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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이상은 좋은데.... (황상근 신부 / 인천교구)
   기쁨과희망   2017-03-16 15:20:54 , 조회 : 719 , 추천 : 126


  수년 전 가까이 있는 섬에 등산하러 갔었다. 배에서 내려 걸어가면서 무거운 짐을 든 할머니를 보았다. 양손에 큰 보따리 짐을 들었는데 무거운지 몇 걸음 가다가 다시 짐을 내려놓았다. 나는 그 어려움에 처한 할머니를 보면서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도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때 내 뒤에서 어떤 부인이 급히 그 할머니께 다가갔다. 그리고 도와드리겠다는 말을 하면서 무거운 짐 보따리 하나를 들어주었다.

그 광경을 보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렇게 사랑을 필요로 하는 난처한 사람을 보면서 나는 왜 마음도 몸도 꼼짝하지 않았을까? 누구보다도 사랑을 강조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입으로 떠들기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자나 일반 사람들에 비해 사랑도 실천도 적은 것 같았다.

사목생활을 하면서 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과 어울릴 뿐, 사랑을 필요로 하는 가난한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지 못했다. 우리 주위에는 경제적인 도움을 원하는 사람들 외에도 위로와 격려에 목말라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들과 거리를 두었다. 어려운 사람들의 삶의 현장에서 떨어져 있기 때문에 사랑을 실천하게 하는 동기부여도, 실천 체험도 적었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와 그의 아내 소피아는 13명의 아이를 두었다. 톨스토이는 예수님의 사랑에 대한 가르침을 좋아하고 깊이 받아들였다. 그는 자신의  많은 작품에서 예수님의 사랑의 정신을 특히 강조하였다. 그러나 그의 부인은 톨스토이가 사랑이라는 좋은 이상을 사랑했을 뿐, 사랑의 실천은 없었다고 불평을 했다.

좋은 이상이나 사랑을 마음에 품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성서나 좋은 책을 읽고 교육도 받는다. 그리고 좋은 생각을 갖고 살면 자신은 좋은 사람, 품위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좋은 일 은 거의 하지 않으면서, 자만하고 다른 사람을 무시하기도 한다.

“세상에서 가장 긴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 가슴에서 발까지”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노인이 되어 인생길의 긴 여행을 했지만 아직도 머리에만 사랑이 머물러 있다. 이따금 좋은 사람들을 보며 사랑의 감동을 받지만 실천은 멀게 느껴진다. 실천을 하기 위해서는 결심을 하고, 옳게 도움을 줄 사람들을 찾는 노력이 필요한데 쉬운 일이 아니다.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랑의 방법도 너무 중요하다. 불쌍하다고 여기 저기 돈을 주면 그 사람이 더 잘못되기도 한다. 가진 것이 없어서 도움을 간절히 원하는데 누가 돈을 주면 의타심이 생기고 더욱 도움을 기다리게 된다. 나약한 사람의 마음을 강하게 하지 못하고 더 주저앉게 할 수도 있다. 현재는 불우한 사람들을 돕는 전문적이고 좋은 단체도 많아서 그들을 통해 돕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그동안 신부라는 직위 때문에 사회에서, 교회 신자들로부터 좋은 대우와 사랑 그리고 존경도 받았다. 개인적으로 내세우고 대우받을 만한 경력이나 인품, 희생적인 삶도 없었는데 신부라는 직위 때문에 사랑을 받았다. 사실 그분들은 직위만으로 대우를 해주었다기보다는 그 직위에 있는 사람들은 희생적인 사랑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라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에게 내가 보답하는 길은, 사랑을 베풀고 겸손하게 봉사하는 삶을 사는 것이리라.


황상근 신부 / 인천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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