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udium et Spes Pastoral Institute *
 






'함께하는 사목'은 한국교회 사제들의 사목정보와 체험을 나누고자 마련한 사목자 정보교환지입니다


   

고구마와 하느님 그리고 동방의 별 (서정웅 신부 / 부산교구)
   기쁨과희망   2018-03-07 14:54:52 , 조회 : 176 , 추천 : 34



저는 1995년 광주신학교를 33세에 졸업하고 24년차 사제 생활하고 있는 부산교구 신부입니다. 제가 사는 이곳은 6·25 때 피난민들이 마지막까지 흘러와 사는 달동네, ‘감천문화마을’입니다. ‘동양의 산토리니’라고 일컬어지며, 한 해 200만 명이 방문하는 곳입니다.

사제 생활이 힘들고 지쳐있을 때, 집배원이 건네주는 ‘함께하는 사목’은 제 영혼을 채워주는 맑은 샘물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사제로 살면서 예수님을 닮아간다는 것이, 매 순간 ‘주님의 현존’을 체험하고 산다는 것이 갈수록 어렵게 느껴집니다. 특히, 급속한 과학 문명의 발전과 물질의 풍요 속에서 사제로서의 정체성과 영성을 잃지 않고 유지하기가 너무 힘이 드는 세상입니다. 저 혼자 우주 미아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선·후배, 동료 신부님들께 구원의 손길을 청해봅니다.

저는 제 생애 최초의 하느님 체험을 떠올리며 해답을 찾고자 합니다. 1977년 중학교 시절, 저는 참으로 배고픈 소년이었습니다. 돈이 없어서 먹을 것이 가득 쌓인 동네 구멍가게를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로 배를 채워야 했던 그 설움은 너무나 컸습니다. 배고픔을 도저히 참지 못해, 자존심 다 팽개치고 외상으로 라면을 가져다 끓여 먹어야 했습니다. 그것마저 두세 번 반복하다 보면 너무 미안해서 가게 문 앞을 서성이다 돌아가기 일쑤였습니다. 그렇게 2∼3일을 굶고 지내던 중에, 10∼11월 고구마 철이 되면 무척 기뻤습니다. 고구마 밭주인이 수확을 마친 후에 혹 빠뜨린 고구마를 캐 먹도록 허락해주었기 때문입니다. 호미로 땅을 파서 숨어 있던 고구마를 발견하고, 손에 높이 들었을 때의 기쁨이란…!!! 그때 그 고구마는 저에게 생명이었고 하느님이었습니다.

사제가 된 지금도 고구마를 생각하면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독일의 철학자이자 시인인 괴테는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의 참다운 의미를 모른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바꾸어 말하고 싶습니다. ‘눈물 젖은 고구마를 먹어보지 않고서는 하느님에 대해 참으로 알기 어렵다’고 말입니다.

생애 단 한 번만이라도 ‘진리의 현존’을 목격하기를 소망했던 동방박사들에게 하느님께서는 ‘동방의 별’을 통해 드러내셨습니다. 누구에게나 ‘별’은 있습니다. 사건이든 만남이든, 그것을 통해 ‘하느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별’의 모습입니다. 저에게는 눈물 젖은 고구마가 동방의 별이었습니다.

긴 노고 끝에 주님을 만난 동방박사들처럼, 우리 사제들도 자신에게만 주어진 십자가의 길을 잘 성화시켜 새롭게 예수님의 부활을 전하는 사도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주님, 제가 배고픔을 통해 영원히 목마르지(배고프지!) 않은 당신을 찾았듯이, 세상 모든 이들도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고통과 아픔을 통해 영원한 생명이자 행복 자체이신 당신을 찾게 하소서. 아멘.



(서정웅 신부 / 부산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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