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udium et Spes Pastoral Institute *
 






'함께하는 사목'은 한국교회 사제들의 사목정보와 체험을 나누고자 마련한 사목자 정보교환지입니다


   

사목인가? 사업인가?... (김영욱 신부 / 인천교구)
   기쁨과희망   2016-09-09 11:58:16 , 조회 : 543 , 추천 : 93


산이 좋아 제 발로 걸어 산을 다닌 지 10년쯤 됩니다. 산이 주는 매력에 빠져 매일 아침 눈뜨면 동네 산을 걷습니다. 기도도 하고 건강도 챙기고 흩어졌던 생각들도 정리되는 등산이 주는 선물이 많습니다. 5년 전, 히말라야를 걸으면서 앞으로 남은 사제생활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생각한 것이 본당사목을 하면서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을 돕는 일에도 투신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신자들과 함께 ‘올마이키즈’(all my kids)라는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바자회를 통해 기금을 만들었고 해외 선교사로 파견된 수도자들에게서 아이들을 추천받아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100명 정도의 아이들과 가족적인 관계를 맺고 지속적으로 후원하자는 마음이었습니다. 후원자 한명이 아이 한명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힘든지도 모르고 열심히 뛰어 다녔습니다. 후원자 한 분 한 분 늘어날 때 마다 얼마나 기쁘고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후원자들이 천사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이상해져가는 저를 보게 되었습니다. 신부들을 만나면 본당에 홍보를 부탁하려는 흑심(?)을 품고 있고, 고액 후원자에게는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다가가고, 후원하는 나라의 숫자 늘리기에 열을 올리는 등 마치 영업사원이 되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점점 계산적으로 변해가는 내 모습에 깜짝 놀라 성체 앞에 앉아 자신을 돌아봅니다. ‘지금 내가 사목을 하고 있는 건지? 사업을 하고 있는 건지?’ ‘하느님의 일을 하고 있는 건지? 사람의 일을 하고 있는 건지?’ ‘사람의 일을 하면서 하느님의 일이라고 합리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 경계가 어디인지 혼란스러웠습니다.

한참을 앉아 있는데 ‘사람이 일하면 사람이 일한다. 사람이 기도하면 하느님이 일한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기도를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누구를 만나던지 내 입으로 먼저 올마이키즈의 ‘올’자 꺼내지 말고 내가 하는 일로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지 말자고 다짐했습니다. 또 숫자와 목표에 집착하지 말고 사람에게 집중하자고 다짐에 다짐을 했습니다. 그동안 너무 욕심을 낸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선배 신부님이 아이들 돕는데 쓰라며 봉투를 들고 오셨습니다. 어떤 돈이냐고 물었더니 묻지도 말고 이름도 알리지 말라 하십니다. 서로 사는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요즘 내가 사업가가 되어가는 것 같다고 말씀 드렸더니 당신이 아파서 요양할 때 체험을 들려주며 이런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사제의 삶은 ‘한 사람을 위해 하루를 살고, 한 사람을 기다리며 1년을 살고, 한 사람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 일생을 사는 것이야. 그 한 사람이 소중해!’” 심쿵~~~.
사고 나서 막힌 터널을 지났을 때처럼 답답하고 어두웠던 마음이 뻥 뚫렸습니다. 후원자가 많아지면서 우쭐해졌습니다. 이제 후원자 늘리기보다 후원회 가입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심정도 헤아려야겠습니다. 한 사람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준 형님... 고맙습니다.

(김영욱 신부 / 인천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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