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udium et Spes Pastoral Institu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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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주의 타파 ... (방인이 신부 / 메리놀회)
   기쁨과희망   2016-11-22 14:59:38 , 조회 : 589 , 추천 : 91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라틴어 실력이 부족하여 대학 진학 전 1년간 예비학교에 다녔습니다. 이 학교의 교장 신부님의 교수법이 저에게는 참 신기하게 생각되었습니다.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교육방식 이었습니다.

1년 동안 성적에 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었으며, 학생 개개인에게도 점수를 알려 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교장 신부님과의 개인 면담 시간이 있었는데 교장 신부님은 학교생활 동안 저의 취약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알려주셨습니다. 다른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로, 공부에 문제가 있는 학생들에게 더 노력하기를 권했을 것입니다.

교장 신부님은 학생들이 1년간 공동체 생활을 원활하게하기 위해 학생 각자에게 여러 가지 직책을 나누어 맡겼습니다. 시간을 알려주는 종치는 일, 성당이나 식당 봉사, 의료실 봉사나 오락부장과 같은 일로, 본인의 재능이나 취미와는 반대되는 분야의 일에도 각각의 소임을 맡겨 몇 달에 한 번씩 바꾸어가며 학생들이 경험해 보도록 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책 낭독이 어려운 학생에게는 책 낭독의 소임을, 잠이 많은 학생에게는 취침과 아침 기상 종을 치는 소임을 맡겨 경험을 통해 변화되기를 기대해 보는 것입니다.

평일에는 1시간 동안 운동을 좋아하는 학생이나 좋아하지 않는 학생 모두 팀의 구성원으로서 운동에 참여하게 하였습니다. 학생들이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새로운 미래에 대한 출발입니다.

과거에 쌓은 경력보다는 현재 그 사람에 대한 기대에 믿음을 갖고 일을 맡기는 것입니다. 그 때까지 경험해보지 않았다는 것을 문제 삼지 않고 마음을 바꾸면 변화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약하고 모르는 것이 많다고 해도 배우고 익히면 가능하게 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배워가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얻고 변화되어 새로운 일꾼이 될 것입니다.

재능이 있는 사람도 자신의 장점에만 의지하지 않고 단점을 찾아내어 겸손한 마음으로 고치고 배워 나간다면 성령의 이끄심으로 새로운 길을 발견할 것입니다. 틀에 박힌 습관들에 얽매어 효율이나 기능에만 의지한다면 우리가 속한 공동체를 마비시켜 꿈을 꾸지도 못할 것입니다. 성령께서 인도하심을 잊게 되고 결국 이 시대의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도 아브라함과 모세에게 소임을 맡길 때도 이렇게 하지 않으셨습니까? 아브라함은 나이가 많았고 모세는 언변이 좋지 못했습니다. 사도들 역시 세상의 눈으로 보기에는 적당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배우게 되는 것입니다(작업을 통한 교육훈련).

기능적인 면보다는 사람의 됨됨이에 관심을 두고 끊임없이 배우면서 하느님께 신뢰하고 의지한다면 성령의 인도로 새로운 체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스펙을 중요시하는 기능주의에 물들어 젊은이들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교회 안에서는 사회의 흐름을 따르기보다는 성령께서 우리 안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믿음의 눈으로 본다면 공동체의 분위기를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형제 여러분, 여러분이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았을 때의 일을 생각해 보십시오… 이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을 택하셨으며, 강하다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려고 이 세상의 약한 사람들을 택하셨습니다”(1코린 1,26-27).

방인이 신부 / 메리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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