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udium et Spes Pastoral Institute *
 






'함께하는 사목'은 한국교회 사제들의 사목정보와 체험을 나누고자 마련한 사목자 정보교환지입니다


   

‘먹방 전성시대’ ... (김영수 신부/ 전주교구)
   기쁨과희망   2016-05-04 16:42:28 , 조회 : 871 , 추천 : 95


요즘 방송 매체에서는 소위 ‘먹방’이 대세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작년 6월 ‘푸드쇼 대열풍’(The food-show craze)이라는 기사를 통해 한국의 먹방 열풍을 보도하면서 그 원인을 한국사회가 직면한 경제적, 사회적 위기의식으로 인한 한국인의 불안과 삶의 불만족에 있다고 해석했다. 이 기사는 요리 자체보다 재미에 치중하는 방송이 우아하게 식사할 여유가 없는 한국인에게 대리만족과 눈요기를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3천개가 넘는 인터넷 방송 먹방 채널을 수 십 만 명이 시청하는 기이한 사회현상을 신기하게 여긴 외국 언론들은 잇따라 한국의 먹방 전성시대를 소개하며 주로 젊은 여성이 등장해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자극한다는 뜻으로 ‘음식 포르노’라는 민망한 이름으로 소개하고 있다.

독일 통계학자 엥겔은 가계 지출을 조사한 결과 저소득 가계일수록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고, 고소득 가계일수록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낮음을 발견하였는데 이를 ‘엥겔의 법칙’이라고 한다. 그리고 총 가계 지출액 중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엥겔 지수’라고 한다. 엥겔 지수로만 따진다면 우리 사회는 분명 선진국으로 넘어가고 있는 수치에 올라섰다. 그러나 요즘 유행하는 먹방 대열풍을 놓고 본다면 마치 한국 사람들은 먹는 일에서 만족을 얻고 열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신의학자 로저 굴드(Roger Gould)는 탐식 환자들을 심리치료하면서 사람들이 이렇게 먹는 일에 탐닉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심리적 허기’에 있음을 발견하였다. 환자들의 탐식 기저에는 ‘무기력증’이 도사리고 있었고 식탐은 자신의 무기력증을 해소해주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먹어도 탐식으로는 무기력에서 오는 심리적 허기는 해결되지 않았다. 따라서 굴드가 제기한 것은 ‘정서적 식욕’(emotional eating)의 문제였다. 결국 폭식이나 탐식은 생리적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였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먹방 열풍도 정서적 식욕의 문제가 투영된 하나의 징후로 볼 수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한국 사회는 장기 침체상태에 빠져 있다. 무엇이나 할 수 있다는 낙관의 세계관이 무너지는 과정에서 대중이 느끼는 정서적 허기의 강도는 생각보다 심각한 상태인 것 같다. 세대적으로 봐도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보다 불안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한국 사회의현상은 그들로 하여금 먹방을 통해서라도 ‘마음의 허기’를 채우려는 시도를 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힐링의 시대에 불어 닥친 먹방 열풍은 인간 안에 내재하는 온전함에 대한 근원적 갈망을 이용한 추악한 소비주의의 유혹이 아닐 수 없다. 방송이 지니고 있는 사회적 책임을 인식한다면 위기의 시대에 드러나는 인간의 허약함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유익하고 가치 있는 프로그램들을 만드는 일에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현대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방송매체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받아먹어라. 이는 내 몸이다.”(마태 26, 26)

예수님은 먹방으로 채워질 수 없는 허기에 찬 우리에게 당신 자신을 음식으로 내어 주신다. 교회는 허기진 영혼들에게 이 참된 양식을 차려 내놓는 생명의 밥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김영수 신부/ 전주교구)



     

Copyright 1999-2018 Zeroboard / skin by 8tun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