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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밥값은 하고 살아야지!”... (김영욱 신부 / 인천교구)
   기쁨과희망   2016-03-08 14:14:50 , 조회 : 692 , 추천 : 102


특수사목 14년 만에 본당사목의 소명을 받고 부임한 후배 신부를 만나 점심을 먹었습니다. 역시 본당신부가 최고라며 들뜬 목소리로 사는 이야기를 합니다. 처음 신자들과 만나 인사를 하면서 앞으로 본당사목에 임하는 자세를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고 했답니다(처음 1년은 조용히 지내야 하는데 너무 속을 일찍 드러낸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머쓱해 합니다).

그 실천으로 신자들이 미사에 많이 참여하도록 초등부, 중고등부, 청년미사를 분리하고 평일에도 직장인들을 배려해 새벽미사를 신설했다고 합니다(후배신부는 보좌신부, 본당수녀, 식복사도 없이 혼자 살고 있습니다). 단체 방문과 가정방문 그리고 신자들 교육에 대한 계획을 장황하게 이야기 합니다. 그동안 특수사목하며 을의 입장에서 살았기에 본당신자들을 갑으로 모시고 살겠다고 합니다. 또한 재정의 투명성을 강조하며 있는 그대로 신자들에게 공개할 뿐 아니라 집행과정 역시 신자들의 동의를 얻어서 하겠다고 합니다.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데도 대단해 보였습니다. 그 열정이 부러우면서도 살짝 걱정이 되어 한마디 했습니다. “너무 무리하는 것 아냐? 그러다 몸 상한다. 길게 보고 가야지. 그리고 다른 신부들도 생각해야지!”라고 했더니 “형, ‘지금 여기’가 중요하다며. 미래는 현재를 충실히 살면 만들어지는 거야. 하느님의 일을 하는데 남의 눈치 볼게 뭐있어. 그리고 우리가 받는 게 얼마인지 알아? 거기에 사제 은퇴기금, 식복사 월급, 전기, 수도 등 다하면 사제 때문에 지출되는 금액이 본당에서 연 4천만 원이 넘어. 밥값은 하고 살아야지!”하며 반문합니다. 그러더니 한술 더 떠서 ‘일일부작 일일불식(一日不作 一日不食)’이라는 고사를 인용해 이야기하면서 ‘하루 두 시간 택시운전, 식당일을 하면 강론 준비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할 때는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말았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집에 와 사제지원비로 지출되는 금액을 따져보니 공과금 빼고도 4천6백만 원이 넘었습니다(우리 본당 한해 예산에 몇 %인지는 차마 미안해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 외 본명축일, 명절 등에 알게 모르게 받는 봉투를 생각하면 더 많겠지요. 부끄러웠습니다. 이렇게 많은 비용이 사제를 위해 쓰여지고 있는데 밥값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려운 본당에서 재정을 아끼며 살아가는 신부들 특히 식복사 없이 혼자 사는 신부들에게 미안했습니다. 더 부끄러웠던 것은 내가 받는 금액을 매월 신자들에게 공개할 때 항목을 다르게 하여 조금 받는 것처럼 보이려 했던 것이었습니다. 치사하고 속보이는 행동이었습니다.

후배에게 많은 걸 배운 하루였습니다. 그 열정에 반이라도 따라가면 좋겠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하얗게 내린 눈이 얼마나 이쁘던지요. 길 미끄러운 줄 몰랐습니다.

(김영욱 신부 / 인천교구 숭의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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