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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울음소리 괭이바다” (백남해 신부 / 마산교구)
   기쁨과희망   2017-07-12 15:02:20 , 조회 : 459 , 추천 : 92



오랜만에 마산 앞바다에서 배를 탔습니다. 흐린 초여름 하늘을 이고 배는 천천히 괭이바다로 떠밀리어 갔습니다. 모두가 알지만, 알아야하지만, 몰랐던 것처럼 고개 돌려오던 그 바다. 별 빛마저 얼어붙는 겨울밤 삭풍이 몰아치면 고양이 소리를 내는 바람이 지어준 이름 괭이바다. 오늘 고양이 울음소리 우는 괭이갈매기가 서둘러 집으로 찾아 드는 괭이바다에 섰습니다. 67년 전 1950년 이승만 정권은 6월에서 9월 사이, 당시 마산형무소에 구금되어 있던 독립운동가와 보도연맹원 등 1681명을 재판도 없이 이곳에서 학살했습니다.

그 밤,
목 줄기 하나마다 살 속을 파고드는 밧줄에 묶여 이유도 모른 채 죽음의 바다에 처박힐 때, 그 검은 밤보다 더 검게 조여 오는 공포에 울던 당신들 울음소리가 흐느껴 괭이 바다가 된 것은 아닙니까?  

오늘,
향 한 줄 피워들고 하느님 앞에 당신들 이름 부르며 기도드립니다.
응어리진 한은 풀어 놓으시고,
꼬이고 뒤틀린 역사의 아픔은 내려놓으시고,
자식들 손주들 눈물 닦아 주시며 이제 평안히 영면하십시오.
뒤틀리고 꼬여버린 진실은 저희들이 밝혀 제문으로 읊어 올리겠습니다.


저는 ‘(사)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창원유족회’가 주관하는 추모제에 천주교 사제로서 기도드리기 위하여 섰습니다. 하느님께 올리는 염원은 학살당한 영령들께서 평안히 쉬라는 기도이기도 하지만,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부끄러운 고백이기도 합니다. 전국적으로 수십만 명의 영혼들이, 경남에서만도 수만 명이, 창원에서만도 수천 명이 억울하게 죽어 가는 동안 우리는 모르는 척하며, 바쁜 척하며 그냥 그렇게 잘 지내온 것에 대한 부끄러움입니다. 지금이라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뭇하고 억울한 죽음에 대한 무관심이 습관이 되어 버리면, ‘세월호’ 꽃봉오리들을 통해, 스크린도어에 끼어버린 그 젊은이의 ‘죽은 삶’을 통해. 역사는 바로 ‘나’에게 안일한 삶에 대한 계산서를 내 밀게 됩니다.

촛불로 이루어낸 문재인 정부는 민간인 집단학살에 대해 ‘제2기 진실화해위원회’를 구성하고, 특별법 제정을 통해 지속적인 유해 발굴과 손해배상, 위령사업 등을 해야 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유족들의 한을 풀어주는 단계에 머무는 것이 아닙니다.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에서 보았듯이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세력들은 언제든지 자신들의 사적 이익을 위해 학살의 분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진실을 밝히고 과거의 잘못을 정리하는 것은 이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입니다. 주님, 억울하게 죽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들의 영혼을 돌보시고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백남해 신부 / 마산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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