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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성전을 지으며 (김영욱 신부 / 인천 교구)
   기쁨과희망   2017-12-08 11:16:50 , 조회 : 459 , 추천 : 106



사제생활 28년, 또 다시 성전을 짓는다. 이미 두 번의 경험이 있다. 돌이켜 보면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었는지 내 스스로도 놀랍기만 하다. 신자들의 기도와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크고 작은 일들, 예기치 못한 일들 안에서 하느님의 은총과 기적을 체험한다.

첫 성당을 지을 때 일이다. 현상공모 방식으로 설계사를 선정하고 계약을 했다. 그런데 일을 할수록 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 힘들었다. 오랜 고민 끝에 위약금을 물어주고라도 다른 사람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후 아는 건축가에게 연락을 드렸다.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 대신 해 주실 수 있는지 여쭈었다. 그분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신부님, 건축에도 도가 있습니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바꾸는 것은 상도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더구나 하느님의 집을 지으면서 그러시면 안 됩니다. 부족한 사람을 품에 안고 가는 것이 신앙이고 그런 희생이 있을 때 성당이 더 빛납니다. 저는 뒤에서 도와드리겠습니다.” 너무 부끄러웠다. 더구나 그분은 신자도 아니었다. 아무튼 그분 덕분에 성전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성전을 짓는다는 것은 도를 닦는 일이다.

3년 전 지금의 성당으로 왔다. 초등학교 때 복사를 하던 성당이라 감회가 남달랐다. 1년은 편안하게 보냈다. 그런데 작년부터 신자들의 민원(?)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성당이 오래되어 불편하니 보수를 하자는 것이었다. 48년 된 성당이다 보니 비가 오면 성당 천정이 새고 냉난방부터 교리실 부족까지 손볼 곳이 한두 곳이 아니었다. 엄두가 나질 않았다. 게다가 지역에 아파트 7000세대가 들어온다니 고민이 되었다. 신자들에게 재건축을 원하는지 설문조사를 하였다. 거의 모든 신자들이 찬성했다.

사실 나는 또 다시 도를 닦기 싫어 돈만 모아놓고 다음 신부가 하도록 준비만 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하느님의 집을 향한 신자들의 열정이 내 마음을 바꾸었다. 특히 올해 3월에는 본당관할구역이 조정되면서 인근성당 신자 1900명이 편입되어 교우수가 더 많아졌다. 마음을 바꾸니 일할 일꾼을 보내주신다.

얼마 전 동네 산책을 하다가 자매님 한 분을 만났다. 시장에 다녀오시는지 한손에는 장바구니를 한손에는 종이박스를 들고 계셨다. 인사를 나눈 뒤 박스는 어디 쓰려는지 물었다. “이거 팔아서 건축헌금 내려고요. 지난달부터 한 달에 10만원씩 익명으로 봉헌하고 있어요.” 수줍은 듯 말씀하시는데 마음이 짠했다. 나는 폼 나게 산책이나 하고 한 달에 술값으로 쓰는 돈이 얼마인데 이분은 이렇게 희생하며 봉헌하고 있다니….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하느님의 집을 짓는다는 것은 나에게 가난하게 사는 법을 가르쳐 준다. 말로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사랑하라고 가르친다.

본당 설립 50주년을 앞두고 준비하는 성전건축이 신자들에게 하느님 나라를 맛보는 축제의 장이 되길 바라며 성전이 완성되는 그날 희년의 기쁨을 마음껏 누리기를 기도한다. 주님! 저희 공동체의 기도와 희생을 통하여 찬미와 영광 받으소서. 아멘.


김영욱 신부 / 인천 교구 숭의동 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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