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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을 믿는다는 사람들이 하느님의 이름으로... (함세웅 신부 / 서울교구)
   기쁨과희망   2016-08-10 10:57:21 , 조회 : 656 , 추천 : 114


하느님을 믿는다는 사람들이 하느님의 이름으로
하느님의 아들을 죽이는 일이 재현되고 있는 모순의 현실


신학이란 비판의식이며 신앙은 올바른 선택과 다짐입니다. 신학과 신앙은 바른 지식과 인식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문제를 제대로 알고 깊이 생각하고 고뇌하며 그리고 마음을 다해 목숨을 걸고 하느님을 고백하며 기도를 올려야 합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구세주로 고백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과연 누구이신지를 우리는 끊임없이 되묻고 생각하고 그분의 삶과 가르침, 무엇보다도 십자가의 처형을 더욱 깊이 생각하고 예수님께서 그렇게 돌아가실 수밖에 없었던 2천여 년 전의 현실을 깊이 되새기고 고민해야 합니다. 한스큉 신부님은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은 바로 “타살당한 청년 예수님”께 대한 바른 인식에서만 확인된다고 했습니다.

1978-1984년에 제가 서울 한강 본당에서 일할 때입니다. 저보다 열 살 정도 많은 마르타라는 교우 한분이 저를 찾아와서 손자 세례를 잘 아는 신부님께 받고 싶다고 하여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그 후 그는 조금 멈칫하다가 “죄송합니다. 신부님의 강론을 듣노라면 머리가 좀 아프고 집중이 안 돼 고민입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이에 저는 그에게 응답했습니다. “마르타님, 저 벽에 모신 십자고상을 보시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왜,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돌아가셨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도 마르타님과 같은 교우들이 과일과 고기 또는 술을 선물로 주면 안락한 의자에 앉아 그걸 먹고 마시면 편하고 좋습니다. 그런데 저 십자가에 계신 예수님께서 저를 보고 다음과 같이 꾸짖으실 것 같습니다.” “야, 너 왜 사제가 되었느냐? 그렇게 안락의자에 편안히 앉아 고기나 먹고 술이나 마시기 위해 사제가 되었느냐? 너는 도대체 나를 따른다는 사제로서 뭘 하고 있는 거냐? 마르타님, 저도 세상일에 무관심하고 사제관에 머물러 있으면 편안하고 좋습니다.

그런데 저 십자가 예수님께서 저를 세상 한복판으로 나서라고 명하십니다. 혹시 구약과 신약 성경을 한번이라도 다 읽고 묵상하신 적은 있나요? 또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은 아시나요? 16개 문헌 중 하나를 선택하셔서 읽으십시오. 그리고 머리가 아프다고 하셨는데 더 고민하여 예수님께서 누구신지 여러 면에서 생각하고 묵상하면 좋겠습니다.” 그는 “신부님, 제 나이가 몇인데 그걸 언제 다 읽습니까?” 하고 말했습니다. 이에 제가 답했습니다. “아니, 40대 중반이면 청춘이지요. 요한 23세 교황님은 80세 나이에 교회 변혁을 꾀하시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개최하셨습니다.” 그분은 좀 무거운 표정을 지으며 떠나갔습니다. 몇 해 전에 그 부부는 돌아가셨는데 그분의 조카 한분이 수녀님으로, 묘하게도 제가 그 수녀님과 함께 같은 본당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 수녀님께 이러한 말을 했더니 “이모님은 원래 부자시고 이모부는 부총리와 은행 총재를 하신 분이었기에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그들의 한계입니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래도 마르타님과 같은 분은 착한 교우인 셈입니다. 요사이에는 매우 나쁘고 악한 교우들이 많아 국정원과 어버이연합 등의 사주를 받고 이상한 단체를 만들어 성당 안팎에서 소란을 피며 사제들을 헐뜯고 있습니다. 망나니들인데 과연 이들을 어떻게 껴안아야 할지 큰 고민입니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일은 이 단체에 주교 한 분 그리고 사제 두 분정도가 함께 하고 있다니 더욱 더 슬픕니다. 새삼 “집안 식구가 바로 원수가 된다”(마태 10,36)라는 복음 말씀을 새롭게 묵상하며 기도합니다. 아멘.

(함세웅 신부 / 서울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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