

김부섭 신부 / 의정부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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